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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알았다. 시인이 써 내려간 에세이였다는 것을.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서고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먼저 읽고 나서야 저자를 살펴보게 되었던 것이다. 역시 나의 예상대로였다. 시인이 쓴 여행 에세이는 내 마음의 구석구석을 건드려 곧장 심연으로 데려가 주었다. 나는 어느 카페에서 그 책을 집어 들었고, 오랫동안 메말라 있던 감정을 하나씩 꺼내게 되었는데, 지구별 여행자는 인도라는 나라를 소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래도록 감추어져 있던 작고 아름다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지만, 그런 언어적이고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이 아닌, 살아 숨쉬는 일상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물론 언어적이고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책은 아주 작고 소소한 즐거움, 빠르고 바쁜 시간을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기다리는 법을, 그리고 운명에 살며시 맡기며 순응하는 법을 알려주고 마음속 깊이 감추어져 있는 감성을 눈 뜨게 해준 나만의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