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좋지 않다면..

화 -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ㅣ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4월

요즘 마음이 좋지 않아서 서점에 들렸는데 마침 눈에 띈다. 몇달전 인터넷에서 서평을 읽고,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다. 틱낫한 스님이 지은 책이라는 것을 알고서 선뜻 사기가 망설여졌다. <마음의 행복>을 조금 힘들게 읽은 기억이 있어, 어쩌지 하며 몇 장 넘겨보니 괜찮은 것도 같다.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부제가 맘에 든다. 한마디로 진도 잘나가는 책이다. 참 쉽게 술술 써 내려간 책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호흡과 보행 그리고 자각을 통해서 화를 풀어내자는 것이다. '화'라는 한 주제로 이렇게 한권의 책을 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 사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지만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책장 넘기면서, 앞의 내용 다 까먹어 한 줄 한 줄 읽을때 마다 새롭게 느껴져서 그런가..

내 마음속의 '화'는 성남이 아니라, '슬픔'이다. 난 이 슬픔을 몰아내고 싶었다. '슬픔'이 변하여 '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에 더 큰 '화'가 나를 몰아가기 전에 나는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엉엉 울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은 단지 도피하는 수준에 그칠 뿐,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화를 내뱉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라는 소제의 글이다. 틱낫한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요약)

우리는 화가 났을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부숨으로써 화를 발산하고 또 화가 사라졌다고 느끼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 단지 지쳐서 활를 낼 힘조차 없게 되었을 뿐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 화가 일어나는 것은 거기에 화의 뿌리들이 있기 때문인데,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화를 그저 발산해버리는 것은 화의 에너지만이 밖으로 나갈 뿐 그 뿌리는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화를 그런 식으로 발산하면 그 뿌리는 더욱 튼튼해져 오히려 화를 연습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화의 근본 원인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단단해진 화의 뿌리는 어느날 누군가가 그를 화나게 하면 그는 그 동안 연습했던 화를 실행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긍정의 씨앗(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부정의 씨앗(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이 있는데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고 한다.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의 마음에도 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화가 씨앗으로 남아있을 뿐이라고 한다. 화를 인정하고 어루만져서 화해로 이끌어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호흡과 자각이 필요하다.

책을 덮고 나는 가만히 숨을 쉰다. 그리고 조용히 눕는다. 온몸을 자각하고, 두발을 자각하고, 두 다리를 자각하고, 두 손을 자각하고, 두 팔을 자각하고, 두 어깨를 자각하고, 심장을 자각하고, 위와 장을 자각하고, 두 눈을 자각하고,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쉬면서 지금 편안하게 누워 있는 나의 온 몸을 다시 자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