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알레고리 현대의 문학 이론 42
폴 드 만 지음, 이창남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쉽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느라 며칠을 끙끙 앓았다. 드 만은 현대 문학 이론가이자 해체주의 철학가다. '낭만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드 만은 1966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만난 자크 데리다와 1970-80년대 해체주의 이론 논쟁을 주도하였고, 신비평 이후 문학, 미학, 언어, 수사학 영역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개척'하였다. 


드 만은 "너무 빨리 읽거나 너무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는 파스칼의 충고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 책은, 독서는 늘 알레고리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알레고리는 '기호와 지시 대상 사이의 어떤 필연적 관계보다는 임의적이고 관습적인 관계'에 근거한다. 결국 알레고리는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드 만이 말하고 싶은 것은 독서의 불가능이며, 우리는 늘 오독한다는 전제이다. 책은 그 테스트가 가진 본래의 의도와 늘 다르게 이해된다. 1부 '수사학'에서는 릴케, 니체, 프루스트를, 2부 '루소'에서는 루소의 저작들을 통해 독서라는 행위의 내적 모순에 주목하여, '스스로 소외된 기호'인 알레고리적 독서를 입증해 나간다. 


독서의 실패에 대한 드 만의 논증은 근대적 믿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지적 욕망은 텍스트를 온전히 정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독의 패러다임은 지적 욕망을 부추긴다. 정복된 텍스트는 욕망의 도구로 전락한다. 가장 성스러워야 할 텍스트일 수록, 지적 탐욕의 대상이 된다. 그 단적인 예가 오늘의 한국교회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과연 독서라는 행위는, 무엇으로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가. 독서의 행위에 모든 해석학을 해체하겠다는 드 만의 논증에 감탄하며 기꺼이 굴복하면서도, 그 길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어쩌면, 난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드 만의 지적대로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나는 나의 오랜 알레고리에 머물고야 만다. 


동일하게 강력한 미학적인 감응적 독서와 수사적인 의식적 독서 사이의 분열은 그 텍스트가 구성한 내부와 외부, 시간과 공간, 매체와 내용, 부분과 전체, 움직임과 정지, 자아와 이해, 저자와 독자, 메타포와 메토니미 사이의 유사 종합을 무화한다. 그것은 일종의 모순어법과 같이 기능한다. 하지만 이것이 재현적인 호환 불가능성보다는 논리적인 호환 불가능성을 나타내는 한, 사실상 일종의 아포리아다. 이는 적어도 두 가지 상호배타적인 독서가 불가결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시한다. 그리고 주체의 층위뿐만 아니라 형상화의 층위에서도 참된 이해의 불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106면)


“이후에야 비로소, 나는 이해했다”라는 표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독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전체 소설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문학비평은 전통적으로 이 ‘이후’를 문학적이고 미적인 소명이 완수되는 순간으로 해석해왔다. 그 순간 경험에서 글쓰기로 화자 마르셀과 저자 프루스트의 합치 속에 이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알레고리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저자에게는 독서 불가능한 형상인 화자 마르셀과 저자 프루스트 사이의 매개할 수 없는 차이는 화자 마르셀이 이 ‘이후’를 자신의 과거 속에 자리매김하여 완결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나타난다. 화자인 마르셀은 저자 프루스트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도록 할 때만큼 그 저자와 많이 동떨어지게 되는 때는 없는 것이다. “죽기 전에 진리를 만난 사람은 행복하다. 설사 죽음이 가까울지라도 진리의 시간을 알리는 괘종이 죽음의 시간 이전에 울린 사람은 행복하다.” 저자로서 프루스트는 죽음의 시간처럼 진리의 시간이 결코 제때에 도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엄밀히 진리가 스스로와 합치하지 못하는 무능함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의미가 사라지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그 자체의 의미가 끊임없이 사라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114-1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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