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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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모르더라도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구절은 들어본 사람은 많다. 역사가 죽으면 미래도 죽는다. 역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는 물론, 날조의 역사를 바로 보며 그에 대한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사실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은 항상 주관이 개입한다. 이 책의 가장 주요한 주장은 역사는 지금을 말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묻거나, 지우거나, 가두는 것은 현대에서 미래로 나아가기를 저지하는 행동이며, 따라서 과거를 버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역사는 지켜야할 숭고가 아니며 어딘가에 정박시켜 매어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역사의식은 당시 영국 뿐 아니라 지금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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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청을 설립하라 -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박상익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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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번역을 통한 한국어 콘텐츠 확충의 중요성을 주장한 글들을 모아 작은 책을 펴냈다. 한국의 번역 현실과 번역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토로한다. 저자의 주장은 강력하고 막힘없다. 국수주의적인 방어 형태 등 부분적으로 동의하지 않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익만을 추구하기 어려운 출판시장의 현실과 10억여 원에 불과한 명저번역사업 예산을 생각하면, 그 절실함이 전달된다.

예를 들어, 전문서의 경우 전공자의 번역은 거의 필수이다. 그러나 실적이나 금전적 이익을 놓고 봤을 때, 전공자는 번역을 할 시간에 논문을 쓰는 것이 훨씬 낫다. 많은 번역서가 남루한 이유다. 저자의 강렬한 주장과 넓은 지식과 문장력으로, 인상적이고 낯선 생각이 매우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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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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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대부분의 글은 1990년대, 단일민족의 신화를 받들던 시기의 글이다. 언어는 항상 변한다. 우리는 해방 시기의 한국어와 지금의 한국어 사이에도 큰 차이를 느낀다. 격동의 시기를 보낸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변하지 않는 언어는 ‘박물관에 있는’ 죽은 언어뿐이다. 저자는 언어의 불순함을 옹호한다. 언어순결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언어민족주의를 비판하고 영화공용화론을 주장한다. ‘국어’라는 이유로 신성시하는 민족의식이 동남아인을 차별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저자의 영어공용화론과 같은 생각이 서양인에 대한 동경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언어는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금과는 맞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만, '감염된'이라는 제목을 쓴 이유와 맞물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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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재발견 -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 탐구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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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한 일, 그래서 원인도 알 수 없고 해결법도 알 수 없는 일은 없다. 이 책은 성격검사 도구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브릭스-마이어 유형지표'(MBTI)를 만든 저자가,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자 쉬운 언어로 쓴 책이다. 16가지의 분류가 적다는 비판도 있지만 성격검사의 목적은 성격 맞추기가 아니다.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깨닫는 데 있다. 융심리학에 바탕을 둔 저자의 성격검사는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빛과 그림자, 지배적 정신작용과 보조적 정신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다르고, 심지어 자신 내부에도 상충되는 성격이 존재한다. MBTI가 널리 쓰이는 이유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과 주변 사람에 대해 좀더 깊이 알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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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한길컬처북스 2
이부영 지음 / 한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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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정신분석학 입문서 성격을 띄는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그림자'에 대해 말한다. 얼굴에 그늘이 있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의 아이러니는 그늘이 없는 얼굴이 없다는 데 있다. '그림자-없는-사람'은 자기(self)가 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필요로 하며 그림자라는 용어는 내용상 결정할 만한 아무것도 가정하고 있지 않다. 열등학 인격 부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진실, 즉 그림자에 대한 직시는 비록 고통스럽기는 하나 자기실현을 위한 의미있는 과정이다. 진실을 외면한 채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빛과 그림자는 짝이기 때문이다. 빛이 강해질수록 어둠도 짙어진다. 가정의 평화를 글자 그대로 강조하는 문화 속에 살아가는 '(커서도) 착한 아이'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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