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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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절실하게 원한다는 느낌은 아주 가슴 벅차고 멋진거야. 그리고 사랑이 있으면, 그 느낌은 더욱더 강렬해져.

왜냐하면 상대를 신뢰할 때는 굴복하는 것이 가능해지거든. 완전한 굴복 말이야."

 

한국계 미국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실제 미국에서 살게 된 재미교포 2.5세대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 있는 우리가 접하는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라고는 엄청나게 성공해서 스타가 되거나 유명한 선수나 변호사가 되는 경우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는 하루하루 별다를 것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 애쓰는, 게다가 인종차별과 은근한 모멸감과 무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한국인들의 특성상 미국에서도 여전한 가부장적 태도와 버리지 못하는 미련 같은 것들도..

읽으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고, 실제 삶이 쉽지 않겠구나 싶기도 하다.

비슷한 느낌으로 중국계 미국인들의 삶을 다루었던 영화 "조이 럭 클럽"이 떠오른다.

이민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일상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해 놓았다.

 

후편에서는 어떤 일이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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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구약 역사서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The Message 시리즈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회권 감수 / 복있는사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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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역대상 16:34)"

 

메시지 구약성경 역사서는 모세오경을 이어 사사기 룻기 사무엘 상, 하, 열왕기 상, 하, 역대상, 하,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까지

천년이 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어떠한 비평이나 평가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사사기의 처음과 끝에 나와 있는 말씀처럼 "그때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제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더라" 였던 이스라엘의 역사는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무시하고 이스라엘이 대신 왕을 구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왕을 구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사사인 사무엘을 세우시고,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만드셨다.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며 살아갔으나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제사장인 사무엘을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제사를 지냈을 뿐 아니라 거룩한 진멸을 시행하라고 했던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소와 양을 남겨두어 사무엘에게 질책을 받게 된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사울을 버리겠다고 이야기하신다. 그리고 새로운 이스라엘의 왕이 될 다윗을 훈련시키고 기름 부으셔서

오랜기간 동안의 고된 훈련과 연단을 통해 이스라엘의 왕으로 만드신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다윗처럼 하나님을 날마다 섬기며 살았던 왕이 없을 정도로 다윗은 하나님께 충성하는 삶을 살았다.

비록 우리야와 밧세바의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진심으로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죄를 자복했을 때

하나님은 다윗을 용서해주셨다. 그리고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는 것에 소망이 있던 다윗에게 그 아들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할 것이며

다윗의 위가 이스라엘에서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주셨다.

 

사실 열왕기상하와 역대상하에 나오는 왕들은 참 제멋대로 산다.

그래서 성경 기자는 계속해서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왕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까지도 사용하셔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이끌어 가신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 보다 하나님께 순종의 마음을 드리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메시지 구약 역사서를 읽으며 새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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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71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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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명탐정 코난이 77권까지 나왔다는 소식이 솔솔 들려오는데... 2년 전 이후로 만화책방을 가본일이 없는지라..ㅠㅠㅠㅠ

눈물을 머금고 못 보던 코난.. 오늘 딱~ 못 본 부분부터 윤정이가 들고 와서 덕분에 71~72권 보았다!!!

게다가 코난이 신이치로 변해서 런던 베이커 거리에 가는 내용이라..ㅋㅋㅋㅋㅋㅋ

최근 셜록 홈즈에 꽂혀 있는 (원래도 셜로키언;;ㅋ) 그래서 코난이 런던에서 셜록 홈즈의 책 제목으로 된 단서를 맞추어 가는 만화의 내용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만화방에 가서 코난 73~77권을 빌려와서 좀 읽어야겠다;; 기다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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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꼭 써야 할까? - 십대를 위한 폭력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3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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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꼭 주먹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도 있고,

그를 위해 음식을 만들 수도 있고, 곡물을 키울 수도 있으며, 그가 감동을 받을 글을 쓸 수도 있고, 음악을 만들 수도 있으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가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터를 닦아줄 수도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만들 수도 있고, 그가 불안하지 않은 환경에서

웃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을 쓸 수도 있다. 만약에 이 책에서  네가 감동을 받았다면, 이제 너는 너의 손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처음엔 만화를 연상시키는 표지와 평범하지 않은 제목, 그리고 예상외로 무거울 것 같지 않은 편집에 아이들에게 종종 추천해주었었다.

농담처럼 이제 그만 폭력을 사용하라며 니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건네주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작은 체구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키가 그면서 중3인 현재는 학교의 일짱으로 살고 있는 종훈이다.

종훈은 교문에서 자기를 제압하는 특이한 교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은 바로 방과 후 학교의 태껸 사범인 김우경.

일짱이었던 종훈이 멘토가 되어주는 김우경 사범님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폭력과 행동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를 알고 변해가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참 잘 쓰였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일탈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대다수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따른 스트레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스스로의 잘못을 합리화 하는 태도 등을 겪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도 여전히 그런 부분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사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폭력을 아이들에게 휘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p.61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주변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더 심한 일탈 행동을 보인다. 특별하게 눈에 띄도록 말이다.

어른이 보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p.69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게 되어 있어. 그런데 오늘 실험에서 안 것처럼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도 되지. 평상시에 관심을 잘 기울여 주지 않으니까.

 

p.71

모범생이 되든 학교 짱이 되든 모두 인정의 감옥에 갇히는 것은 똑같아. 자기 자신을 찾아서 그 모습으로 인정흘 받아야 하는 것 아니니?

 

p.97

무력은 말 그대로 육체를 사용하는 힘이야. 그 힘을 좋은 곳에 쓸 수도 있고, 가치 없는 일에 쓰거나 남을 해하는 데 쓸수도 있단다.

 

p.114

폭력은 자신의 이익이나 주장을 남에게 강요하기 위해 악의를 갖고 행하는 모든 것이야.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큰 상처를 주고 더 무서울 수 있다.

또 꼭 욕을 해서만이 폭력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무조건 밀어붙이거나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지.

 

p.116

그렇지만 너는 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니? 친구와 얼마나 친한지 보이고 싶으면 욕보다는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자신이 얼마나 화났는지 표현하고 싶을 때에도 그에 맞는 표현을 찾아야지. 애들이 욕을 많이 하는 것은 욕 말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잘 알지 못해서야.

 

p.141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에게만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방관자에게도 큰 상처를 줄 수가 있어. 쭈뼛거리느라 피해자의 상처가 더 깊어지도록 시간을 낭비한 것은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을 때 비로소 자신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사람은 아픔을 겪을만큼 더 성장해서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더욱 따뜻이 포용하게 되는 거야.

 

p.177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때 사람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어 있단다. 난 그게 두려워.

그날 내가 생각했던 일을 네가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를 괴롭히는 이유는 아주 많을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을 붙이며 생각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

 

p.212

변화는 거창한 내일의 결심이 아니라, 바로 오늘부터 실행하겠다는 조용한 다짐에서 나오는 법이야.

 

p.229

수정이 말한 '선택의 순간'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흘러왔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선택의 순간은 있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던 일, 꼭 해야만 하는 일이 가려지면서 종훈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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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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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안이의 아편은, 그 아이는 그게 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두려웠습니다.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함께 할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해 주어야 할 지 알 수 없을 때가 올 것 같았습니다.

그 때가 되면 수안이는 나를 놓지 않아도 내가 그 아이를 놓을 것 같았습니다. 아가위나무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았을까요." 

 

꿈 속에서 울다 깨어난 나는 그 아이와 함께 포플러 신작로를 따라 타박타박 걷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에 의해 외가에 맡겨지게 된 열살 남짓의 여자아이 고둘녕..

둘녕이는 왠지 가족 같지 않은 낯선 외가에서 동갑내기 이종사촌 수안이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 수안이는 둘녕이에게 곁을 주지 않았지만,

외할머니를 따라 장터로 나갔다가 길을 잃고 겨우 외가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리고 외할머니가 둘녕과 수안을 데려가 사진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같은 디자인의 잠옷을 사와서 입으라고 했을 때부터 마치 쌍둥이처럼 영혼을 나눈 소울메이트처럼 딱 붙어다니는 단짝이 되었다.

엄마의 언니인 은이 이모와 동생인 경이 이모, 그리고 율이 삼촌(외삼촌). 그렇게 둘녕은 외가에서 새롭게 제 자리를 찾아간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던 수안은 둘녕을 아꼈고 학교의 다른 아이들과는 그다지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먹고 자고 입고 자라며 시간을 보냈다.. 경이 이모의 천막교회 사건, 율이 삼촌의 대학포기 사건, 수안이의 동생 시웅이가 태어난 일 등등 소소한 사건들..

중학교에 가서 걸스카우트를 시작하고 문예반에 들게 된 수안은 첫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문예반에서 가장 글도 잘 쓰고 똑똑한 남자아이 승모. 그렇게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던 것 같았던 수안. 둘녕은 어느 순간 수안이 멀어졌다 느낀다.

산에서 열린 큰 스카우트 캠프에서 불의의 사고로 수안은 승모를 잃게 되고, 그러면서부터 원래 몸이 약했던 수안은 불면증으로 괴로워한다.

신비의 명약, 만병통치약을 만들고 싶었던 둘녕은 위약(가짜약)을 만들어 수안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 하지만, 수안에겐 괴로운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둘녕은 담임 선생님을 통해 읍내 편물점에서의 아르바이트(일)를 제안받는다.

늦게까지 가게를 봐야 하고 이제 독립도 해야 할 시기..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한 둘녕은 편물점에서 일하면서 읍내로 방을 얻어 나오려 한다.

그리고 상처입은 짐승처럼 오롯이 둘녕만 보듬고 있던 수안에게 그것은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 둘녕은 서른 여덟. 어느 도시 재개발 구역 어딘가에서 "실과 바늘" 이라는 이름의 편물점을 하며 홀로 살고 있다.

그 때의 사건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둘녕은 지금도 여전히 수안이 생생하다.. 그런 둘녕 앞에 새로온 마을버스 기사 산호가 나타나고,

둘녕은 산호의 정체를 알고, 자신의 자취방 뒷방에 사는(상상 속의) 향이와 뒷방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 곳. 수안이 쓰러졌던 그곳에 자신의 잠옷을 가져가서 태워달라는 부탁을 한다.

수안은 그 모든 걸 견뎌내기에는, 그리고 마지막에 둘녕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둘녕 역시 그것을 알기에는 ..그건 아무도 몰랐던 일이었고,

이제 둘녕은 수안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수안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로.. 이 이야기를 쓴다.

 

먹먹하고 은근하고 은은한.. 그런 책이었다.

전작이었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도 느꼈지만 문장을 참.. 맛있게 쓰는 작가다. 책 속의 이야기로 읽는 사람마저 두근거리게 했던..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한 소녀의 혹은 두 소녀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가족과 삶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둘녕과 수안이 예전 책보를 매고 다닐 그 때처럼 까르르 웃음 짓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 속에서..>

p.37

나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참을 줄도 알았고 내색하지 않는 법도 배웠지만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역시 힘들기도 했습니다.

 

p.38

그래도 수안과 내가 사는 세상은 그런대로 따뜻했습니다. 외할머니의 부엌엔 맛있는 음식이 있었고,

모두가 잠든 뒤에도 처마에 매달린 백열등은 꺼지지 않아 우리 방은 밤새 달빛보다 노란 빛으로 차 있었습니다.

나는 새삼 수안이와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p.69

그러나 할머니, 나는 세상 어딘가에는 만병통치약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다못해 호랑이 연고라도 꾸준히 바르면 온갖 병이 낫는 줄 알았습니다.

 

p.133

차라리 함께 지내는 편이 낫다는 것을, 그나마 뒷방의 그들이 곁에 있어주는 게 좋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들이 환상이거나 혹은 나쁜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까지 사라진다면 외롭고 쓸쓸하리라는 것을. 실은 내가 줄곧 그들을 원했다는 사실을.

 

p.239

"이건 도리아 기둥"

"근사하다"

진심으로 말했다. 충하는 내 손에 기둥 두 개를 내려놓았다.

"버리지 마."

안 버려 라고 소리 없이 속삭였다. 분필로 만든 기둥은 금방이라도 부러질까  두려웠지만 그래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너 방금 말 안 더듬었어."

충하는 당황했다.

 

p.268

누군가의 죽음과 사라져간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인내의 시간을 두고 품위 있게 슬프고 싶었다. 농밀하게 슬픔을 나누고 음미하고 싶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진짜 슬픔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품위 있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p.298

정말 도깨비불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알게 된 건 그런 것이었다. 누군가 힘들 때 그걸 고쳐주는 일은 쉽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는 걸.

귀에 한 번 찾아온 통증이 잦아들기까지는 삼십 초가 걸릴 때도 있고 몇 분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늘 똑같이 긴장하며 기다려야 했다.

 

p.393

마음을 닫아버린 듯 조용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언제나 전부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내 사촌은 그랬다.

그런 점이 함께했던 시절 동안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그 순간은 다 고마운 기억 뿐인 것 같았다.

 

p.401

사위가 어둑해질 때까지 옥상 난간에 앉아 있었다.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모암마을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포플러 신작로를 따라가면

그곳 하늘에도 똑같이 노을이 지고 낯익은 집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너무 멀었다. 내 곁에서 사라진 풍경과 더불어,

내가 알던 촉촉하고 부드럽고 좋은 냄새를 풍기던 어떤 것들이 내게서 영영 떨어져 나갔다는 것. 좋은 날들은 가버렸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p.417

"뭐야.. 왜 온거야."

네가 사라지는 줄 알았어. 나는 들리지 않게 귀엣말을 했다. 고개 숙인 수안의 머리가 어둠 속에서도 선연해 마음이 아렸다.

"머리카락은 왜 이런건데."

"나도 몰라."

"아는 게 뭐야 그럼. 도대체 왜 이래. 응?"

"그냥 다 무섭고 불안해. 밤도 무섭고, 낮도 무서워. 내가 무서워 한다는 사실이 가장 무서워."

수안은 고통스럽게 대답했고, 나는 목이 메었다.

 

p.442

배낭을 추슬러 메고 혼자 여행지를 벗어나는 수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내 사촌은 어느새 내가 위로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 멀리 가버린 것만 같았다.

수안은 아직도 내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고,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날만은 너무 버거웠다.

 

p.445

한 시간이 흘렀다. 의자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하나 둘 승차장으로 나가고, 새로 온 이들이 내 곁에 앉았다. 출발시각이 다가올수록 두근거렸다.

막연히 나는 불안했고,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버스를 타게 될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이대로 수안을 따라가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이제 겨우 내 길을 찾은 것 같은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은데..

대합실 벽에 걸린 커다란 원형시계가 다섯 시를 가리켰을 때 나는 일어서지 않았다. 터미널 바닥에 석양이 드러눕고 이내 어스름이 깔렸다.

어두침침한 전등이 켜진 승차장에 야간 버스들이 도착하고, 또 떠났다. 마침내 매표소 창에 판지를 대고 창구를 닫을 때까지, 나는 손에 표를 쥔 채 정물처럼 앉아 있었다.

 

p.448

어린 시절 나는 한 때 만병통치약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꿈을 잊어버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잘못이었을까요. 설령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어도, 함께였다면 좋았을지 모른다고 뒤늦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가 해주어야 한다고, 사랑하니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는 내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습니다.

그날 밤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당신이 말했죠. 그럴 줄 몰랐던 거라고. 그 말이 내겐 사무쳤습니다. 나 역시, 그럴 줄 몰랐습니다.

다시 그날 오후로 돌아간다 해도 내가 터미널에서 다음 버스를 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을 모릅니다.

누구 탓도 아니었다고, 어떻게 하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라고, 살아오는 동안 그렇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비록 잘되진 않았지만요.

 

p.460

"실은 나, 돌아올까 해!!"

충하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가을에 이사올지도 몰라. 여기서 살고 싶어."

충하는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조, 좋은 생각이야. 자, 자자잘됐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다. 소년은 변했지만 또 변치 않았다. 내 속의 소녀도 변했지만 또 변치 않은 것처럼.

 

책 뒷표지..

 

"당신이 보기엔 별 거 아니겠지만 내겐 그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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