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방으로 돌아와 스이를 재운 다음,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우선 어떻게든 해두고 싶은 것이 모험가 랭크다.

모험가 길드는 고기 확보를 위한 해체 작업 때문에 반드시 신세를 져야만 하므로

탈퇴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G랭크로는 등록 말소까지의 기간이 한 달밖에 안 되니까 말이지.

여행을 하며 느낀 건데,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달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 버린다.

그러니 모험가 길드의 랭크를 이 도시에 있는 동안에 올려둘까 한다.

모처럼 안정된 레온하르트 왕국에 왔으니, 이 나라 이곳저곳을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F랭크가 되면 기간이 3개월로 늘어난다고 하니 앞으로 여행을 할 때도

조금은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런고로 여기서 열심히 해서 F랭크를 만들어두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람베르트 씨와 피닉스 여러분과 아는 사이가 된 덕분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도 생겼으니까.

다만, 랭크를 올리려고 해도 지금껏 모험가를 메인으로 활동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랭크가 올라가는지를 잘 모르겠단 말씀.

그래서 내일 모험가 길드에 가서 물어볼 생각이다.

의뢰를 수행한 횟수 같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은 틀림없을 테니, 의뢰도 받아볼까 싶다.

지금은 약초 채취 의뢰 같은 걸 차근차근 수행하며 노력할 수밖에 없겠네.

괜찮은 걸까? , 모험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닌데 말이지.

 

◇ ◇ ◇ ◇ ◇

 

아앗, 이런. 또 잊어버릴 뻔했다. 그거다. 여신(유감 여신)님께 공물을 바쳐야 한다.

잊어버렸다가 또 불평을 들을 뻔했네. 지금 바로 할 일을 하고 자자.

어디, 인터넷 슈퍼를 열고. 뭐가 좋으려나……

지난번에는 양과자뿐이었으니까 이번에는 화과자로 해볼까.

우선은, 콩떡이랑 딸기 찹쌀떡하고 만주로 할까.

, 밤이 통째로 들어간 만주도 있네. 이것도 하자.

그리고 경단 꼬치는 소스를 바른 거랑 단팥이랑 깨로 하고.

다음은 카스텔라랑, ! 화과자라면 도라야키를 또 해도 괜찮겠다.

도라야키는 전에도 바친 적이 있지만, 그 여신이라면 불만을 가질 리 없지.

,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갱을 통째로 하나 해야지. 좋아, 이 정도면 됐겠지.

여신님에게 바칠 상품들을 계산하고 종이 상자 제단에 화과자들을 올려두었다.

바람의 여신 닌릴 님, 공물을 받아주십시오. 신의 가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머릿속에서 여신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옷, 기다렸느니라! 더 늦어지면 신탁을 내리려 하던 참이었느니라!

저기, 지난번에 꽤 많이 줬잖아? 그거 벌써 다 먹은 거냐?

단것만 먹으면 살찐다고요. 신도 살이 찌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 이이이이 몸 같은 신이 살찔 리 없지 않느냐. 이 몸은 어, 언제나 아름다우니라.

저기, 왜 말을 더듬으십니까?

, 시시시시끄럽구나. 그 케이크니 푸딩이니 하는 게 너무 맛있는 탓에

사흘 만에 다 먹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느니라.

여신님은 정말 유감스런 사람(?)이로군요. 스스로 까발리고 있잖아. 글렀잖아.

살찔 리 없다느니, 아름답다느니 하는데, 완전 의심스럽다.

말을 더듬는 걸 보면, 신도 과식하면 살찌는 모양이다.

그보다, 사흘 만에 그 양을 다 먹었다면 확실하게 살찌겠지.

크으으으읏, 그 이야기는 끝이니라. 그런 것보다도, 이번에는 어떤 단것을 준비했느냐?

, 목소리만 들려서 다행이야. 고작 단 음식에 대체 얼마나 흥분하고 계신 겁니까요.

여신님이 눈앞에 있었다면 몸을 쑥 내밀면서 달려들듯이 물어봤을 것 같잖아.

뭐라? 고작 단 음식이라고? 이 어리석은 놈! 단맛이야말로 지고이니라.

, 오오,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그보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완전히 내 생각 읽고 있는 거지?

그러지 말라고. 이거, 명백한 사생활 침해니까.

, 뭐가 사생활 침해냐? 이 몸은 신이니라. 신 앞에 사생활 따위가 있을 리 없지 않느냐.

보려고 하면 네 생활 하나하나를 전부 볼 수 있고, 네가 생각하는 것도 손에 쥐듯 알 수 있느니라. 이 몸은 신이니 말이다. 대단하지 않느냐? 그러니 이 몸을 공경하도록 하거라.

……그러하십니까. 대단하지 않느냐,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구나. 정말로 유감스런 여신님이다. 가능한 한 생각을 읽는 건 그만둬 주십시오. 그리고 제 생활을 전부 지켜보는 것도요.

내 생활을 지켜본들 재미도 없을 거라고. 게다가 공경하라고? 그런 무리한 말 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의 언동을 좀 생각해보시라고요. 단걸 엄청 좋아하는 유감스런 여신님.

크으으으읏, 이 몸은 유감스럽지 않느니라.

, 예이예이. 그러시군요.

귀찮아질 것 같으니 화제를 바꾸자.

저기, 이번에는 화과자로 준비해봤습니다. 제가 살던 나라의 과자입니다.

닌릴 님이 바라셨던 단팥빵과 도라야키 안에 들어 있던

검고 단 단팥이 잔뜩 들어간 과자입니다.”

뭣이라?! 단팥이 들어간 과자인 게냐?

그건 질리지 않는 부드러운 단맛이 참을 수 없이 맛있었느니라.

역시 유감스런 여신님. 쉽군그래.

보시는 대로, 도라야키도 또 준비해두었습니다.”

오오, 도라야키를 준비했느냐. 잘했구나.

도라야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그럼 받아주십시오.”

알았느니라. 바로 신계로 전송이니라.

종이 상자 제단에 있던 화과자가 엷은 빛에 감싸이며 사라져간다.

지금까지는 그다지 자세히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느낌으로 전송되는 거구나.

우오옷, 이번에도 잔뜩 있느니라. 아주 잘했느니라.

그러니까, 우오옷이 뭐냐고 우오옷이. 정말 진짜로 유감스런 여신님이네.

그럼 바로 도라야키를 먹겠느니라. 우물우물…… 우홋── 도랴아키는 여전히 맛있느니라!

뭐야, 이번에는 우홋이냐. 하아, 딴죽 거는 건 그만두자. 어차피 유감스런 여신님이니까.

그럼 유감스런 여신님은 내버려 두고, 나는 이제 슬슬 자야겠다.

유감스런 여신님이랑은 더 이상 어울려줄 수 없으니,

서둘러 스이가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하아~ 역시 날 치유해주는 건 스이뿐이야.

 

◇ ◇ ◇ ◇ ◇

 

어제에 이어 페르와 스이를 데리고 모험가 길드에 왔다.

아침 시간대는 붐비리라 생각하고 그 시간을 피해서 온 덕분에 금방 접수대에 도달했다.

저기, 조금 문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 무슨 일이신가요?”

저기 말이죠, 저는 지금 G랭크인데, F랭크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이제 와서? 라는 느낌으로 한순간 놀란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접수창구의 직원 아가씨는 설명을 제대로 해주었다.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성공시켜서 일정 포인트를 획득할 필요가 있으며,

거기에 C랭크보다 위의 랭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험도 치러야 한다고 한다.

C랭크 이상이 될 생각은 없으니 시험에 관한 건 괜찮겠지.

G랭크에서 F랭크로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포인트는 100포인트지만,

G랭크가 받을 수 있는 의뢰는 대부분 1포인트나 2포인트, 많아 봐야 3포인트라고 한다.

G랭크는 모험가가 될 때까지의 훈련 기간에 해당하며,

그 사이에 모험가의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는 모양이다.

모험가에 맞지 않는 자는 자연스레 탈락하고,

모험가를 생업으로 삼으려는 자는 그 기간에 다양한 것을 배워간다.

그런 이유도 있어 G에서 F로 올라갈 때 필요한 포인트는 높게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과연, 그렇군. 그런 의미가 있었던 건가. 모험가로 등록할 때 그런 건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말이지. , 모험가를 생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재등록하기도 했고 F랭크로는 올려두고 싶으니까 열심히 해봐야지.

, G랭크에서 F랭크로 올라가는 데는 빠른 경우 3개월, 보통은 반년 정도 걸립니다.

무코다 님도 열심히 해주세요.”

뭐어? , 그렇게나 걸리는 거야? 모험가를 얕봤는지도 모르겠어…….

그보다, 빨라도 3개월이라니, 나는 더 걸릴 게 틀림없잖아?

이 도시에 장기 체재 결정이네. G랭크 등록 말소 기간이 1개월인 데다,

F랭크로 올라갈 때까지도 꽤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G랭크 모험가는 멀리 나가는 의뢰 같은 건 받을 여유가 없겠는데?

그 부분을 접수창구 직원에게 물으니 웃는다.

애초에 G랭크에게 멀리 나가야 하는 의뢰 같은 건 들어오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은 G랭크 모험가가 F랭크로 올라가는 것을 내팽개치고

멀리 나가는 일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모험가 길드에 맨 처음 등록한 도시에서 F랭크로 올라갈 때까지

의뢰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보통이란다.

나 등록했을 때 딱 한 번 약초 채취를 하고 바로 여행을 떠났었다고.

안 되는 거였잖아~.

어제 접수창구의 아가씨가 기간이 제일 짧다 보니 종종 그런 분들이 계시답니다라고

말해줬지만, 마음을 써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들은 이야기로는,

모험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은

F랭크로 올라갈 수 있게 의뢰를 수행하며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 보통인 모양이니까.

하아, 뭔가 모르는 것투성이네. 모험가 길드에는 신세를 져야만 하니,

이건 열심히 할 수밖에. 가자, F랭크로.

 

◇ ◇ ◇ ◇ ◇

 

바로 의뢰를 받기 위해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접수창구 직원의 말대로 G랭크가 받을 수 있는 의뢰는 한정되어 있네.

의뢰는 도시 안에서 하는 잡무가 많았다.

의뢰서의 오른쪽 아래에 포인트가 쓰여 있다고 했었지…… , 있다.

잡무 의뢰로 획득 가능한 포인트는 전부 1포인트로군.

그 외에 G랭크가 할 수 있는 건 약초 채취다.

이게 2포인트. G랭크에 토벌 종류의 의뢰는 거의 없지만 유일하게 고블린 토벌 의뢰만은 있었다. 이게 3포인트다. 으음, 미묘하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약초 채취가 제일 나을 것 같은데?

이걸로 하자.

약초 채취 의뢰서에 손을 대려 했을 때 페르가 염화로 말을 걸어왔다.

고블린으로 해라.

? 싫어. 그보다, 페르는 인간의 문자도 읽을 수 있는 거야?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이 몸에게

인간의 문자를 읽는 것 따위는 별것 아니다.

예이예이, 그러십니까. 그래도 고블린은 각하.

약초 채취 의뢰서에 다시 손을 대자 그러니까 고블린으로 하라고 했다라며

페르에게서 염화가 날아왔다.

그러니까 싫다고. 약초 채취 의뢰가 좋다고.

자네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포인트라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포인트가 제일 높은 고블린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니, 여기는 안전제일(차근차근)로 포인트를 벌어나가기로 하겠어.

무슨 말이냐. 그래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바다에 갈 수 없지 않느냐.

? 언제부터 바다를 향해 가는 게 목표가 된 건데?

바다라니? 바다에 간다니? 나 그런 말 한 번도 한 적 없는데?

내가 가기로 정했다. 생각했더니 시 서펜트나 크라켄이 먹고 싶어졌다.

뭐여 그게.

그러니 자네는 서둘러 F랭크라는 게 되어야만 한다.

그런 말을 한들 말이지. 고블린에 관해서는 안 좋은 추억이 있다고. 어느 분 덕분에.

스이,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산탄을 쏘며 싸우고 싶지 않느냐?

페르의 염화에 스이가 가방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싸우는 거야? 스이 퓻퓻 쏘고 싶어.

이것 봐라. 스이도 이렇게 말하지 않느냐.

크으으, 스이를 내세우다니.

스이, 퓻퓻 쏘는 거 말고 약초, 여러 가지 약의 재료가 되는 풀을 찾으러 가자.

우으, 스이 아픈 거 낫는 약 스스로 만들 수 있으니까, 퓻퓻 하고 쏘는 쪽이 좋아.

크읏, 그것도 그렇구나.

스이도 이렇게 말하니, 이번에는 고블린 토벌 의뢰를 받아라.

고블린? 고블린이면 초록인 거? 스이, 고블린한테 퓻퓻 해서 해치울 거야.

, 스이?

자네, 그만 포기해라.

크으으으으으……. , 졌다. 즐겁게 퓻퓻 해서 해치울 거야라고 말하는 스이에게

안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나는 고블린 토벌 의뢰서를 게시판에서 떼어내 접수창구로 가져갔다.

 

◇ ◇ ◇ ◇ ◇

 

고블린 토벌 의뢰를 수락한 우리는 도시 동쪽 숲으로 왔다.

접수창구의 아가씨에게 최근 동쪽 숲에 고블린이 자주 출몰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고블린×5로 의뢰 달성이다. 보수는 은화 세 닢이며, 포인트는 3포인트 들어온다.

냉큼 고블린을 사냥해서 마을로 돌아가자. , 그게 좋겠다.

숲속을 걷고 있다 보니 바로 고블린 발견. 세 마리 있군.

주인, 스이가 퓻퓻 해도 돼?

되고말고.”

, , .

고블린은 스이의 산탄을 맞고 푹 쓰러졌다.

쓰러진 고블린은 세 마리 모두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

변함없이 대단한 위력이네.

잘했어, 스이. 고블린을 해치운 증거로 귀를 가져가야만 하니까,

머리에 맞추면 안 돼. 알았지? 지금처럼 배 근처에 맞춰야 해.”

알았어.

그렇다. 고블린을 토벌한 증거로 오른쪽 귀를 잘라 가져가야만 하는 것이다.

으으, 하기 싫어. 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니까…….

나이프를 꺼내 과감하게 잘랐다.

잘라낸 오른쪽 귀는 여기 오는 도중에 잡화점에서 산 포대 안에 넣었다.

, 기분 나빠.

기분을 전환하고 다음 사냥감을 찾으러 가자. 다시 고블린을 찾아 숲속을 뒤지고 다녔다.

어이, 저기에 다섯 마리가 있다.

그 말을 듣고 페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있었다.

스이가 해도 돼?

기다려라, 스이. 이번엔 자네가 해보아라.

예이예이. 여기는 숲속이니까 파이어 볼보다 스톤 배럿을 써야겠지?

좋아, 정신을 집중해서.

스톤 배럿.”

돌멩이(스톤 배럿)가 날아가 고블린에게 세게 부딪쳤다. 두 마리가 털썩 쓰러졌다.

남은 세 마리는 그다지 대미지를 받지 않았는지 그갸그갸악하는 외침과 함께

곤봉을 휘두르면서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스톤 배럿, 스톤 배럿, 스톤 배럿.”

이쪽을 향해 오던 고블린들이 풀썩 쓰러졌다. 후우~ 겨우 쓰러뜨렸다.

스톤 배럿은 세 번 정도 동시에 쏘지 않으면 공격에 틈이 생기는구나.

주의하자. 숨이 끊어진 고블린의 오른쪽 귀를 엉거주춤한 자세로 잘라냈다.

이걸로 여덟 마리인가. 의뢰는 어찌어찌 완수한 모양이다.

의뢰 달성을 위해 필요한 수는 다 채웠으니까, 그만 돌아가자…… 페르?”

페르에게 말을 걸었지만, 페르는 대답하지 않은 채 지면에 코끝을 대고 킁킁 냄새를 맡더니

멀리를 응시했다.

왜 그래?”

이 앞에 고블린 집락이 있다.

? 집락?”

간다.

간다, 가 아니거든. 안 갈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고블린을 사냥하면 포인트라는 것이 모인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집락에 가서 고블린을 모조리 사냥하면 포인트라는 것도 잔뜩 쌓일 테지.

그야 그렇지만 고블린, 아니, 특히 고블린 집락에는 엄청나게 안 좋은 기억이 있단 말이다.

스이, 아직 더 싸우고 싶지 않느냐?

, 스이 더 더 퓻퓻 쏘고 싶어!

크으으, 이 자식 또다시 스이를 내세우는 거냐.

저기, 스이. 이제 충분하니까 마을로 돌아가자.”

에이, 싫어. 스이 더 퓻퓻 쏘고 싶어. 주인, 제발.

스이여, 너는 어째서 그렇게 전투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이냐?

평소에는 귀엽게 푸들푸들 떨고 뿅뿅 뛰어다니며 나의 위안이 되어주면서.

그렇다고 한다.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어서 내 등에 타라.

크읏, 또 졌다.

퓻퓻 할 수 있어? 만세!

스이는 내 주변을 뿅뿅 뛰어다니며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내 가슴으로 뛰어올라 주인 고마워 정말 좋아라며 푸들푸들 떨었다.

크으, 스이 귀여워. 정말이지 전투를 좋아하든 어떻든 상관없어. 스이의 귀여움은 최강이라고.

어이, 서둘러라.

예이예이. 모처럼 스이의 귀여움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스이를 가방 안에 들어가게 한 다음, 나는 페르의 등에 올라탔다.

 

◇ ◇ ◇ ◇ ◇

 

고블린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며 집락을 살펴보니, 당연하게도 고블린이 우글우글 있었다.

어떡하지?”

어떻게라니, 뭘 말이냐?

아니, 그러니까 이제 고블린 집락을 어떻게 공격할 생각이냔 말이야.”

그야 전과 같은 방법인 게 당연하지 않느냐.

전과 같은 방법이라니, 그냥 덤벼들라는 거냐? 아니 아니 아니, 뭔가 작전 같은 걸 말이지.

멍청하게 있지 마라. 간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페르가 크아────하고 포효했다. 역시 그렇게 나가는 거냐고.

페르의 포효에 고블린들이 일제히 이쪽을 보았다.

그리고 곤봉이나 검이나 도끼를 든 수많은 고블린이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평소처럼 너희 주변에는 결계를 펼쳐두었다. 이 몸은 상위 고블린을 사냥하러 갈 테니,

피라미들은 자네와 스이 둘이서 처리해라.

그렇게 말한 페르는 시원스레 달려갔다. 또 이렇게 되는 거냐아──────.

우와아, 초록이 잔뜩 있어! 주인, 퓻퓻 쏴도 돼?

스이가 가방에서 기어 나왔다. 그래, 전과는 다르게 스이가 있었지.

되고말고. 잔뜩 퓻퓻 해서, 여기 있는 초록인 것들을 나랑 스이 둘이서 전부 해치우는 거야.”

스이랑 주인 둘이서 해치우는 거야?

그래. 나랑 스이 둘이서 여기 있는 걸 전부 없애는 거야. 할 수 있겠어?”

, 할 수 있어. 스이, 열심히 할게.

그럼, 가자!”

.

그 다음은 필사적이었다고. 아무튼 내가 쓸 수 있는 마법인 파이어 볼과 스톤 배럿을 쏴댔다.

스이도 종횡무진하며 산탄을 날렸다. 명중률이 엄청나서, 노린 사냥감에 백발백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한테 날아오는 건 아닌지 움찔움찔 했다.

그도 그럴 게, 위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고,

스이는 산탄을 적에게만 명중시켰다.

솜씨도 좋지. 계속해서 고블린에게 산탄을 맞추어 쓰러뜨린다.

나도 스이에게 지지 않도록 파이어 볼과 스톤 배럿을 쏴댔다고.

그런 느낌으로 전투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끝이 났다.

하아, 지쳤다. 겨우 끝난 건가.”

만세! 주인, 전부 해치웠어.

스이가 뿅뿅 뛰며 기뻐했다.

이번에는 정신을 잃지 않았지만 나는 꽤 지친 상태였다.

반면 스이는 힘이 넘친다. 스이의 전력은 상당한 것이었고,

여기에 있는 고블린의 80퍼센트는 스이가 사냥한 것이었다.

새삼 생각한 건데, 스이 강하구나. 주변을 살펴보니………… 사체가 산더미.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주변 전체가 고블린의 사체로 채워져 있다.

겨우 끝냈나.

페르가 어슬렁어슬렁 모습을 드러냈다.

페르 쪽은 괜찮았어?”

이 몸 쪽은 아까 전에 끝났다.

고블린 킹과 고블린 제너럴, 고블린 메이지에 고블린 솔저가 있었다.

예에, 그러십니까. 고블린 킹이 있었구나. , 이 정도 집락이라면 당연히 있겠지.

눈앞에 있는 것은 200 이상은 될 터인 고블린의 사체.

하아, 귀 자르는 시간이 더 걸리겠네.”

귀를 잘라내는 건 자네밖에 할 수 없으니 어서 해라.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그 후로는 묵묵히 고블린의 오른쪽 귀를 잘라냈다.

스이의 산탄에 맞아 좀비 영화의 좀비도 새파랗게 질릴 법한 모습이 된 고블린도 있었지만,

그곳은 보지 않도록 하면서 오른쪽 귀를 자르는 데 집중했다.

마음을 무()로 만든다는 건 바로 이런 뜻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세 시간 가까이 걸려서 겨우 오른쪽 귀 잘라내기가 전부 끝났다. 세어보니 227개였다.

무시무시한 숫자네. 그러고 보니…….

저기, 페르. 고블린 킹이나 다른 상위종은 마석을 갖고 있지 않았어?”

지난번에는 마지막에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는데,

킹 정도라면 갖고 있을 것 같기도 하거든?

고블린 킹 말이냐? 작지만 있었다.

마석, 있구나. 좋아, 고블린 킹은 아까우니까 가지고 가자.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가져가 볼까? 나는 페르가 쓰러뜨린 고블린 킹×1, 고블린 제너럴×3, 고블린 메이지×2,

고블린 솔저×7을 아이템 박스에 수납했다.

돌아갈까 하다가 주변을 보고 문득 생각했다.

페르, 이 고블린 사체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뭐가 말이냐?

아니, 이렇게나 많으면 위생적으로도 안 좋을 테고, 마물이 몰려들지 않을까 해서.”

고블린 사체를 먹으러 오는 마물은 있을 테지. 그게 자연의 섭리다.

그건 그렇지만, 이만큼이나 있으면 몰려드는 마물도 엄청나지 않을까?

그중에 강한 마물이 있으면 성가신 일이 될지도 몰라. 여기는 도시와도 가까우니까.”

그 말을 듣고 보니 분명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태우는 편이 좋겠지.

태운다고 해도 말이지, 이렇게나 많아서는…….

게다가 숲속이니까 삼림 화재가 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 스이가 있잖아. 스이의 산으로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스이, 이 초록 놈들을 평소의 퓻퓻 하는 걸로 전부 녹여줄 수 있을까?”

, 있어. 이 초록 전부 녹여버려도 돼?

전부 하면 돼. 부탁해도 될까?”

알았어. 하지만, 조금 기다려줘.

그렇게 말한 스이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 , 스이?!

부들부들 떨던 스이가 갑자기 커졌다. 옆으로 2미터 반, 위로 1미터 반 정도는 될 것 같다.

페르보다도 살짝 클지 모르겠다.

스이는 진화하고 있다라는 페르의 말에 스이를 감정해보았다.

 

이름스이

나이1개월

종족빅 슬라임

레벨2

체력684

마력679

공격력668

방어력674

민첩성682

스킬산탄(酸彈), 회복약 생성, 증식

 

…………스이, 어느 틈에 빅 슬라임이 된 거니? 빅 슬라임으로 진화한 데다 레벨 2가 되었잖아. 게다가 스테이터스 수치가 엄청나게 수직 상승했고, 스킬도 늘었어. 증식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떤 스킬이지? 스이가 커다래진 것도 이 증식이란 스킬 때문인가?

페르, 이 증식이란 스킬 본 적 있어?”

없다. 원래 슬라임이란 건 어느 일정 레벨을 넘으면 분열한다만, 그뿐이다.

, 페르도 모르는 건가.

스이, 진화해서 스이한테 증식이라는 새로운 스킬이 생긴 것 같은데,

그 커다래진 모습은 증식 스킬을 쓴 거니?”

잘 모르겠어. 그치만 스이 커졌다 작아졌다 할 수 있는 것 같아.

커졌다 작아졌다?”

저기 있지, 해볼 테니까 봐봐.

커다래진 스이는 그렇게 말하고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스이에게서 작은 슬라임이 분열해 나오더니, 스이가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모두들, 초록 녀석들을 녹이고 와.

분열되어 나온 작은 슬라임이 고블린 사체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사체 위에서 퐁 하고 파열하더니 액체가 흩날렸다.

흩날린 액체는 산인지, 그 산이 순식간에 고블린의 사체를 녹여갔다.

마지막에는 고블린의 뼈도 남지 않았다. 그 광경에 나도 페르도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페르, 이런 거 본 적 있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몸이지만, 본 적 없다.

스이, 그건 어떻게 된 거냐?

스이, 그 자그맣게 분열한 건 뭐야?”

우응, 그것도 스이야.

그것도 스이?”

그러니까, 커다래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스이의 몸은 커다래질 수 있지만,

아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스이의 몸이 나눠져.

나눠진 건 잠깐 동안 스이랑 얘기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얘기 못 하게 돼버려.

저기, 증식이란 스킬로 커질 수 있고, 그 증식된 부분은 분열시킬 수 있다는 건가?

그 분열되어 나온 부분은 단시간은 통신 가능하지만, 장시간은 할 수 없다. 흐음흐음.

그래서, 나뉘어 나온 부분은 어떻게 된 거야?”

그 점이 신경 쓰이거든.

그러니까, 스이는 여기 있으니까 나뉜 애들은 시간이 한참 지나면 없어져버려.

분열한 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건가. 분열체에는 수명이 있다는 거로군. 그것참,

뭔가 엄청난 스킬이네.

분열체에 수명이 있다고는 해도, 지금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10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걸 생각하면, 자기 자신은 멀리 있으면서 분열체에게 공격을 시키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지고, 기습 공격 같은 것도 손쉬워질 터다.

게다가 분열체에게 스이 특제 포션을 만들게 하면 생산성이 무척 높아지리라.

어쩐지, 스이가 점점 강해져가네…….”

그렇구나. 하지만 강해진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그야 그렇지만 말이지.

주인, 배고파.

, 그렇구나.

, 두 먹보 캐릭터가 슬슬 그 말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었어.

그럼, 여기서는 먹을 마음이 들지 않으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식사하자.”

아무리 그래도 고블린 사체가 있던 곳에서 식사할 마음은 없다고.

그런고로 스이는 가방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페르 등에 올라타 장소를 옮겼다.

조금 이동했을 때 이 부근이면 되겠어라고 페르에게 말을 걸었다.

좀 지쳤으니까, 바로 줄 수 있는 단과자빵이어도 괜찮을까?”

뭐든 좋으니 어서 내놓아라.

예이예이. 나는 인터넷 슈퍼에서 단과자빵을 구입했다.

늘 먹던 단팥빵과 잼 빵과 크림빵에 이번에는 메론 빵과 초코 소라 빵도 구입해보았다.

그리고 빵을 먹을 때 없어서는 안 될 캔 커피.

이건 처음 보는군.

페르가 눈썰미 좋게 메론 빵과 초코 소라 빵을 발견하고 말했다.

네네, 종류별로 다 줄 테니까 기다려줘.”

봉투를 열어 접시에 담고 페르와 스이에게 내주었다.

이거, 맛있어.

, 맛있군. 처음 먹어보는 것들도 제법 괜찮다.

스이도 단과자빵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페르도 멜론 빵과 초코 소라 빵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도 캔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단팥빵을 베어 물었다. , 맛있다. 지친 몸에 당분이 스며드는구나.

그건 그렇고, 고블린 토벌 의뢰가 어쩌다 고블린 집락 섬멸로 바뀌어버린 걸까.

하아~. 뭐 이걸로 100포인트 벌었으니 됐지만. 장기 체재를 각오했었는데,

하루 만에 끝나버렸다. 이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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