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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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속에는 악마와 천사, 이 두 개의 존재가 늘 싸움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어느 쪽의 말에 쉽게 넘어가느냐가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리라. 가끔은 나도 모르게 선명하게 들리는 악마의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그리고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의 제제처럼 내 속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고 그 존재를 느낀다고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이 책 속에서는 악마의 존재가 모든 사람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악마의 존재를 여실없이 보여준다. 낯선 이방인과 샹탈프랭.. 그리고 노파인 베르타를 죽이고자 작당하는 마을 사람들.. 그들은 누가 더 잘못하고 있는지, 누가 더 그른지를 분별할 능력을 잃은 듯 하다. 선하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이 세상을 만든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미 망각한 나약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최후의 만찬의 그림 속에 유다와 같이 선한 것과 악한 것은 어쩌면 동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다 선한 것에 존경을 표하고, 보다 악한 것에 침을 뱉고 혀를 차는 것일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가? 모든 것을 직감하고 있었던 노파는 마지막까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로지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 주민들이 안쓰럽다는 생각?

어쩌면 베르타는 정말 마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한 감각으로 마을에 주둔해 있는 어리석은 신부를 물리치고 선한 마음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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