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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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라고 하기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달라는 것처럼 정말이지 잘 쓴 책이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순간을 믿어요'를 즐겨 들었던 기억만 있는 정도였기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 쓴 책이기 때문이 아니라, 연예인들이 쓴 에세이는 웬만해서는 읽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석원 씨(?)가 두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보통의 존재'까지 재조명 받게 됐다. 나 또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 책을 좋게 말하길래 읽게 됐다. 이렇듯 입소문이라는 것이 무서운건가보다. 어찌되었든간에 스스로가 입을 열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해서 적확하게 알 도리가 없는데 친절하게도 이석원 씨 스스로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한가득 담아 왔으니 나로서는 힘들이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언니네 이발관을 알게 된 것도 사실상 씨네 21이었던가... tv프로그램에서 한참 영화 이야기를 주제로 묵직하고 있어 보이는(?) 평론가와 아티스트 몇 명 데리고 수다 떨 듯 진행했는데, 난 정말 어렸을 때라 무슨 내용인지 공감하지도 못하고 있어 보이는(?) 느낌이 좋아서 즐겨 봤던 것 같다. '순간을 믿어요'도 사실은 가사의 내용보다는 그냥 몽환적인 목소리에 왠지 나도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들었던 걸지도.

 지금은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경험의 차이지, 내공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그렇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고 나니 흐릿한 나의 기억도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나니 갑툭튀 전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려고 했던 내가 서 있길래 울음이 터져 나올 정도였으니까. 이석원 씨 스스로는 보통의 존재라고 말했지만 독자의 기억까지 생생하게 되살려주게 도와준 존재라면 보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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