겐지가 처음 개를 분양받았을 때 쓴 글에서는 개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좋은 주인으로 비춰지지는 않았다. 인간과 개의 관계가 명확해지면 좋겠다고 여겼는지 훈련에만 애를 쓰고 있는 느낌이 들어버렸다. 일본의 세태와 그간 길렀던 개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하면서 투덜거리기도 하는데, 애견가라기보다는 일종의 취미활동으로 보아도 무방했다. 그렇지만 이 책이 거북스럽지 않던 건 개를 키우면서 그는 자연스러움을 배워갔고 조화로움의 그 분위기를 느끼며 개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이다.
개인의 회한과 사회의 회한은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겪을 때에는 그것이 한 몸인지를 깨닫지 못한다는 작가의 말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더 강하게 울려온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내가 살던 시대는 박민우가 살던 시대와 떨어져 있음에도 닮아 있었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여전히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에게 놀랐던 점은 사회적 분위기에 나를 맞추어 살아간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점과 우리는 작은 성냥갑 안에서 여전히 갇혀 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생각은 여전히 성장과 경제 부흥에만 머물러 있어, 문화인의 삶이 어떤건지도 모른 채, 오늘을 살고 있다. 건설로 벌이를 하시던 분은 디지털문화시티를 설계했고 젊은이들은 제법 잘 나가는 극작가를 꿈꾸며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씁쓸하게도 무의미한 시간은 지치지 않고 이어져 가고, 매일매일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난다. 박민우 씨의 해질 무렵이 공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