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백화점의 모든 매장을 뒤져서 가장 맘에 드는 청바지를 고르는 사람과 맘에 드는 청바지를 발견하는 순간 돈을 지불하는 사람. 과연 이들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매장을 다 뒤져 청바지를 고른 사람이 쇼핑 만족도가 더 클 것 같지만,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배리 슈워츠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모든 매장을 훑는 사람은 더 좋은 대안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오히려 만족도가 더 떨어진다고 한다. 수많은 대안들이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만하면 충분해”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가 있다. 한 집단에는 여섯 가지 초콜릿을 맛보게 하고, 다른 집단엔 서른 가지를 맛보게 한다. 만족도 조사결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서른 개 초콜릿 쪽 집단보다 달랑 여섯 개 중에서 골라먹은 사람들이 더 만족스럽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선택의 폭이 넓을 때, 거기서 얻는 선택의 만족감도 더 커질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수록 고민도 깊어지고 선택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어 미련이 커진다. ‘선택의 심리학’의 원제가 ‘선택의 패러독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케이블 채널 등 예전에 비해 볼거리는 더 풍성해졌지만, 한 프로그램을 진득하니 즐기지 못하고 어디선가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리모컨을 눌러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로 꼽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후회가 남을 가능성도 두 가지이다.” 최고를 추구할 때보다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2007년에는 실천해보면 어떨까?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