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랜드 -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세상, 그 도발적인 500년의 이야기
커트 앤더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 커트 앤더슨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의 이성을 대변하는 저명한 문화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조사 결과들에 대한 분석하고 교차검증을 한 후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맹신과 착각에 관한 유용한 통계를 도출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정말 미국인들만의 특성이 있는 것일까?

 

미국인 중 3분의 2말 그대로 진짜 천사와 악마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활약 중이라 믿고, 적어도 절반은 인격신이 지배하는 천국이 존재한다고 완전히 확신한다. 또한 3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가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과학자와 정부, 언론인들이 작당하여 벌인 거짓 농간이라 믿는다. (중략) 우리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간단히 답하자면 우리가 미국인이기에 그렇다고 하겠다.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곧 자신이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믿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7p)

 

저자가 판타지랜드라 부르는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열렬히 믿는 허구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허구적 상상에 기초한 생활방식들만을 골라가며 따르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음모론이나 마법을 믿는 일과 판타지 축구 게임이나 가상 현실을 즐기는 일과 같은 환상은 일상을 더 흥미진진하게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우리 미국인들은 온갖 종류의 신비한 생각 및 무차별적인 상대주의와 더불어 우리를 위로하거나 흥분시키거나 공포로 몰아넣는 크고 작은 공상들과 기발한 설명에 대한 믿음에 사로잡혀왔다. 그러면서도 이 이상하고 새로운 상식이 지금껏 얼마나 널리 퍼져왔는지는 대부분이 깨닫지 못했다. (13p)

 

그렇다면 이러한 환상은 어디에서 왔는가? 저자에 따르면 1960년대 사고방식에 밀어닥친 변화의 물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죄다 상대적이고, 자기만의 현실을 찾아라는 규칙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정보통신 시대가 시작되면서 일어났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이데올로기와 종교, 가상현실 등이 더욱 강력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빠져있는 이러한 환상에 대한 경계하고 주의를 요구한다. 미국은 언제나 특별한 나라였고 선진국이지만, 그들이 쉽게 맹신하고 자기만의 일에 몰두하며 대체로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은 미국인들을 후진국처럼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진리라 생각한다면 그 이유나 객관적 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은 진리이고, 그 어느 누구도 내게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미국적 개인주의가 현실을 인식하는 귀류법적 전제다. (83p)

 

저자는 미국인들을 현혹시킨 이러한 환상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지만 동시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광기에 빠진 미국을 구해낼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노력에 따라서 물살의 속도를 늦추고 도랑과 제방은 손질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꾸만 악화되는 이러한 환상에서 미국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며, 미국인들이 언젠가는 이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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