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무시시무시한 요괴를 자기 눈으로 확실히 보기를 바라는 심리.
신경이 날카롭고 쉽게 겁먹는 사람일수록 폭풍우가 더 강하게 몰아치기를 바라는 심리.
화가들은 인간이라는 도깨비에게 상처입고 위협받다 끝내는 환영을 믿게 되었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요괴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익살 따위로 얼버무리지 않고 본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
인간실격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치열했던 그의 내면을 이해하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를 알아야만 했다. 인간의 나약함이 빚은 잔인한 인생을 그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몰이해의 세상을 살아야 하는 수 많은 성향 소수자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그렇게 이상한 세상의 수레바퀴를 끌려가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정직하지 못한 것일까, 왜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에둘러 말을 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그토록 이기적인 것일까, 왜 사람은 사람을 이용하고는 그렇게 쉽게 잊는 것일까, 사람은 어째서 그토록 죄로 가득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는 신랄하게 그러면서도 매우 우회적으로 점점 나락으로 떠밀려 추락하는 한 젊은 청년을 통해 인간사의 추악함을 말하고 있다.
그 역시 그토록 추악한 세상의 몰이해 속에서 속이 타 들어 가도록 괴로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본시 세상은 불공정하다. 본시 세상을 불평등하다. 본시 세상은 힘을 가진자가 힘 없는 자를 짓밟는다고 명명백백하게 말하고 있다. 겁이 많고 나약하고 자신의 주장을 할 줄 모르는 순하디 순한 젊은 청년은 그렇게 주변에 휩쓸려 안타깝게 살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실격은 내가 아닌 나약한 누군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당신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좀 더 바닥으로 끌어내렸을 뿐.
어차피 인간의 속성은 비슷하다. 힘을 가진 자가 힘을 행사하면, 일단은 숙이고 몸을 낮추어 생존하는 것, 그것이 인간생리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젊은이가 타인의 위선과 잔인함으로 파멸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인간실격은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간 영혼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 준다.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인간 세상과 사회 질서의 허위성, 잔혹성을 이 작품만큼 명확하게 표현한 작품도 드물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렵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내맡기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 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