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 서중석 ‘한국현대사’
입력: 2007년 01월 07일 18:20:39
 
현대사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역사이다. 나는 현대사를 몸으로 겪은 증인이다. 암흑의 식민지 말기, 해방공간의 혼란, 한국전쟁의 참상을 체험했다. 5·18민중항쟁을 보고 고통의 나날을 보냈고, 6월 민주항쟁 때는 학생들을 따라 밤새 서울 거리를 방황했다.

역사학자로서 이런 암흑과 저항의 시대를 지나오며 현대사를 어떤 방법으로 정리할지 늘 고민해왔다. 흔히 역사는 한 시대를 지난 뒤 기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자신이 사는 동시대를 돌아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서중석 교수가 쓴 ‘한국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를 읽으며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서교수는 좌우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점철된 시대사를 그 중간의 눈으로 평가하고 제시하였다. 반공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온 시대상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냉철하게 기술한다. 풍부한 사진과 통계자료를 제시해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한다. 비록 청소년을 독자의 주된 대상으로 했으나 기성세대들이 읽어야 할 현대사 책이다.

오늘날 대중을 떠나는 역사책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는 것과 다름없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한다. ‘한국현대사’는 그런 역사책에 속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지평이 좁아지고 때로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그런 교훈을 얻어봄이 어떨지?

〈이이화 역사학자·서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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