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상시에 남미나 스페인어권의 문학을 즐겨 보는 편이다. 그 동네 책들이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며, 색다른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 마음 속 깊은 눈물을 웃음으로 환상적인 스토리로 승화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중남미, 스페인어권 작가들을 쫘악~ 꿰고 있는 나에게 처음 듣는 생소한 작가의 책이 있길래.. 궁금한 반, 기대반으로 사보았다. 물론.. 인터넷 서점마다 화려하게 작성되어 있는 책에 대한 소개가 흥미와 구매욕구를 배가 시켰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결국은 긴 여행이 될.. 잠깐 밤마실을 떠날 때의 첫장면은 해리포터가 마법학교를 들어가거나 어떤 모험을 시작할때의 흥분과 묘한 긴장감을 주었다. 이 내용이 어떻게 추리, 미스터리 기법으로 갈 것인가.. 상당히 궁금증을 자아내게도 되었고.. 결국 이 책은 이중의 러브스토리가..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간의 이야기이다. 그들간의 존경과 갈등, 미움이 또아리쳐있던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또한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도 한명 한명.. 모두 각자 자기의 소임인 열쇠를 하나씩 쥐고 있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속에서도 그 팽팽한 흐름은 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열쇠로 봉인을 풀어.. 한발 한발.. 진실로 다가가기는 하지만, 그 열쇠로 모든 봉인이 풀리기 전에는 아직 모두들 열쇠를 쥐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정과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외사랑, 지혜욕, 소유욕, 보복욕, 그 이면의 슬픔과 아픔, 이런 것이 섞여 있으면서도 템포를 가지게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진데 우리에게 아직은 좀 생소한 작가의 소설은 잘만들어진 헐리우드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련되게 다가온다.

이 소설의 가장 축이 되는 '감정과 역사'.. 그것이 사랑이라 불리우건, 보복이라 불리건,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심이라고 불리우건 간에, 그 감정과 역사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는 것은 소설적인 재미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의 모습, 원치 않는 인과응보와 인연.. 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책을 보다가 잠시 한숨을 쉬게도 되었다.

책을 받은 날 밤새서 두권을 모두 읽어보았다. 근간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으며 명성자자한 중남미 작가들보다 깊이는 떨어지지만 소설적인 재미는 떨어지지 않고, 어떤 부분 순정만화 같고 (드라마틱한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어떤 부분 추리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맛깔스러운 영화 한편을 본 재미에도 버금간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그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있다고 해야 하나?  한마디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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