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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김현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저: 김현철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3년 9월20일
아마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우리 삶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던 거대한 실험은 결국 실패했는데, 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실상 배신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그 시작이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시작되었다고 믿으므로 여전히 그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의 탐욕을 전제로 하는 체제 속에서도 우리는 약자를 외면하지 않으며, 그들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여러 복지제도가 도입되고, 적어도 기초적인 생활이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전체적인 사회의 부를 줄일지언정, 우리는 그러한 노력과 관심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사람, 김현철은 홍콩대 경제학과 및 정책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했고 의사로 활동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경제학으로 자신의 길을 다시 걷게 된 계기는 바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그것 즉 사람에 관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정책과 경제학으로 이어졌다.
경제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일단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경제학적 시점에서 풀어내며 전혀 어렵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이슈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것은 능력주의, 교육, 실직, 인생의 황혼 등 다양한 것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이 나는 것은 마이클 센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다. 우리 사회는 과도한 능력주의에 빠져있는데, 그것이 불공정과 불평등을 포장하는 이론이 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 가치가 심화함에 따라 학력은 더욱 첨예한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업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운칠기삼(運七氣三)’이 아니라 ‘운칠복삼(運七氣福)’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운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실증된 사회적 데이터는 잘사는 집 아이들이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이미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잘 사는 집 부모들이 과연 그들이 말한 것과 같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오늘날 부모가 자녀들의 교육에 큰 투자를 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임이 증명되었다. 여러 사회적 분석은 고졸과 대졸의 평생 임금 차를 추적함으로써, 교육 투자가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 보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학교는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명목으로 폐쇄되었다.
문제는 공공교육이 사실상 몇 년간 마비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차가 매우 심해졌다는 것이다. 부자 세대와 가난한 세대는 교육 투자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당연히 학력차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조사도 중간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대폭 감소함으로써 이러한 예측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로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생산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경제의 축소와 불황을 의미한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는 더는 혼인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제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청 설립을 통한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추진하기도 하고,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통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기도 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에 대한 찬반은 치열하기는 하지만, 나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이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생산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외국인 노동자 혹은 이민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유럽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한 가능성이 크다, 비록 노동력 유입에 따라 경제는 유지되더라도 엄청난 수의 이민자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보다는 유리될 가능성이 크다.
출산의 회피는 육아와 교육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은퇴한 조부모 세대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 세대를 위해서 황혼 육아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황혼 육아는 급속도로 조부모 세대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하지만 만약 부모 세대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두고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된다면 이는 생산인구의 감소와 경력 단절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가사 도우미의 도입은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도입에 찬성한다. 다만, 이것이 부유층만이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이 되어야만 한다. 또한, 취약계층도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 협의가 필요하겠으나, 이른 시일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생각했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된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다. 어려운 용어와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그가 마지막에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공동체에는 불행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사회적 문제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