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 - 김남희 잡문집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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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존재와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로부터 퍽이나 많은 시절이 지났다. 그 땐 나 또한 한마리 등푸른 생선 같았고 그녀도 이제 막 직장을 그만두고 어설픈 발걸음 내딛는 여행가이자 작가가 된 참이었다. 또래였고 친우들의 지인이었기에 더 눈길이 가던 분이었다. 처음엔 그녀의 글들은 거칠기도 하고 자신의 책제목처럼 예민하기도 까탈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예민함과  무모함, 명민함이 있었기에 세상의 길을 그저 길로만 두지 않고 여러 생명체를 만나는 인연의 길로, 길이라는 2차원에서 3차원 4차원으로 영역을 넓히며 여러 의미있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사랑스러운 여러 생명체 중에 특히 고양이라는 존재가 작가님께 의미 있어진 것을 불과 몇년 전이라고 북토크에서 말씀 하셨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길에서 찍은 고양이는 차곡차곡 그녀의 내면에, 사진첩에 쌓여 있었다.



작년에 허리를 크게 다치셔서 어쩔 수 없이 누워 수행하는, 세월을 낚는 수행자가 된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내밀하게 쓴 일기와 그에 준하는 글들을 출판사 대표님의 꼬임에 넘어가 넘기게 되었다. 그 글들은 사랑하는 고양이 사진들과 함께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도 내밀하고, 넘어지고 아파하고 외로워한 자신을 드러낸 적이 있던가, 싶다. 


살아오며 내밀하게 아팠거나 애써 지우려고 했거나 별일 아니야, 지나갔던 마음 자락들을 그녀가 내 일기처럼 써놓아서 꽤나 안도하게 되었다. 이 감정은 나만의 감정이 아녔고 이런 실수나 고통도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연대감. 아마도 많은 인류가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지구별에 태어난 인간들의 감정이란 건 사실 그닥 크게 다르지 않고 성장도, 노력도 어쩌면 비슷비슷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 "누구의 잘못이 아닌" 일도 있게 마련이고 "낯선 도시에서 만날 사람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는 텅빈 날을 보내본" 여행자들도 허방짚던 그 마음의 기억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언젠가 프랑스 리옹에서 지구별처럼 영롱한 유리구슬 목걸이를 만났으나 그 목걸이를 하고도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들 앞에서 깊이 좌절했던 날이나 (유리창 안에 사람들은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ㅜㅜ) 멋진 공연을 하는 야외 카페에서 근사한 와인이나 맥주를 시켜놓고도 혼자서는 외로웠던 날들, 같은 기억들도 나만의 것은 아녔던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때에 시간을 낭비하고 자꾸 딴짓을 하는" 이도 나만은 아녔다. 



그녀 또한 이런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이란 걸 내밀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써주어서 위로 받았다. 


두마리의 고양이 집사로서, 12,3년전에 한달반, 3년 전에 또 한달반 치앙마이와 빠이에서 살았던 나 또한 치앙마이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내적인 친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어쩐지, 지구별 발자욱 하나 함께 나눈 동지애 같은 건지도 모른다. 그녀가 한달 이상 걸었던 그래서 나에게도 로망이 된 시코쿠 길을 언젠가 걸어야 하는데 시코쿠에 가려다가 못가고 엉뚱하게 티벳에 가서 카일라스 코라를 돌았기에 시코쿠는 아직도 나에게 로망으로만 남았는데 말이다. 나도 언젠가 그녀처럼 느린 걸음으로 고양이를 만나며 그 길도 걷고 싶다. 


* 울 냥이가 자고 있길래 책을 놓고 찍으려니 깨버려서 어서 자라!고 강제로 재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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