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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해온 주소지에 서있는 것은 오래된 2층짜리 연립주택이었다.

방 한 칸 한 칸이 얼마나 비좁은지는 건물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근처에 대학이 몇 군데나 있어서 주로 그 대학생들의 입주를 전제로 한 건물일 터였다.

1층 가장 안쪽이 와키사카 다쓰미의 방이었다.

프레임에 온통 녹이 슨 자전거가 현관문 옆에 세워져 있었다. 작은 창문 너머는 깜깜했다.

도어폰이라는 세련된 기기는 눈에 띄지 않아서 고스기는 직접 문을 두드려야 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와키사카 씨, 와키사카 씨, 라고 두 번 불러봤지만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기척은 없었다.

집에 없나?” 고스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녁 먹으러 나갔는지도 모르죠. 잠시 기다려볼까요?”

시라이의 제안에 그러자고 대답하면서 고스기는 옆집을 살펴보았다.

문패는 달리지 않았지만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고스기는 그쪽 현관문 앞까지 이동해 노크해보았다.

곧바로 네에, 라고 남자 목소리가 응했다.

잠깐 실례 좀 해도 될까요?” 고스기가 말했다.

누구십니까?”

관청 사람입니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요.”

대답은 없었지만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자물쇠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하지만 체인은 걸어둔 상태였다.

문 틈새로 얼굴을 내민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아마 대학생일 것이다.

고스기는 경찰 배지를 제시했다. “저녁 시간에 미안하네.”

청년의 눈이 둥그레졌다. 두려움과 놀람이 섞인 기색이 얼굴에 떠올랐다.

옆집의 와키사카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뭔데요?”

와키사카와는 평소에 왕래가 있나?”

청년의 눈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합니다. 같은 대학이고 해서요.”

가이메이대학?”

, 라고 청년은 대답했다.

근데 학부는 달라요. 저는 공학부, 그 친구는 아마 경제학부일 거예요.”

고스기가 이름을 묻자 청년은 마쓰시타 히로키라고 밝혔다.

와키사카와 마찬가지로 4학년이라고 했다.

와키사카가 지금 집에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어디 갔는지 알아?”

마쓰시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모르는데요.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아서…….”

학생은 오늘 계속 집에 있었어?”

아뇨, 오전에는 학교에 갔어요. 집에 돌아온 게……3시쯤이었나?”

그 뒤에는? 어딘가 외출했어?”

아뇨, 혼자 집에 있었어요.”

와키사카는 어땠지? 집에 있는 것 같았어?”

글쎄요…….” 마쓰시타는 고개를 외로 꼬았다.

죄송합니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직접 본 건 아니라는 거지?”

, 그렇죠. 오늘은 못 봤습니다.”

집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없었어?”

들렸을 수도 있지만, 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이 아파트가 워낙 벽이 얇아서 밖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뒤섞여서 들려오거든요.”

와키사카의 휴대전화 번호는 알고 있나?”

아뇨, 모르는데요.”

메일을 주고받은 적은?”

그것도 없어요. 볼일이 있으면 직접 가는 게 더 빠르니까요.”

그러면 와키사카와 친한 사람 중에 자네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여기에서도 마쓰시타는 트릿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친구가 자주 놀러오는 것 같긴 하던데, 제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

허탕인가, 하고 고스기는 낙담했다.

이 대학생에게서는 유익한 정보를 얻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됐습니까? 제가 내일까지 꼭 제출해야 할 리포트가 있어서요.”

, 이거 미안하게 됐네. 협조해줘서 고마워.”

고스기가 인사를 건네자 마쓰시타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다.

결국 마지막까지 체인은 풀어주지 않았다.

도무지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네.”

고스기가 속닥거린 직후, 코트 속에서 스마트폰이 착신을 알렸다.

난바라에게서 온 것이었다.

, 고스기입니다.”

와키사카는 만났어?”

그게요, 지금 집에 없어요.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어서

여기서 좀 더 기다려볼까 하던 참입니다.”

그 아파트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은 없었나?”

옆집에는 물어봤는데 그리 친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 그래? 근데 혹시 문 손잡이는 만지지 않았지?”

문 손잡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와키사카 집 현관문 손잡이 말이야.

혹시 만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거야. 아니면 벌써 손을 댄 거야?”

초조한 듯이 난바라가 재우쳐 물었다.

고스기는 와키사카의 집 쪽으로 몸을 돌리고 현관문 손잡이를 쳐다보았다.

아뇨, 우리는 손대지 않았는데요.”

좋아. 그럼 그대로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 곧 그쪽으로 감식반이 나갈 거야.

문 손잡이의 지문을 채취하기로 했으니까 아무도 손대지 않게 잘 감시해.”

사건현장에서 범인의 지문이 발견된 겁니까?”

아까 얘기했던 대로 우편함 바닥에 숨겨뒀다는 그 부엌문 여벌열쇠야.

감식반에서 조사해본 바, 피해자의 것도 아니고

후쿠마루 부부의 것도 아닌 지문이 찍혀 있었어. 게다가 명백히 최근에 찍힌 것이래.

그 부부의 아이들은 지난 일 년 동안 손을 댄 적이 없다고 하니까

이건 범인의 지문일 가능성이 높아.”

그 지문, 사건현장에서도 발견되었어요?”

현장에는 여러 개의 지문이 남아 있어서 지금 대조 중이야.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자네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알았지?”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뒤 고스기는 시라이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부엌문 여벌열쇠에 지문이라고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범인이 그런 걸 남겨두고 갈까요?”

 시라이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깜빡하는 실수라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

사람을 죽인 직후이고 보면 도망칠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해져서

그런 것까지는 미처 신경을 못 썼는지도 모르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원박스 왜건이 나타나 바로 앞 도로 옆에 섰다.

슬라이드 도어가 열리고 모자를 쓴 감식반 담당자 두 명이 내렸다.

고스기는 그 둘 다 면식이 있었다.

늦게까지 잔업하느라 수고가 많네.”

나이 많은 쪽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느닷없이 생고생이지 뭐야.”

내일부터는 더 힘들걸요?” 고스기가 말했다.

일단 본청 사람들이 들이닥칠 테니까요.”

하하하, 그건 그렇지.” 맞장구를 치면서도 어딘가 여유가 있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관할서 감식반은 초동수사로 대부분의 업무가 끝난다.

본청 사람들에게 턱짓으로 지시받을 일은 없다고 안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문제의 그 집은 어디야?”

저기예요.” 고스기는 와키사카 다쓰미의 집을 가리켰다.

저 자전거도 이 집 사람 것인가?”

아마 그럴 겁니다.”

나이 많은 감식반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젊은 파트너에게 뭔가 귀엣말을 했다.

곧바로 두 사람은 작업에 들어갔다. 젊은 쪽이 현관문 손잡이의 지문을,

나이 많은 쪽이 자전거의 지문을 채취하기로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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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7-12-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건을 읽어보면서 풀어보고 싶어지네요^^

고귀한 수영이 2017-12-23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슬슬 게이고옹 특유의 감질맛 나는 사건이 시작되는 군요.

애니는재미있어 2017-12-2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밝혀지는 느낌이네요.
 

이제 30여 분만 달리면 도쿄역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팍 호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착신을 알렸다.

개인 스마트폰이 아니라 직장에서 대여해준,

아니, 그보다는 강제로 지급해준 스마트폰 쪽이었다.

고스기 아쓰히코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채 좌석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차문을 열고 연결통로로 나온 뒤에 스마트폰을 터치해

고스기입니다라고 짐짓 딱딱한 말투로 응했다.

출장은 잘 다녀왔어?” 상사 난바라가 끈적끈적한 말투로 물었다.

, 정말 피곤하네요.” 고스기는 대답했다.

아침 첫 신칸센으로 센다이에 가서 온종일 돌아다녔거든요.

점심시간 빼고는 잠시도 쉬지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신칸센에서 한숨 잤잖아.”

근데 제가 요즘 불면증이에요. 겨우 눈 좀 붙이는가 했더니 이 전화가 걸려오네요.”

흥 하고 난바라가 코웃음을 쳤다.

하루 출장 근무를 마치고, 자아, 이제 집에 가서 맥주라도 한잔 하자, 라고 했더니만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단 말이지.

그러면 뭐, 당연히 방어선을 치고 싶은 마음도 들겠지.”

그런 게 아니라고 애써 변명할 이유도 의리도 없어서 그에 대한 대꾸 대신 고스기는

무슨 일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난바라는 괜히 한참 뜸을 들이고 나서야 사건이 터졌어라고 말했다.

그야 물론 그럴 거라고 고스기는 생각했다.

센다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사람에게 단순한 허드레 심부름을 시키려고 전화를 걸었다면

그거야말로 큰 민폐다.

무슨 사건인데요, 라고 물어보려는 참에 난바라가 말을 이었다.

살인사건이야.”

고스기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제발 잘못 들은 것이기를 빌었다.

, 저기요.” 헛기침을 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믿고 싶지 않은 그 심정은 잘 알아. 나 역시 똑같은 심정이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거짓말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야. 말 그대로 살인사건이야.

현장은 미타카 시 N동의 단독주택. 강도 살인이야. 금품도 훔쳐갔어.

살해된 피해자는 그 집에 사는 80세 노인이야.”

난바라의 말을 듣고 고스기는 가슴속에 암울한 기분이 퍼져갔다.

조무래기 깡패들이 서로 싸우다가 기운이 넘쳐서 죽여버렸다느니 하는

단순한 사건은 아닌 것 같다.

저기요, 계장님.” 희미한 기대감을 품고 고스기는 물었다.

범인은 어떻게 됐습니까?”

잡히지 않았어. 자수한 것도 아니고.”

역시 그런가, 하고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 고개를 툭 떨구었다.

일이 그렇게 됐으니까라고 난바라는 말을 이었다.

당장 초동수사에 들어가야 해.

자네도 피곤할 텐데 미안하긴 하지만 도쿄에 도착하는 대로 사건현장에 출동해줘.

가능한 한 빨리 가야 해. 주소는…….”

잠깐만요, 오늘은 직접 퇴근할 예정이어서 이미 이런저런 일정을 잡아뒀어요.

일단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도 되겠습니까?”

아니, 그럴 시간이 없어. 혼자 사는 처지에 집에 안 들어가도 별 문제 없잖아?”

고양이 밥 챙겨주고 오는 걸 깜빡했다고요.”

고양이는 그리 쉽게 굶어죽지 않아. 걱정 말라고, 오늘 밤 안으로 집에 보내줄 테니까.

사건현장 주소, 얼른 받아 적기나 해.”

얄미워죽겠는 마음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스기는 양복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난바라가 알려주는 주소를 휘갈겨 썼다.

자네도 잘 알겠지만 이건 큰 사건이야.

수사에 우리 경찰서만 나서지 않을 거라는 점도 미리 알아둬.”

상사의 말에 고스기의 마음은 한층 더 암울해졌다.

합동 수사본부를 꾸린다는 얘기지요?”

틀림없이, 라고 난바라는 단언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 서에 수사본부가 설치될 것 같아.

아침 첫 일정으로 수사회의가 소집될지도 모르니까 그 준비도 해야 돼.

내일부터는 당분간 집에 못 돌아가는 걸로 생각해.”

, 그럼, 이라는 말을 던지고 난바라는 고스기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스기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동댕이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객실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를 조금 지난 참이었다.

 

도쿄역에서 지하철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가장 가까운 역에 도착해서는 택시를 이용했다.

N동은 단독주택이 차례차례 이어진 조용한 주택가였다.

택시에서 내린 고스기는 곧바로 해당 집을 발견했다.

앞쪽 도로에 순찰차가 줄지어 서있었기 때문이다. 구경꾼도 모여들었다.

집 문패에는 후쿠마루라고 적혀 있었다.

고스기 씨,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을 돌아보니 후배 시라이가 다가오는 참이었다.

학생시절에 럭비를 했던 만큼 투박한 몸집의 사나이다.

그런 편 치고는 얼굴은 동안이었다.

외동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아이들 사이에 호빵맨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는 모양이다.

센다이는 어땠어요? 우설(牛舌), 먹어보셨습니까?”

식탐이 강한 시라이는 다른 사람이 출장을 갈 때도 그 지역 특산물을 검색해보는 버릇이 있다.

그럴 틈이 있었겠어? 온종일 뛰어다니느라 녹초가 됐는데.” 고스기는 내뱉듯이 말했다.

실제로는 점심식사 때 우설을 먹기는 했지만 그런 일을 솔직히 신고할 의무는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늦은 시간의 신칸센으로 돌아왔을 텐데.”

아이구, 참으로 애통하시겠습니다.”

! 그나저나 어떤 상황이야?” 고스기는 집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감식반이 작업 중이라 아직 안에는 못 들어가요. 하지만 사진은 받아뒀습니다.”

시라이는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수사원들과 분담해서 근처 탐문을 돌고 있습니다.”

난바라가 말한 대로 본격적인 초동수사에 들어간 모양이다.

난바라 계장님은?”

서에서 피해자 가족의 진술을 듣고 있을 거예요.”

고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투덜거리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곁에 있던 경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차해둔 경찰차 뒷좌석에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경시청 통신지령센터에 신고가 들어온 것이 오후 412분입니다.

여자 목소리였는데, 집에 있던 사람이 살해되었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놀란 상태여서 설명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인근 파출소에서 경관 두 명이 출동해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때쯤에는 신고한 여성도 조금 안정이 되어서 제대로 진술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시라이의 설명에 의하면, 신고한 여성은 이 집의 주부 후쿠마루 가요코였다.

가요코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처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일이 끝난 뒤에는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귀가하는 것이 일과였다.

오늘도 그런 패턴으로 오후 4시 전에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풀려 있었지만 딱히 수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이 귀가했을 시간은 아니었어도

함께 사는 시아버지가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가 문 잠그는 것을 깜빡 잊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가요코는 대문에서 마당을 지나 직접 부엌문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변을 곧장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알게 된 것은 거실로 이동했을 때였다.

거실장 앞에 온갖 물건이 어질러져 있었던 것이다. 서랍이 빠져 바닥에 엎어진 상태였다.

가요코는 거실을 뛰쳐나와 옆방 문을 두드리며 시아버지를 불렀다.

그곳이 시아버지의 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답이 없어서 더럭 겁이 난 그녀는 웬만해서는 무단으로 여는 일이 없는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켜져 있는 텔레비전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런 상황입니다.” 시라이는 들고 있던 태블릿의 화면을 고스기 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다다미방이었다. 바닥에 추리닝 차림의 노인이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옆에는 바둑판이 놓여 있다.

시라이가 화면을 터치하자 다른 사진이 표시되었다.

노인의 목을 클로즈업한 것이다. 명백히 교살흔으로 생각되는 거무칙칙한 선이 보였다.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라이의 말에 의하면, 피해자의 이름은 후쿠마루 진키치.

나이는 80. 전직 회사 임원이었지만 현재는 연금 이외의 수입은 없다.

동거자는 장남 히데오와 며느리 가요코뿐이고

손자 둘은 각각 취직해서 집을 떠났다는 얘기였다.

난바라 계장님은 금품을 훔쳐갔다고 하던데?”

거실장 서랍에 들어 있던 현금 20만 엔 정도가 사라졌어요.

생활비로 다달이 그곳에 넣어두는 게 습관이었다고 합니다.

가요코 부인이 집을 나갈 때는 그 돈이 틀림없이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밖에 훔쳐간 것은?”

피해자의 방에서 뭔가를 훔쳐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 본인 외에는 모르는 재산이 많아서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부부와 자녀들의 방은 2층에 있는데 범인이 그쪽에 올라간 흔적은 없는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현금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도주하는 것을 우선했는지도 모르지요.”

침입 경로는?”

감식반이 대충 둘러본 바로는 부엌문이나 창문에는 안에서 열쇠를 채웠고

망가진 흔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현관으로 들어오고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스기는 집 쪽을 흘끗 보았다. “방범카메라는?”

시라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설치를 안 했더라고요.”

그래?” 고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왜 정부에서는 방범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는 거냐고

투덜거리고 싶어진다.

시라이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화가 걸려온 모양이었다.

, 시라이입니다. ……지금 고스기 씨와 함께 있어요. ……, 알겠습니다.

곧 복귀하겠습니다.” 시라이는 전화를 끊고 고스기를 보았다. “난바라 계장님 전화예요.

급히 서로 돌아오라고 하시는데요.”

무슨 일인데?”

글쎄요, 라고 시라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발 성가신 일은 떠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경찰차에서 내려 둘이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간선도로로 나온 뒤에 택시를 잡았다.

서에 들어서자 벌써 다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복도를 사무기기며

통신기기를 끌어안은 젊은 서원(署員)들이 바쁜 걸음으로 오가고 있었다.

수사본부가 설치될 예정인 강당으로 운반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얼굴빛은 하나같이 칙칙했다.

관할서 경찰관에게는 살인사건의 합동 수사본부가 설치되는 것만큼 우울한 일도 없다.

이쪽의 인력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아니라 경비도 들어간다.

당연히 상사들의 기분은 점점 험악해질 뿐이다.

두 사람이 형사과로 들어가자 난바라가 다른 부하와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 참이었다.

난바라는 고스기 쪽으로 무뚝뚝한 말상 얼굴을 향하고

고단할 텐데 미안하네라고 전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인사를 건네왔다.

어떤 상황입니까?” 고스기가 물었다.

, 보시다시피 이런 상황이야.” 난바라는 빙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뛰고 있어. 자네도 얼른 거들어줘야겠어.”

이미 거들고 있잖습니까.”

고스기가 코트를 벗으려는 것을 , 그대로 입고 있어라고 난바라가 제지했다.

지금 즉시 나가서 알아봐야 할 인물이 있어.”

누군데요?”

산책 담당.”

산책 담당?” 고스기는 미간을 좁혔다. “뭡니까, 그게?”

유족의 진술에 의하면, 후쿠마루 가에서는 시바견을 기르고 있었어.

산책을 시켜주는 것은 피해자가 맡은 일이었는데 반년 전쯤에

허리를 다친 뒤로 장시간 걸을 수가 없게 됐어.

그렇다고 개를 산책시키지 못하면 너무 가엾다고 대학생 알바를 쓰기로 했던 모양이야.”

그 집에 개가 있었던가?” 고스기가 시라이에게 물었다.

시라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는 못 봤는데요?”

그 개, 지난달에 아파서 죽었어.” 난바라가 말했다.

열다섯 살이었다니까 개로 치자면 상당한 고령이야.

원래부터 지병이 있었는데 다리까지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더 악화된 끝에 죽은 모양이야.

그나저나 문제는 그 부상이야.

산책 중에 자전거와 접촉사고가 났다는 얘기인데,

산책을 시킨 사람이 그 알바생이었어.

제대로 주위를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피해자가 엄청 화를 내면서 그 알바생을 해고했다는 거야.”

그게 석 달 전쯤의 얘기야, 라고 난바라는 덧붙였다.

그 알바생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탐문수사를 돌던 친구들에게서 들어온 정보야.

근처에 사는 아주머니가 어제 점심때 후쿠마루 씨 집 안을 들여다보던 남자를 목격했어.

하지만 전혀 낯선 얼굴은 아니고 길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거야.”

혹시 방금 그 이야기에 나온 개 산책 담당 알바생?”

딩동댕.”

난바라는 굵직한 목소리로 어울리지도 않는 리듬을 입에 올리며 검지를 바짝 세웠다.

그러고는 책상에서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유족에게서 어떤 인물인지 얘기를 듣고 우리 쪽에서 검색해봤어. 바로 이 녀석이야.”

사진은 운전면허증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모양이었다. 찍힌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이십대 초반인가. 턱이 날렵하고 눈꼬리는 조금 처졌다.

뭐가 불만인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카메라로 바라보고 있었다.

침입경로에 대한 얘기는 들었나?” 난바라가 물었다.

시라이의 말에 의하면 현관으로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고 하던데요.”

난바라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면서 쯧쯧쯧 하고 혀를 찼다.

감식반의 당초 견해는 그랬지. 근데 사정이 바뀌었어.

유족에게서 중요한 정보 제공이 있었거든. 범인은 부엌문을 통해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부엌문? 부인이 집을 나갈 때 열쇠 채우는 것을 잊어버렸던가요?”

아니, 틀림없이 문은 잠근 모양이야. 하지만 여벌열쇠가 있었어.”

여벌열쇠?”

우편함 바닥에 작은 용기를 붙이고 거기에 부엌문의 여벌열쇠를 숨겨뒀어.

열쇠를 잃어버린 가족이 못 들어올 때를 대비해 넣어둔 것이래.

아까 감식반에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틀림없이 열쇠가 들어 있다는 연락이 왔어.”

그 여벌열쇠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유족의 얘기로는 자기 가족만 알고 있다고 하는데…….”

난바라는 뭔가 다른 뜻이 있다는 듯이 말을 끊었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난바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바견을 실외에서 기르고 마당에 개집도 만들어줬는데 날이 흐릴 때는

부엌문을 통해 실내로 데려오곤 했던 모양이야.

다리가 불편한 피해자가 산책 담당 알바생에게 여벌열쇠가 있는 곳을 알려줬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고스기는 새삼 얼굴 사진에 시선을 떨구었다.

이 알바생에 대해 유족은 어떤 식으로 얘기하고 있어요?”

그게, 가이메이대학 4학년이라는 것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더라고.

피해자가 직접 지인에게서 소개를 받은 모양인데

개 산책을 위해 이 알바생이 집에 드나든 시간이

마침 아들 부부가 부재중일 때라서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도 없다는 거야.”

흐음.”

이 정도만 들어봐도 충분하잖아? 당장 이 녀석을 찾아봐.”

그렇게 말하고 난바라는 메모 한 장을 내밀었다.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것도 모두 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서 꺼내온 것일 터였다.

전화번호는 없습니까?”

아들 부부는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피해자는 알고 있었을 테니까 이제 곧 밝혀질 거야.

판명되는 대로 알려줄게. , 어서 가봐.”

 난바라는 두 사람을 쫓아내듯이 양쪽 손바닥을 내보이며 까딱까딱 까불었다.

그때였다. “어이, 난바라 계장!” 탁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

누가 들어온 것인지는 굳이 얼굴을 확인해볼 것도 없이 알 수 있었다.

고스기가 돌아보자 형사과장 오와다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참이었다.

네모난 얼굴에 굵은 눈썹이 특징이어서 뒤에서는 주로 게다짝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그 집 인근의 방범카메라는 어떻게 됐어? 영상을 죄다 압수해오라고 얘기했잖아.”

지금 입수 중입니다!” 난바라가 직립부동의 자세로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영상에서 뭔가 찾아낸 거 없어?”

아뇨, 영상 해석은 지금 시작하는 단계라서…….”

빨리빨리 해! 뭘 우물쭈물하고 있어?

어물거리다가 1과 쪽에서 성과를 가로채가면 어떡할 거야?

어떻게든 그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범인 체포의 전망을 세워야 해. 알고 있지?”

, 물론 알고 있습니다.” 난바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오늘밤이 고비야, 오늘밤이! 우리 쪽 인원을 총동원해서라도 단서를 잡아.

약간 강제적인 수단쯤은 내가 다 커버해줄 테니까.”

,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시라이가 고스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가시죠.” 작은 소리로 말했다.

, 그게 좋을 것 같다.”

오와다가 난바라를 향해 꽥꽥 소리치는 것을 등 뒤로 들으며

고스기는 시라이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게다짝 과장, 대체 왜 저래? 유난히 길길이 뛰잖아. 평소보다 더하네.”

걸음을 옮기면서 고스기가 말했다.

서장이 본청 수사1과에 지원을 요청했다잖아요.”

역시 그렇군. 하긴 강도 살인사건에 범인이 오리무중이라면 당연히 지원을 요청해야지.”

근데 1과의 담당 팀이 어딘지를 들은 뒤부터

오와다 과장님 기분이 갑자기 험악해졌다는 거예요.

아까 언뜻 들었는데 7팀이 재청(在廳)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고스기는 발을 멈췄다. “7팀이? 진짜?”

재청이란, 즉각 수사에 투입될 수 있게 경시청에서 대기한다는 뜻이다.

수사본부가 설치될 때는 기본적으로 재청 중인 팀이 출동하게 된다.

그 팀이 출동하면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시라이가 물었다.

“7팀의 하나비시 팀장이 오와다 과장과 경찰학교 동기잖아.”

고스기는 목소리를 낮춰 속닥거렸다.

옛날부터 견원지간이라서 매사에 경쟁했던 모양이야.

둘 다 똑같이 경감 급이라도 한쪽은 본청이고 한쪽은 관할서야.

아무래도 차이가 나버렸다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지.”

아하, 그렇군요.”

수사본부가 설치되면 아무래도 주역은 본청이 되잖아.

관할서는 준비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동동거리는 잡무 담당이지.

오와다 과장으로서는 그러잖아도 굴욕적인 판에 실질적으로 지휘권을

잡는 사람이 천적 하나비시 팀장이라면 아마 속이 부글부글 끓을 거야.”

그래서 1과가 들이닥치기 전에 어떻게든 범인 체포 전망을 세우라는 거군요.”

“1과가 오게 되면 초동수사 기록은 물론이고 그 밖의 온갖 정보를 죄다 내놓아야 하니까.”

큼직한 박스를 품에 안은 서원 두 사람이 앞을 지나갔다.

각자 얼굴에서 이미 피곤한 빛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들 역시 수사본부 설치를 위한 준비에 차출됐을 터였다.

이 녀석이 범인이라면 일이 정말 수월할 텐데.”

고스기는 난바라에게서 받아온 메모를 들여다보았다.

주소는 미타카 시, 이름은 와키사카 다쓰미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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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2017-12-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미미디어에서 히가시노 게이노작가님의 작품이 나왔네요 믿고보는 게이고작가님 기대합니다!!

모르 2017-12-2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지 모를 여성과 살인사건의 등장...흥미롭네요! 기대할게요!

필리아 2017-12-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건 어떤 것을 봐야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으시는걸까, 하고 기대하고 찾아보게 되네요

전자책상가 2017-12-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이벤트로 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 아무래도 라노벨을 읽다보면 1인칭 시점의 화자가 많은데, 이런 3인칭 시점의 글을 보니깐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1,2를 쭉 보는데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박동현 2017-12-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알게된 작가님!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고 할 분이죠. 은은하면서도 탄탄한 구성, 흡입력 있는 스토리. 이번 눈보라 체이스는 스키장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라는데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고귀한 수영이 2017-12-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연재도 정말 흥미진지하네요. 정말 빨리 책으로 만나보고 싶고 이렇게 연재로 읽는 것도 나름 재미가 남다르네요.

애니는재미있어 2017-12-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건이 발생했네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요
 

마침 딱 좋을 만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리프트에서 내려서자마자 와키사카 다쓰미는 자리에 앉는 일 없이 뒷발의 바인딩을 장착했다.

그리고 그 길로 잽싸게 타고 내려갔다.

다른 사람이 준비를 끝내기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혼자 왔을 때의 큰 장점이다.

워밍업 걷기는 충분히 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평소에 다니던 지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원래는 레귤러 스탠스지만 간간이 스위치 스탠스로 바꿔가면서

정비를 마친 중급 정도의 코스를 내달렸다.

카빙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경사면인데도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그 앞에는 비압설(非壓雪)의 상급자 코스가 기다리고 있어서 눈이 내린 직후가 아니면

거의 전면이 울퉁불퉁한 비탈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쓰미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쪽으로 내달린 것은 자기만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압설(壓雪) 부분을 지나가자 설면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적당히 부드러운 곳은 활주하면 상쾌할 만큼 재미있지만 그것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어제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니까 이대로 가면 그 울퉁불퉁한 비탈길에 돌입하는 것뿐이다.

일부러 그런 곳에서 스노보드를 타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달랑 혼자 차를 운전해가며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니다.

미리 점찍어둔 포인트가 점점 다가왔다. 다쓰미는 스노보드를 저어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남의 시선은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해도 잔소리 많은 패트롤 아니라면 신경 쓸 필요 없지만 규칙을

위반하는 장면은 가능하면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경사지 왼편으로 숲이 펼쳐졌다. 그 앞쪽에는 빨간 로프가 가로막고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너머는 활주 금지구역이다.

그래도 다쓰미는 로프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

목표 포인트를 발견했다. 그곳을 노리고 상체를 낮추며 한껏 머리를 숙였다.

무사히 로프 밑을 통과. 내달려온 힘을 이용해 멋지게 오르막을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신경이 쓰이는 것은 거기부터다.

좁은 간격으로 서있는 나무들을 피해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신중해져서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은 그야말로 금기사항이다.

장소에 따라서는 극단적으로 경사도가 낮아지는 곳이 있다.

숲 속은 비압설(非壓雪)이다.

보드가 눈에 파묻혀 옴짝달싹 못하게 되면 그건 정말 눈뜨고는 못 볼 처참한 꼴이다.

나무가 밀집한 구역을 무사히 빠져나오자 갑작스럽게 시야가 확 트였다.

발치에 멋들어진 파우더 존이 펼쳐져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최고의 비밀장소다.

다쓰미는 속도를 늦추는 일 없이 뛰어들었다.

풍성한 눈이 그의 스노보드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그대로 중력에 몸을 맡기고 타고 내려간다.

마치 손오공의 근두운(觔斗雲)을 탄 듯한 부유감과 질주감이 있었다.

, , . 바람, 바람, 바람.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틀림없이 포효를 내질렀을 것이다.

이러니 스노보드는 그만둘 수가 없다. 파우더 런은 그야말로 최고다.

하지만 천국의 시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광대한 산 속이라도 적당한 경사도를 갖췄고

게다가 나무들이 밀집하지 않은 구역은 극히 일부분뿐이다.

그래서 다시 밀집한 나무 사이를 빠져나가야 한다.

단 이건 이것대로 긴장감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기는 하지만.

저만치 앞쪽에서 사람이 보였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투톤 컬러 스키복에 검은색 헬멧.

스키 폴을 들지 않은 것을 보면 스노보더일 터였다. 몸매로 봐서는 여자인 것 같았다.

나무 사이에 멈춰 서서 뭔가 하고 있었다.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일까.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사고 같은 건 아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셀카였다.

카메라를 들고 팔을 한껏 뻗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앵글로 찍히지 않는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쓰미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제가 찍어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여성 스노보더가 다쓰미 쪽을 돌아보았다.

 

?”

다쓰미는 카메라로 찍는 포즈를 취하며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셔터 눌러드린다고요.”

, 부탁 좀 해도 될까요?”

약간 허스키하지만 젊음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좋아요, 어떤 식으로 찍어드리면 되죠?”

그러자 그녀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스노보드의 한쪽 발을 풀어놓은 상태,

이른바 원풋으로 다쓰미가 서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저 앞에 하트 모양으로 생긴 경치가 있는데, 보이세요?”

그렇게 말하며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저 먼 곳을 가리켰다.

하트 모양이라고요?”

저기 바로 앞에 큰 나무가 있는데 윗부분의 나뭇가지가 Y자로 크게 갈라졌죠?

그리고 그 너머에 산의 능선이 있어서 정확히 하트 모양으로 보이는데.”

어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곧바로는 알지 못했지만 상하좌우로 시야를 이동시키는 사이에 문득 그 모양이 눈에 잡혔다.

하트의 아래 반절을 나뭇가지가, 위 반절을 능선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진짜네. 재미있는데요? 이런 식으로도 보이는군요.”

그 하트 모양을 배경으로 저를 찍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 잡혀서요.”

알았어요. 찍어볼게요.”

다쓰미는 오른발의 바인딩을 풀고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고글을 쓴 채로는 액정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서 비니모자 위로 올렸다.

 

어디쯤에 서면 하트가 나올 것 같아요?” 여자가 물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뒤로 물러서보세요. 몸 전체가 다 들어가는 게 좋아요?”

아뇨, 상반신만 나오면 되는데.” 여자가 천천히 뒤로 물러서면서 대답했다.

그럼 거기쯤에 서면 돼요. , 찍습니다. 치즈.”

여자가 오른손으로 V자를 만들었다. 고글과 페이스마스크 때문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안 나올지 모르니까 한 장 더.” 그렇게 말하고 다쓰미는 카메라를 다시 맞추려고 했다.

, 잠깐만요. 기왕이면 이렇게.” 여자는 고글을 헬멧 위로 올리고 페이스마스크를 벗었다.

다쓰미는 가슴이 덜컥했다.

커다란 눈은 적당히 눈 끝이 치켜 올라가 오만한 고양이를 떠올리게 했다.

갸름한 얼굴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턱이 가늘고 콧날은 높고 반듯했다.

그야말로 다쓰미가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너무 빤히 쳐다볼 수도 없어서 앵글을 정하고 셔터를 눌렀다.

고마워요. 다행이네요.”

여자가 원풋으로 다시 다쓰미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다쓰미는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화면으로 사진을 확인한 그녀는

와아, 정확히 잡혔는데요?”라면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여기 자주 오세요?” 다쓰미가 물었다.

자주, 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 시즌에 몇 번 정도? 마음에 드는 스키장 중 하나예요.”

역시 그렇군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곳을 타고 내려갈 리가 없죠, 이런 비밀장소를.”

그녀는 카메라를 호주머니에 챙겨 넣더니 어깨를 으쓱 쳐들었다.

코스 밖의 구역을 달리는 게 금지사항인 줄은 알지만

아무래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어서요. 나쁜 짓이죠?”

그렇게 치자면 저도 똑같은 죄를 졌죠.”

그래도 덕분에 좋은 사진을 찍었어요.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페이스마스크를 쓰고 고글을 다시 내렸다.

헬멧 옆에 별모양의 핑크색 스티커가 여러 개 붙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혼자 오셨어요?”

조금 마음에 걸려서 다쓰미는 확인해보았다.

여성 스노보더는 뒤꿈치의 바인딩을 잠근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나도 혼자 왔는데.”

혼자 타면 마음 편해서 좋죠?”

마치 다쓰미의 속셈을 꿰뚫어본 듯한 한 마디였다.

괜찮다면 함께 타시겠습니까, 라고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 그렇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주로 어디서 타세요?”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바꾸었다.

홈그라운드는 사토자와예요. 오늘 여기서 달려본 뒤에 다시 그쪽으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 사토자와 온천스키장?” 다쓰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 최대급의 스키장이다.

나는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굉장히 넓고 설질(雪質)도 훌륭하다던데요.”

최고예요. 한 번 오세요.”

꼭 가봐야겠네요. 이번 시즌에 한참 더 타실 거죠?”

물론 그럴 생각이에요. 겨울철에는 이게 유일한 즐거움이니까.”

, 그렇다면 나하고 똑같네요.”

서로 간에 부상 없이 재미있게 타기로 하죠. , 그럼 또 어딘가에서.”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손을 흔들더니 활주를 시작했다.

다쓰미도 서둘러 바인딩을 장착하고 출발했다.

뒤를 따라가며 그녀의 활주 모습을 보고는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밀집한 나무 사이를 눈보라를 일으키며 휙휙 빠져나간다.

그 자세가 화려하고 다이내믹했다.

마치 여자라고 얕잡아보지 말라고 일갈하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가 벌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이윽고 정규 코스가 앞쪽에 보이기 시작했다.

다쓰미는 코스를 벗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한껏 낮춰 로프 밑을 지나갔다.

곧바로 경사면 아래를 둘러봤지만 조금 전 그 여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아직 코스로 돌아오지 않고 또 다른 코스 밖 루트를 달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아쉽다,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거절당할 각오로 함께 타자고 말이라도 해볼걸.

이래저래 후회를 하면서 다시 타고 내려갔다.

그야말로 잠시잠깐 바라본 여자의 얼굴이 눈에 선하게 남아 있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돌아온 것은 오후 3시가 지난 무렵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스노보드와 부츠를 짐칸에 휙 넣었다.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다 운전석에 앉아서 마셨다.

지금부터 몇 시간 동안 도쿄를 향해 혼자서 운전해야 한다.

뺨을 탁탁 때리며 다시 한 번 기합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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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7-12-2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진짜 대박이네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게이고 성님의 신작 눈보라 체이스라니!! 정말 대박 기대됩니다.

애니는재미있어 2017-12-2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대되는 시작이네요!
 

1202011

 

구도 겐은 흰 바둑돌을 잡아 지정된 장소에 놓았다.

돌이 목판을 쳐서 메마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둑돌을 잡기 시작한 지 3.

기사처럼 멋지게 두지는 못하지만 옛날처럼 돌을 놓을 뿐인 손놀림보다는 상당히 나아졌다.

, 89.”

낭독하는 여성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긴장이 풀려 있었다.

이미 승패가 움직일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단순히 무료해서인 듯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아는 승패를 더듬어가는 것은 무료한 일이다.

바둑판 건너편에는 젊은 친구가 앉아 있었다. 기타카타 마모루.

작년에 막 프로 기사가 된 친구였다. 구도는 조금 전부터 이 소년에게 낙담하고 있었다.

자신이 패배하는 상황인데도 분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직 고등학생일 터였다.

서른다섯이 된 자신과는 달리 콧대가 높아도 좋을 나이였다.

그럼에도 이미 패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30.”

낭독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타카타는 다른 수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지만,

필사적인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담담했다.

기타카타, 부끄럽지 않은가.

마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구도는 옆의 컴퓨터에 시선을 옮겼다.

화면상에는 바둑 소프트웨어인 슈퍼 판다가 가동되고 있었고 기판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었다. 형세를 측정한 포인트는 만회 불가능할 만큼 벌어져 있었다.

졌습니다.”

기타카타가 말했다. 돌을 던졌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하는 그 말은 마치 퀴즈의 정답을 답하듯이 시원스레 울려 퍼졌다.

 

대국 후의 기자 회견장에는 기자가 어느 정도 와 있었다.

구도 일행이 실내에 들어서자 플래시가 팡팡 터졌다.

설치된 단상에 기타카타와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일본 기원의 시라이시 이사장이 앉아 있었다.

3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3년 전 슈퍼 판다가 인간을 쓰러뜨렸을 때 벌어진 소란은 이렇지 않았다.

플래시 세례는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고,

패배한 기사는 영혼을 빼앗긴 듯 맥이 빠져 있었다.

구도 겐은 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자였다.

기타카타와의 대전은 금성전이라고 불리는 컴퓨터와 인간과의 혼합 토너먼트전이었다.

2016.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라는 소프트웨어가 당시 세계 최강의 기사 중 한 명이던

이세돌 9단을 쓰러뜨림으로써 순식간에 바둑 인공지능 붐이 일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도 프로와 소프트웨어의 대결 기운이 높아졌고,

일본 기원을 끌어들여 시작된 것이 금성전이었다. 8

인제의 토너먼트로 인간 네 명에 인공지능 네 종류가 나와서 승부를 겨뤘다.

알파고를 개발한 곳은 세계에서도 굴지의 기술력을 가진 구글이었다.

대국에서 사용된 컴퓨터도 1,000대 이상의 계산 장치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금성전의 규정은 일반적인 스펙을 가진 컴퓨터 한 대였다.

개발자도 민간인이나 대학 연구실 정도라 구글의 개발력과는 비교되지도 않았다.

사전 예상으로 형세는 비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열린 2017년 첫 대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1회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전원 쓰러뜨리고 만 것이다.

그때의 기자 회견 분위기를 구도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잔혹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었고,

단상에 앉은 구도는 무언가 죄를 규탄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로부터 3. 스폰서 관계로 금성전은 이어지고 있었지만,

프로 기사들의 태도는 크게 변화했다. 인공지능에는 이길 수 없다. 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 태도로 담담하게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기원 측에서도 금성전에 주력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는지

2회 대회 이후에는 갓 프로가 된 젊은 친구들을 내보내게 되었다.

이번에는 인간이 두 사람 인공지능이 둘인 4인 토너먼트로 축소되었고 게다가 최종회가 되었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시라이시 이사장님부터 총평해주십시오.”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시라이시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구도는 회견장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다음에 구도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일이 길어지면 못 갈지도 몰라라고는 말했지만 불계승을 거둠으로써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을 든 다음, 한두 질문 정도만 간략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이사장의 총평은 끝나 있었다.

기자 집단이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지명된 사람은 젊은 여성 기자였다.

구도 선생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안 붙여도 됩니다. 아무것도 가르친 게 없으니까요.”

구도는 마이크를 잡고 농담처럼 말했다.

신참 기자인지 긴장하고 있었다. 구도의 농담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초반에 승리를 거두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솔직한 소감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 우선은 대전에 응해주신 기타카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유망한 젊은 기사님과 대결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사람과의 싸움은 소프트웨어 기사 간의 대결과 달리 독특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올해도 그 느낌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은 결승전이네요. 결승을 향한 포부를 들려주십시오.”

포부라고 해도 싸우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슈퍼 판다가 알차게 싸울 수 있도록 보조자로서 만전의 준비를 다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건강한 생활과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거겠죠.”

 

구도는 그리 말하고 미소 지었다. 여성 기자도 덩달아 웃음을 흘렸다.

슈퍼 판다는 구도가 개발한 바둑 소프트웨어였다.

알파고가 인류를 쓰러뜨린 2016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7년과 2018년 금성전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흑과 백에서 착안한 무난한 이름이었지만 무난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바둑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심심풀이였다. 심심풀이에는 심심풀이 정도의 이름이 딱 적당했다.

 

전 회에서 슈퍼 판다가 결승전에서 스토머크 파이브에 패배했습니다.

 이번에 복수심에 불타올라 있지 않습니까?”

 

먼젓번 대회에서 슈퍼 판다는 처음으로 패배했다.

와세다 대학 정보공학계열 연구실이 개발한 스토머크 파이브라는 소프트웨어와의 대전에서였다. 바둑을 비틀어서 표현한 () · ()에서

가져온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본업을 하는 한편 개발했다고 한다.

글쎄요…….”

바둑은 심심풀이였다. 이기든 지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그걸 그대로 말할 순 없었다.

구도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1년간 복수를 목표로 삼아 정진해왔으니까요.

결승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도의 부드러운 대답에 여성 기자는 안심하는 얼굴을 했다.

기타카타 선생님.”

다른 남성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쪽은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대형 신문사 문화부 소속으로 바둑 관전기를 자주 쓰고 있는 기자였다.

오늘의 패인을 여쭙고 싶은데 기타카타 선생님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선생님이란 호칭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기타카타 선생님. 답해주십시오.”

압박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기타카타의 표정이 조금 흐려지는 것이 보였다.

……. 초반부터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수가 많아서 난감했습니다.

16수 걸침에서 이어지는 흐름 등 그다지 본 적 없는 수도 있었고……. 58수 이후의 4선을 관통하는 중반의 전개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이번 슈퍼 판다의 초반은 2년 전 무라이 선생님 전의 기보와 흡사한 것 같습니다. 그때 무라이 선생님은 좀 더 참고 견뎌냈지요.”

흐음. 그랬습니까?”

슈퍼 판다가 초반에 놀랄 만한 수를 많이 낸다는 건 유명합니다. 의도를 읽을 수 없는 수가 중반 이후에 이어져가는 것도 인공지능의 독특한 기풍입니다. 제 눈에는 기타카타 선생님이 슈퍼 판다의 기본적인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종 휘둘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솔직히 연구 부족 아닌가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저도 나름대로 연구하긴 했습니다만.”

구도 씨께 질문 드립니다.”

구도에게는 선생님을 붙이지 않았다. 남자는 도전적인 눈매를 하고 있었다.

이번 금성전에는 베테랑 메구로 8단이 인간 측 대표로 출전합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라니 무슨 말이죠?”

조금 전에 구도 씨는 결승에서 스토머크 파이브와 붙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스토머크 파이브와 메구로 8단의 대국은 다음 달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메구로 선생님이 결승 상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라오면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구도는 마음 표면에서 명멸하는 그 말을 무시했다.

메구로 다카노리.

7대 타이틀 중 혼인보(本因坊)와 고세이(碁聖)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거머쥔 톱 프로였다.

올해 금성전에는 인간 측 대표로 그가 출전했다.

구도는 남성 기자를 쳐다보았다. 바둑을 사랑하고 있을 테다.

3년 전 제1회 금성전에서 인류가 참패를 기록했을 때 패배한 기사 누구보다도 쇼크를 받았다.

메구로 선생님은…….”

이 남자의 세계를 더 부숴볼까.

그런 심술궂은 마음이 뇌리를 스쳤다. 구도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훌륭한 기사입니다. 최신 인공지능이라고 하지만 방심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에 했던 실례되는 말은 철회하겠습니다.

대전이 정해지면 온힘을 다해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그렇습니까. 답변 감사합니다.”

남자는 조금 납득한 모습으로 앉았다. 보이지 않나 보다. 구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에 이길 수 없어. 영원히.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회견은 이어지고 있었다.

 

2

 

자신과 같은 인간은 없다. 자신은 타인과는 다르다.

구도가 그 사실을 인식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에 읽던 도라에몽만화에서 진구와 친구들이 시험 점수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저렇게 간단한 시험에서 100점을 못 받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매번 무난하게 100점을 받는 것은 소수파로,

그 외 대부분은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온갖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구도는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교과서는 2시간이면 읽을 수 있었다.

그걸 조금씩 조금씩 1년이나 걸쳐서 다 읽는 행동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구도는 그로부터 한동안 숨을 참고 주위를 관찰했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은 확률이나 소수라는 개념을 이해 못했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은 나쓰메 소세키를 읽을 수 없었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은 50미터 달리기를 9초대 전반으로 달릴 수 없었다.

자신은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딱히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

구도에게 있어서 다행이었던 점은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이 자의식을 모두 드러내면 분명 박해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감추고 주위 인간들을 뒤에서 계속 조종하는 편이 현명하다.

구도는 가면을 쓰기로 했다. 겸손으로 무장하고 늘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자기표현은 그다지 하지 않고 여차할 때는 믿음직스럽게 행동했다.

애교와 유머와 배려, 그 균형을 적당하게 잡아 질투도 반감도 사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절했다.

구도는 그런 포지션에 자신을 두도록 늘 유의하며 초등학교 6년을 보냈다.

그 생활은 쾌적했다. 하지만 무료했다.

 

여자 친구가 처음 생긴 것은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구도는 테니스부에 들어갔다. 상대는 한 살 위 선배로 고백은 상대에게 받았다.

구도는 사귀기로 했다. 딱히 좋아하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싫어할 정도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섹스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경험은 부모님이 집을 비운 여자 친구네에서 마쳤다.

처음 들어가는 여자 방. 그녀의 미묘하게 둥그스름한 신체와 적당하게 탄 건강한 살결.

알몸으로 서로 마주한 순간, 그때의 폭발하는 듯한 기대감을 구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자 대수롭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는 중학생치고는 섹스가 능숙한 편이었지만

구도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체의 감촉에 바로 질려버렸고 침대 위에서 배려를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다들 이런 데 빠져 있는 건가. 구도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구도에게 있어서는 그 실망조차 예상 범위 내였다.

섹스는 딱히 그렇게 기분 좋지 않아.’

오히려 자위하는 편이 나아.’

그런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정보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따분한 일이 늘었다. 그뿐이었다.

예상. 구도를 괴롭힌 것은 바로 이 예상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테니스도 그랬다.

이대로 연습을 쌓아나가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연습 강도를 높이면 어느 정도 상위권에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톱은 될 수 없다.

자신의 잠재 능력을 예상하는 일과 얼마나 노력하면 보상이 얼마나 돌아오는지

알아보는 비용 대비 효과.

구도는 그 계산을 높은 정밀도로 실행할 수 있었다.

스포츠에서뿐만이 아니었다. 공부도 놀이도 인간관계도.

연애도 그랬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여성이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지.

계획대로 움직이면 구도는 대부분의 여자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있는 연애만큼 시시한 것도 없었다.

여자를 닥치는 대로 따먹을까.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구도는 자중했다.

그러면 박해를 받을 뿐이다. 어차피 섹스는 시시하고 여자와 나누는 대화도 시시하다.

진지해질 일도 아니었다.

연애는 영양제와 같았다.

구도는 어느 시기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페닐에틸아민.

연애 호르몬으로 속칭되는 그것들이 뇌 안에서 활발해지는 상태,

그것이 사랑하는상태다. 연애란 뇌내 물질의 분비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섭취하면 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구도는 오로지 인간관계를 조절했고 때로 영양제를 섭취하면서 보냈다.

 

눈을 뜨자 구도는 택시 뒷좌석에 있었다.

택시에 탄 것까지는 기억했지만 어느새 잠이 든 모양이었다.

심심풀이였지만 기타카타와의 대국은 나름대로 심신에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스마트폰을 보았다. 약속 장소까지 앞으로 10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구도는 노트북을 꺼내 프리쿠토를 켰다.

윈도우가 떴고 10명의 여성 이름이 나타났다.

구도는 그중에서 사쿠라 고토리를 선택했다.

조금 전에 금성전이 끝났어. 식은 죽 먹기였지만 꽤 피곤하네. 지금부터 술자리야.”

채팅 화면을 향해 글을 쳤다.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고토리는 글 쓰는 데 부지런한 편이었다.

수고했어. 잘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술자리라면 뒤풀이?”

아니, 대학 동기랑 오랜만에 마시는 거야. 사카키바라 미도리라고 소개했었나?”

아니, 들은 적 없어.”

그렇구나. 다음번에 알려줄게. 역시 긴장했는지 몸이 무겁군. 피곤한 것 같아.”

바쁘더라도 영양분은 섭취해. 지금 계절이라면 사과를 먹는 게 좋아.

하루에 사과 하나면 평생 의사가 필요 없다고도 하니까.”

고토리는 여전히 박식하구나.”

잠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안 돼. 술은 적당히 마셔.”

고마워. 밤에 다시 연락할게.”

구도는 그렇게 치고 송신을 눌렀다. 엄지를 세운 이모티콘이 답장으로 왔다.

손님?”

어느새 택시는 멈춰 있었다.

실례했습니다.”

구도는 노트북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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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2017-11-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화는 조금 어두운것 같네요. 다음 화 기대하고 있을게요.

김신형 2017-11-2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의 요소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소설이 아니라 수필 같은 느낌도 드네요. 이세돌 9단...
 

 

‘Bonus Stage.’

 

갑자기 준야의 컴퓨터 모니터에 그 글자가 떠올랐다.

좀비를 한창 섬멸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게임은 중단되었고 글자만이 깜박이고 있었다.

뭐지? 보너스 스테이지? 이 게임에 이런 모드가 있었던가?

준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면이 바뀌고 ‘Please Wait’라는 글자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화면이었다. 서버 장애일까? 아니 장애라면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표시는 이상하다.

준야는 그대로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 전개는 전혀 시작되지 않았다.

착착 진행되는 점이 자랑인 이 게임으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간격이었다.

리셋하는 편이 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다음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트러블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준야는 기분을 전환하고 책장에서 만화를 빼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때로 게임 화면을 쳐다봤다.

‘Please Wait.’ 화면 안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듯이 글자는 계속 깜박이고 있었다.

 

*

 

하루는 옥상에 나와 있었다.

지면에는 드론 네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특별 주문한 컴퓨터는 방에 두고 왔다.

옥상에는 콘센트가 없어서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았다.

대신 하루의 주변에 있던 것은 소형 맥북이었다.

하루는 맥북을 펼쳐서 클라우드에 다시 접속했다. 조금 서둘러서 행동했다.

조금 전에 하루가 선택한 플레이어의 화면에는 ‘Please Wait’ 경고가 떠 있을 테지만,

플레이어는 성미가 급하다.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로그아웃한 플레이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루는 체크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시켰다.

플레이어 두 사람이 이미 퇴장했지만 다행히 다섯은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JUNYA’의 이름도 있었다.

마침내 찾아왔다. 하루는 마지막 명령어를 타이핑했다.

 

*

 

갑자기 화면이 바뀌고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준야는 읽고 있던 만화를 내던지고 컨트롤러를 잡았다.

보너스 스테이지였지만 게임 화면은 여느 때와 같았다.

게임 개시를 알리는 음악이 흘렀고 좀비에게 점거당한 시부야의 공중이 비춰졌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편성이 이상했다.

드론이 네 사람?”

무심코 말했다. 드론은 단순하고 동작도 간략해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보직이었다.

선택지가 스무 가지 정도나 되는 <리빙데드 · 시부야>에서

한 스테이지에 이만큼이나 되는 드론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또 만났네.”

조금 전에 준야에게 말을 건 플레이어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준야는 수고라는 답변만 쳤다. 플레이 중에는 플레이 쪽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게임 스타트.

게임 개시 지점은 스크램블 교차로 근처에 있는 빌딩 옥상이었다.

준야는 드론을 하강시켜 교차로로 향했다.

교차로에는 좀비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모습이 달랐다.

드론을 보면 맹렬히 달려드는 좀비들이 이쪽을 올려다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좀비들의 움직임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것들이 평소와 달랐다.

드론의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훨씬 느렸다.

배경 배치도 달랐다.

배치가 다르다기보다 그림이 엉성하다고 할까

여느 때의 화면보다 상당히 조잡한 인상을 받았다.

베타 테스튼가?”

준야는 중얼거렸다.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이름을 빌려서 개발자 측이 테스트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보통 그쪽 작업은 디버거를 고용해서 실행할 텐데 돈이 없는 걸까.

그런 데 맞춰주는 건 짜증났지만,

새로운 버전을 한시라도 빨리 플레이할 수 있다면

개발자의 생각에 동조하는 것도 괜찮을지 몰랐다.

준야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준야는 버튼을 누르고 좀비 무리에게 발포하기 시작했다.

 

*

 

하루의 시선 아래.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대혼란이 일어나 있었다.

상공에서 발포를 반복하는 드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하루는 그 광경을 단지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부적인 것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전체를 내려다보며 그 광경을 뇌에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기적이다.

하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외의 감정은 없었다.

단지 이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하루는 흥얼거렸다. 헨리 맨시니의 <문 리버>였다.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

 

게임은 명백하게 이상했다.

덮치고 또 덮쳐도 좀비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총탄은 발사되는 듯했지만, 화면 속의 좀비에게 닿지 않고 통과하는 것 같았다.

이거, 뭐 좀 이상하지?”

플레이어가 채팅으로 말을 걸어왔다.

준야는 컨트롤러를 조작하면서 한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게임 플레이는 반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우리 베타판 디버거인 거 아냐?”

아아, 그럴지도. 이거 이상해.”

버그투성이야. 좀비도 안 죽고 말이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준야는 게임을 종료시킬까 싶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화면상에 화살표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본 적이 없었다.

압박하듯이 화살표는 계속해서 깜박였다. 위로 가라는 걸까.

준야는 조금 망설이다가 드론을 상승시키기 시작했다.

오른쪽 아래 지도에서 빨간 점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준야는 그 의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빨간 점이 있는 장소로 준야를 유도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이 스테이지가 시작된 빌딩 옥상이었다.

다들 화살표 나오고 있어?”

준야는 채팅창에 말을 걸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다른 플레이어는 스크램블 교차로 부근에서 좀비를 계속 쏘고 있는 듯했다.

뭐지? 의문을 품으면서 준야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

 

드론 한 대가 하루의 시야에 떠올랐다.

빌딩 옥상. 드론은 선물을 옮겨다주듯이 천천히 하루에게 다가왔다.

눈을 감았다. 하루는 양손을 펼쳤다.

게임오버다. 이제 곧 세상이 끝난다. 하루의 마음은 흐트러져 있지 않았다.

옮겨다준 죽음을 살그머니 받아들이듯이 하루는 그때를 기다렸다.

아메.”

말이었다.

말이 북받쳐 올랐다. 그 사실에 하루는 놀랐다. 강한 자극에 마음이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말해야 한다. 게임오버. 이 경치가 닫힌다. 그 전에.

하루는 그 말을 했다.

 

총성이 울렸다. 하루는 뒤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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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형 2017-11-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야가 게임인줄만 알았던 스테이지가 사실은 현실이었단 사실에 놀랐습니다. 하루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까지 희생시키면서까지 남에게 죽고 싶었던 걸까요.. 다음 화가 빨리 보고 싶습니다.

서주원 2017-11-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아메‘와 이 글이 전하고 싶은것이 뭐일지 궁금하네요.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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