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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고 바로 그 때, 어떤 순간은 영원히 지속된다는 걸 깨달았어. 설령 그 순간이 끝난다 해도, 죽어서 땅에 묻힌 다음에도 계속되는 거야.
그런 순간은 영원히 계속돼. 앞으로, 또 뒤로, 무한하게. 그건 정말이지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지.
바로 그 점이 중요한 거야. 만약 너희가 궁금해 하는 게 이거라면 말해줄게. 난 두렵지 않아."
열 일곱살의 사만사(애칭은 샘) 킹스턴. 부모님과 여덟살 여동생 이지와 살고 있고, 코네티컷에 있는 토마슨 제퍼슨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샘.
오늘은 인기도를 측정할 수 있는 그 날, 바로 큐피드 데이다. 샘은 린지, 앨리, 엘로디와 함께 학교에서 잘 나가는 최고의 멤버 중 한 명.
절대로 모범생이라곤 할 수 없는 그런 아이들이다. 큐피드 데이에 제일 잘 나가는 남자친구 롭 코크란과 역사적인 기념일을 만들기로 한 샘은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낸 후 계속 샘을 짝사랑해 오던 켄트가 자기 집에서 주최한 파티에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다.
술에 취한 린지가 운전대를 붙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12시 38분.. 린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황급히 운전대를 돌리지만 샘 킹스턴은.. 죽.는.다.
온통 컴컴한 어둠과 적막 후, 갑자기 아침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고 샘은 어제 죽은 자신이 본인의 침대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2월 12일. 큐피드 데이. 하루종일 이상한 기분에 기시감을 느끼던 샘은 동일하게 또 죽음을 반복하면서 이것이 샘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깨닫는데..
샘은.. 왜 자신이 죽은 그 날 하루를 계속 반복해서 사는 것일까?.. 그리고 샘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드라마를 자주 보는 터라 익숙한 설정이긴 했지만 보통 동일한 하루가 계속해서 반복되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그다지 없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같은 하루지만 샘의 행동이나 작은 선택이나 결정에 따라 하루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서 조금 인상적이었다.
가십걸 류의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처음에는 네 명의 미국 십대들이 등장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보는 미국드라마 중에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네 명의 소녀가 조금 연상되었다. 그들도 친구의 죽음이라는 사건에 맞물려서 계속해서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드라마가 이어져 나가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린지, 앨리, 엘로디, 샘에 그 드라마에 등장한 네 명의 여자아이를 대입시켜 보았다.
그러니 마치 머릿속에서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된 것처럼 모든 상황을 영상처럼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어떤 배우들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샘이 계속 반복해서 자신의 죽는 날을 살게 되면서 그 속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으로 삶을 어떻게 바꾸어나가는지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한 번뿐이기에 선택하고 나서 되돌릴 수 없고 그래서 해야 했던 결정이나 하지 말았어야 할 결정에 많은 후회를 하거나 삶에 대해 반성하기도 한다. 나 같으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혼란스러움으로 머리가 터져버렸을 것 같은데 샘은 일곱번을 반복해서 그 날을 사는 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자신이 잘못 선택했던 일들을 하나씩 바로잡으며 옳은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모든 각도에서 자신이 죽은 날을 바라보며 사이크스의 자살을 막으려고 여러가지의 노력을 하는 장면이나, 스스로의 마음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젠체하기를 관두며 화려해 보이는 롭 코크란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케빈을 선택하는 것도 샘에게 있어서 굉장히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자신이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소하지만 소중한 작은 표현들, 행동들, 일들.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진심.
그런 것들을 자신의 죽음이 있었던 날을 반복하며 깨닫고 실천해 나가는 용기에 무엇보다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 책이 처음의 상황은 오싹하고 무서울 수 있지만 읽어내려갈 수록 웃음짓게 하고 동감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표현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샘의 시각에서 예의 그 날을 재구성하고 계속 반복하면서 샘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하는 방식들이 독자들이 샘의 기분이나 감정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친절하게 씌여져 있다고 생각했다.
작별인사라는 건 항상 그런 것 같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
최악의 부분은 뛰어내리려고 결심하는 부분이다.
한 번 허공으로 발을 내딛으면 그 다음에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뉴스 그리고 인터넷에 실리는 자살의 기사들. 어제는 또 해병대의 누군가가 총기를 난사해서 4명이나 되는 생목숨을 죽이고 본인도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왜 다들 생각하지 않는 걸까.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마음대로 해도 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데.. 비록, 샘은 원치 않는 사고로 죽게 되었지만 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한 명의.. 아니 어쩌면 다섯명 정도의 생명을 그리고 희망을 살리는 용기 있는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절벽에서 허공으로 발을 내딛으면 그것은 죽기 싫어도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선택이 된다.
자살을 시도해 보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시적인 충동과 감정에 사로잡혀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중간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도 중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목숨을 잃는 사례들도 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걸 왜 모르는 걸까. 물론 그들도 끝없는 절망과 우울감에 의해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평범할 뿐인 매일의 하루하루 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많이 알려진 뻔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말 "오늘은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었다"를 생각해 보면서 이 책에 담긴 의미를 알아주기를.. 그렇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