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 전야 - 촘스키, 세계의 미래를 향해 던지는 고발장
노엄 촘스키 지음, 한유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국민이 수동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하며 소비주의에 빠지거나

약자를 증오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힘 있는 자들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 결과를 지켜봐야만 한다.“

 



미국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핵심시설을 공습했다. 사흘이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미국의 결단으로 서방 국가들과 시리아 동맹국 간의 대결구도가 더욱 부각되었고, '신 냉전 체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은 당사자 국가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북한의 김정은도 머지않은 본인의 미래(?)라고 생각한 탓인지, 미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석학이자 지식인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신간이 나왔다. 대학시절 전공 서적 속의 그의 이론들은 따분하기 그지 없었는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이론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90세에 가까운 나이에 그가 최근 집필한 <파멸 전야>를 읽은 후 든 생각이다. 노엄 촘스키가 지금의 우리, 당신과 나, 그리고 세계에 묵직한 경고장을 보내왔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합동 군사 훈련이 실시되었다. 북한의 관점에서 이것은 명백한 위협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캐나다에서 미국을 겨냥해 그런 훈련을 한다면 미국 역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군사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최첨단 폭격기인 스텔스B-2B-52는 바로 북한 국경 근처에서 핵폭격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과거의 사건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북한 국민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한다. 따라서 아주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서방에 이 모든 일은 그저 북한 지도자들이 얼마나 정신이 나갔고 지독한지 보여주는 단면일 뿐이다. 물론 북한이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북한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185P)”

 

저자인 노엄 촘스키는 미국의 진보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파멸 전야>에서도 미국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행하고 있는 정치나 외교 분야에서의 태도를 비판하고, '이상 변론을 마친다'등의 유머를 활용하여 풍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는 '지구 종말시계'가 미국 때문에 앞당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는 끊임없이 즉각적인 파멸의 위험을 안기지만, 적어도 우리는 최소한 그 위협을 줄일 방법, 나아가 없앨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핵확산금지 조약에 서명했던 핵강국들이 떠맡은(그리고 내팽개친) 의무라고 말한다. 핵 문제를 다룰 역량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지체한다면 그 재앙은 분명 종말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촘스키는 초지일관 인류와 세계가 처한 문제에 대해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 모든 관점들이 '인류애'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미국의 쇠락과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핵 전쟁의 위협, 테러리스트의 활보, 환경 문제 등 모든 문제들은 '인류애' '책임감' 없이는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이다. 그가 <파멸 전야>의 가장 첫 번째 장으로 '지식인의 책무'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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