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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365] 논어
입력: 2007년 01월 08일 18:27:10
 
요즘은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속을 찬찬히 들여다 볼 여유 없이 분주하게 살고 있으며 남의 말을 들어주는 정성도 부족해 오해가 빚어짐을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이고 마음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마음과 친해지지 못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일도 허다하다. 삶이 문득 쓸쓸해지거나 마음이 우울하고 착잡해질 때 내가 ‘성서’ 다음으로 자주 펼쳐보는 책이 ‘논어’(서문문고 145)이다.

‘덕이 수양되지 않는 것과, 배운 것이 익혀지지 않는 것과, 의를 듣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과, 선하지 못함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것이 내가 걱정하는 것이다’(술이편 3)하는 구절을 마음에 새기면서 매사에 좀더 조심성 있게 깨어 정진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는 기쁨.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것은 빼고 그 나머지를 삼가 말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많이 보되 마음에 불안한 것을 빼고 그 나머지를 행하면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위정편 18)하는 구절을 반복해 읽으며 날마다 좀더 잘 듣고 잘 말하는 이가 되어야지 하고 결심해 보는 기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논어’는 그지없이 간결한 문체의 깊은 뜻으로 나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고전이다. 늘 새로운 힘과 가르침을 주는 벗이며 스승이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한번쯤 ‘논어’를 읽어보자. 소란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일상의 도를 실천하는 가운데 ‘군자’가 되고 싶은 아름다운 열망으로 삶이 금방 환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이해인 수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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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365] 서중석 ‘한국현대사’
입력: 2007년 01월 07일 18:20:39
 
현대사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역사이다. 나는 현대사를 몸으로 겪은 증인이다. 암흑의 식민지 말기, 해방공간의 혼란, 한국전쟁의 참상을 체험했다. 5·18민중항쟁을 보고 고통의 나날을 보냈고, 6월 민주항쟁 때는 학생들을 따라 밤새 서울 거리를 방황했다.

역사학자로서 이런 암흑과 저항의 시대를 지나오며 현대사를 어떤 방법으로 정리할지 늘 고민해왔다. 흔히 역사는 한 시대를 지난 뒤 기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자신이 사는 동시대를 돌아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서중석 교수가 쓴 ‘한국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를 읽으며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서교수는 좌우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점철된 시대사를 그 중간의 눈으로 평가하고 제시하였다. 반공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온 시대상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냉철하게 기술한다. 풍부한 사진과 통계자료를 제시해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한다. 비록 청소년을 독자의 주된 대상으로 했으나 기성세대들이 읽어야 할 현대사 책이다.

오늘날 대중을 떠나는 역사책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는 것과 다름없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한다. ‘한국현대사’는 그런 역사책에 속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지평이 좁아지고 때로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그런 교훈을 얻어봄이 어떨지?

〈이이화 역사학자·서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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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365] 배리 슈워츠 ‘선택의 심리학’
입력: 2007년 01월 04일 18:27:03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백화점의 모든 매장을 뒤져서 가장 맘에 드는 청바지를 고르는 사람과 맘에 드는 청바지를 발견하는 순간 돈을 지불하는 사람. 과연 이들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매장을 다 뒤져 청바지를 고른 사람이 쇼핑 만족도가 더 클 것 같지만,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배리 슈워츠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모든 매장을 훑는 사람은 더 좋은 대안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오히려 만족도가 더 떨어진다고 한다. 수많은 대안들이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만하면 충분해”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가 있다. 한 집단에는 여섯 가지 초콜릿을 맛보게 하고, 다른 집단엔 서른 가지를 맛보게 한다. 만족도 조사결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서른 개 초콜릿 쪽 집단보다 달랑 여섯 개 중에서 골라먹은 사람들이 더 만족스럽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선택의 폭이 넓을 때, 거기서 얻는 선택의 만족감도 더 커질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수록 고민도 깊어지고 선택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어 미련이 커진다. ‘선택의 심리학’의 원제가 ‘선택의 패러독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케이블 채널 등 예전에 비해 볼거리는 더 풍성해졌지만, 한 프로그램을 진득하니 즐기지 못하고 어디선가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리모컨을 눌러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로 꼽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후회가 남을 가능성도 두 가지이다.” 최고를 추구할 때보다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2007년에는 실천해보면 어떨까?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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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365] 앙드레 말로 ‘인간의 조건’
입력: 2007년 01월 03일 18:14:44
 
이 소설은 앙드레 말로가 1933년 당시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네번째로 출판했다. 내가 ‘인간의 조건’을 원어로 처음 읽은 것은 6·25 휴전 직후인 50년대 초, 시인·작가의 꿈을 꾸던 대학시절이었다. 내 불어가 서툴러서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내가 이 책에서 받은 강렬한 정신적·미학적 충격과 흥분은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이 소설이 이같이 내게 다가오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소설의 무대는 1920년대 청조로 대표되는 전통적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개의 대립되는, 그러나 다같이 서구적인 이념으로서 근대화라는 이름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은 중국 근대사의 한 작은 토막이다. 1927년 3월21일부터 4월12일 아침 6시까지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의 몽타주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사로잡은 이 소설의 힘은 그것의 드라마틱한 역사성 때문인가?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 책이 보여준 정치적 이념 때문일까? 책은 정치소설이 아니다. 이 책에서 감지되는 사디스틱한 동시에 마조히스틱한 폭력성 때문일까? 이 소설은 최근 젊은이들의 공격적 본능에 의존하는 폭력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이 이 소설의 서정적이자 낭만적이고, 극적이자 수려한 문체와 표현력 때문일까? 약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실험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의 힘은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실존적 조건에 대한 작가 말로의 철학적, 아니 끈질긴 종교적 천착과 깊은 통찰력에서 그 원천을 찾을 수 있다. 소설 인간의 조건은 소설이기 이전에 인생의 숭고한 의미에 관한 깊은 사색록이다.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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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365] 탈20세기 대화록
입력: 2007년 01월 02일 18:17:18
 
떠나보낸 시간은 늘 격동의 시기로 기억되는 법이지만, 20세기는 특별히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기였던 것 같다. ‘탈20세기 대화록’(아카넷)은 조인원 경희대 교수 등 국내 학자들이 9명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가진 대담을 통해 21세기를 위한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한 책이다. 석학들의 깊은 성찰이 대담자들의 입을 통해 훨씬 소화하기 쉬운 내용으로 전달된다.

20세기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 최대의 관심사인 환경위기를 진단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에코과학을 제시하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시작한 대화는 인간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넘어 지구윤리를 정립하자는 한스 큉의 통찰에 이른다.

지구화 시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존 던의 전망과 ‘21세기 제국’의 흥망에 대한 안토니오 네그리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뤽 페리는 여전히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고 글렌 페이지는 비폭력 리더십을 역설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과 이노구치 다카시의 동북아 공동체에 대한 분석과 함께 로베르토 웅거는 또 다른 미래를 위한 혁명정치를 꿈꾼다. 이 모든 석학들을 만나고 나면 당신은 어느새 그들의 어깨 위에서 21세기를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념 이후의 시대를 말한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모든 이슈마다 극과 극으로 찢어지는 전근대적인 우리 사회에 특별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사 청산에서 기인한 좌우 이념 갈등, 성장과 분배의 논쟁에 휘말려 갈피를 못 잡는 철부지 우리 경제, 중국의 때아닌 동북공정 반격에 무참히 꺾여버린 동북아 중심국가론….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공영의 21세기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에게 자신있게 이 책을 권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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