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란····. 살아 남은 자의 형벌을 가장 민감히 느끼는 사람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형벌이기도 하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존재한다. 축복과 형벌은 이 빛과 어둠의 관계다. 그런데 예술가는 축복보다 형벌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형벌을 견뎌야 한다. 견디지 못하는 자는 단언하건대 예술가가 아니다. 슬픔의 강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지만 그 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강의 있음을 일깨우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다. 예술가는 볼 수 있는 자다. 그 눈은 강의 흐름을 본다. 예술가는 들을 수 있는 자다. 그 귀는 강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한때 나는 아방가르드의 진창 속에 빠져 있었다. 우리 모두는 그 혼돈 속에서 살아왔고, 혼돈의 공포에 눈이 멀어 있었다. 다행히 나는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이런 점에서 나는 행복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빛은 슬픔의 강 너머에 있다. 이제 내가 당신들한테 질문하고 싶다. 슬픔의 강을 어떻게 건너는가?"
정찬, <슬픔의 노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