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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20주년 기념판) -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타라 브랙 지음, 김선주.김정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3월
평점 :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던 시절,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것이 통제되고 이해 받지 못하던 시절을 거치면서 사춘기 특유의 불안함과 달뜸, 감정의 요동침 안에 있을 땐 성인이 된다면, 스무살의 터널을 지난다면 염화미소를 짓는 제대로 된 성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스물이 넘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을 땐, 스물네살이 되면, 스물 여덟살이 되면 세상의 이치도 깨닫고 지혜도 생기고 무엇보다 자기 혐오가 멈추게 될 줄 알았다. 내 안의 숨겨진 괴물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거나 비난하거나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던 시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타라 브랙의 책을 보면, 이런 감정은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현대인들이, 그녀 자신이, 그녀에게 상담을 온 많은 이들이 같은 불안과 무가치함에서 몸부림 쳤던 적이 있다고 나온다. 이십몇년전, 서양의 심리학자들과 불교지도자들간의 대화 중에 달라이 라마 존자님께 자기혐오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그 단어의 뜻을 몰라서 당혹하셨다는 에피소드가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혐오에 수시로 빠지게 된다. 나이가 더 많이 들어서 중년임에도 말이다.
이 책은 수용,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여러 사례들을 제시한다. 다양한 내담자들의 (우리 모두와 비슷한 아픔들이나 사연들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 욕구하는 자기로부터 깨어나는 방법도 보여준다. 두려움, 누군가 나와 함께한다는 안도감, 명상과 감싸 안는 열린 깨어있음, 그리고 자비에 몸을 맡기기의 과정을 천천히, 따뜻한 물 속에서 수영을 하듯이 편안하게 조금씩 진행할 수 있게 친절하게 안내한다.
우리는 안는 자이며 안기는 자로서 괴로움을 자비로 변화시킬 때, 슬픔을 감싸 안아 사랑의 의식으로 녹아들여 "나의 삶이 모든 존재에게 이롭기를" 바라고 나아갈 수 있어진다. 이 책은 명상 초보자이거나 불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어린 시절 부초처럼 마음이 떠돌 때 이 책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기까지 하다. 이 책은 영적인 여정이나 명상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명상을 꾸준히 해온 분들에게도 또 다른 방식으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가 위빠사나에 정통하고 오래 수행했었기에 그 생생함도 전해진다. 또, 통렌 수행, 즉 모든 존재의 고통에 직접 마음을 열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나의 자비의 마음을 내보내는 수행으로도 연결시켜낸다. 이것은 티벳불교의 수행 과정 중에 하나이기에 불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누구인가?"인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우리의 참된 본성을 직접 깨닫게 하는 족첸 수행으로 이어져 가는 방도 또한,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편한 명상의 한 방법으로 안내해준다.
왜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20년 연속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는지, 왜 20주년 기념판이 나왔는지, 책장을 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언제건 옆에 두고 편히 책장을 열어보고 싶은 책이다.

* 이 표지는 작품 같아서 그림으로 벽에 붙여놓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