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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ㅣ 현대사상의 모험 5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 / 민음사 / 2001년 1월
평점 :
영화 매트릭스의 유명세를 업은 이 책은, 사실 매트릭스의 철학과는 벗어나 있다. 물론 요즘 많이 엮이는 VR, AR 개념과도 거리가 있다.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과 같이, 이 책은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반박이 쉽지 않은, 비-의미와 허무주의로 점철되어 있다. 양차 대전 이후의 보드리야르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허무주의와 외면은 지금의 '충돌'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사실보다 사실같다고 믿는 것(post-truth)을 믿는다. 그와 동시에 티브이 속에 존재하던, 부유하던 여러 문제는 현실이 되었다. 저자의 예측과는 달리, 보트피플의 문제와 촛불혁명의 문제에 섞여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다시금 '정치적 주술'에 걸린 대중덩어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경각심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