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 -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과의 대화 이슈북 2
강만길.손석춘 지음 / 알마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강만길과 손석춘의 대화. 인터뷰이는 강만길이고, 인터뷰어는 손석춘이다. 짧은 대화록이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시인 고은은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을 '두 세기에 걸친 나침반'이라고 극찬했다. 왜곡된 이 나라의 현대사에 그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지 모른다(<20세기 우리 역사>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마치, 언젠가 읽었던 그의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의 압축된 결론을 읽는 느낌이다. 대화 내내 강만길은 화가 나 있는 것만 같다. 무엇이 그를 분노하게 하는지, 대화록을 따라가며 그 분노의 자리에 놓인 나의 무지를 불현듯 발견한다. 부끄러워 낯이 달아오른다. 한편,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여러 비화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래 인용구가 적지 않지만, 고작 93면짜리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얇은 책이다.  

"우리 것이 되고, 우리 것이면서도 내 것이 되는 그런 체제, 어떤 생산물이 내 것이 되면서도 우리 것이 되고, 우리 것이 되면서도 내 것이 되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21세기 이후의 인간 세상이 평화롭고 편안한 세상이 될 겁니다. 아직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공상'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앞서가는 생각이 '공상'이라는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있었나요?"(19면)

"역사학과 경제학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경제학이 수치 중심의 학문이라면, 역사는 가치 중심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25면)

"(김구는)우익 중의 우익입니다. 그 김구도 분단 정부를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1948년 남북협상을 하러 평양에 갔습니다. 설령 분단이 되었다 하더라도 남쪽이 이승만 정부가 아니고 김구 정부가 섰더라면 아마 6.25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없으니까요. 임시정부의 정통성은 김구가 가지고 있는 겁니다."(32면)

"외교사학자들은 한반도가 대륙세력권에 들어가게 되면 일본을 겨눌 칼이 되고, 해양세력권에 들어가게 되면 대륙을 침략하는 다리가 된다고 합니다."(34면)

"현대 사회에 있어서 경제적 민주주의가 없으면 사회적 민주주의가 안 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된다고요. 그래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가 같이 가야 합니다."(42면)

"김대중 씨는 대통령 되기 전부터 만났어요. 생각보다 상당히 의지가 굳은 사람이고 머리가 샤프해요. 그러면서도 눈물이 있어요."(58면)

"역사는 직선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그재그도 있을 수 있고, 어떨 때는 꽉 막힐 수도 있어. 역사가 직선으로만 갔으면 인간의 역사가 여기 있겠어요. 훨씬 더 갔지. 지그재그도 있는데 다만 지그재그에 대해서 왼쪽으로 갔던 곡선이 오른쪽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각이 넓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역사가 앞으로 나가죠. 극좌가 되고 극우가 되면 역사가 발전하지 못합니다. 멈춰버립니다. 각을 넓혀야 합니다."(73면)

"현실을 파괴함으로써 자기가 들어갈 구멍을 만드는 의욕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젊은이들이지."(91면)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정치는 역사의 진행형'이라고 단언한 선생은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라고 참 쉽게 풀어주었다."(9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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