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가지 결정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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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민족은 많지만 고유의 문자를 가진 민족은 얼마나 되나.

한때 강성했지만 민족적 정체성이 부족해서 멸망한 민족도 있지 않은가.

<108가지 결정>, 222p

 

 

지난 2003, 한국사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천 년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결정"을 찾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시도했다. 대학 교수, 연구원, 재야의 역사학자, 역사작가 등 역사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한국사를 바꾼 결정들'을 선정한 것이다. 10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총 102개의 역사적 결정을 선정하였으나, 그 후로 시간이 더 지남에 따라 몇 가지의 사건이 추가되어 총 108개의 결정이 선정됐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지만, 역사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한 뜻으로 모은 결과라는 점에서 <108가지 결정>은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

 

<108가지 결정>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 현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역사학자들이 '고대'에 이루어진 결정들을 다뤘다. 고구려가 불교를 승인하거나, 백제의 멸망을 막을 수 있었던 웅진 천도, 선덕여왕의 즉위 등 역사적 사건들이 담겼다. 특히 경덕왕은 재위 16년에 고유 명칭의 중국화, 순우리말의 한자화 등을 시행했는데, 훗날 이러한 결정은 우리를 '동방예의지국'으로 만들었다. (학자들은 이로써 우리 고유의 문화가 불식되고 중국 문화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진 사건으로 해석한다.)

 

2'고려시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결정은 958년에 있었던 '과거제'의 도입이었다. 고려 광종 9년에 처음으로 이 땅에 도입된 과거제도는 무려 천 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현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실로 그 결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2부에서는 성리학 수입, 목화 수입, 위화도 회군, 토지 개혁 등의 결정을 언급하고 있다.

 

한글을 만들어내기로 한 결정이야말로 수천 년 민족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의미 있는 결정이라 이르기에 이견이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108가지나 되는 '한국사의 중요 결정' 중에서 한글 창제 결정이 1위였다.

<108가지 결정>, 222p

 

3'조선시대'에 이루어진 결정에는 한양 천도, 한글 창제, 이순신의 임명, 광해군의 대동법 실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제작 등 조선시대에 결정된 굵직한 사건들이 담겼다. 특히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중요 결정의 1순위로 꼽은 한글 창제는 한국사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결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제4'근대'에 이루어진 결정 중에서 강화도조약, 동학농민운동, 신분제 철폐, 명성황후 시해, 임시정부 수립 등의 사건을 꼽았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현대'를 다룬 5부에서는 남북한의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 올림픽 유치 성공 등의 결정이 다뤄졌다. 남북정상회담과 노무현 탄핵을 비롯해 2005년 시행된 부계 성 강제조항 폐지 등의 결정 등도 현대의 주요한 결정으로 꼽혔다.

 

신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 그리고 다시 대중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 결정해 온 '선택'의 결과물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우리의 몫이며, 앞으로의 역사 또한 우리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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