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보엄마 파이팅
박미라 외 / 한겨레출판 / 1994년 5월
평점 :
절판
'여성학 전공자 15인의 육아일기'
사회적 위치가 보장된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살아온 여성의 '결혼', '육아'는 어떤 것일까. 결론은 여성은 '결혼'으로 모두 똑같이 평등해진다는 것이다. '평등'의 단어가 호감으로 들리겠지만, 오히려 더 우리를 무력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음, 별 수 없음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결혼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이모'라는 단어가 익숙함속으로 다가오는 시간 속에서 .'부러움'에서 시작한 나의 느낌은 '회피'로 바꿔진다. 어쩌다 친구와 전화를 하게 되면, 나는 친구의 안부가 아닌 그녀의 아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본다. '자고 있음'을 확인하면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야 하고 '놀고 있음'을 확인하면 조만간 전화기로 달려올 아이를 염두 해 두어야 한다.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아이곁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친구, 아기가 잘 때면 자신의 시간을 가지지는 켜녕 밀린 일들로 여유없는 친구. 그때는 몰랐다. 그냥 한 귀로 들어오고 나가는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니, 상상력의 세계가 더 풍부하게 열린 것인가. 구체적인 생활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장난이나 재미가 아닌 현실이 보이고 정말 이렇게 다들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모성애'는 자연스러운 발로가 아닌 끊임없이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아 정체성 확립'이 되지 않는 한 결혼과 출산은 미루어야 함을 안다.
누구의 책임이 아닌 공동의 몫이다. 함께 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함께. 결혼을 앞둔 혹은 결혼을 한 친구에게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나갈 남자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