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소유: 미심쩍은 초대교회의 이상 -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메시지
루크 T. 존슨 지음, 박예일 옮김 / 대장간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소유와 분배>(1990)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누가 예수를 부인하는가?>, <초기 기독교 신앙 체험>(이상 CLC), <살아 있는 예수>(청림) 등을 통해 루크 티모디 존스를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 헌신하되, 역사적 예수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을 보았다. 학문의 성실함은, 충분한 고증과 추론을 논리적으로 병행하여 다다를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담보해 내는 조건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성실한 신학자이다(특히 개정판 후기를 보면 그런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개정판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다)

  

이 책도 그러하다. 누가-행전 연구를 통해, 초대교회의 공동 소유 문제에 대한 성숙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무엇보다 날카로운 비평과 숙고를 견지하되,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공동 소유의 문제에 대한 헬라적 시각과 공동체에 대한 히브리적 사고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결국 소유의 문제는 공동체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이런 책은, 오늘날 참 불편하다. 인문학적 성찰마저 상업-자본주의적 포지셔닝으로 변질된 시대에, 이런 책은 무지 안 팔릴 것이다. 그런 시대인 까닭에,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에겐 이 책을 사는 것 자체가 소명일 수 있겠다.


"우리는 소유를 ‘문제’처럼 인식하지만, 그것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내가 소유의 문제를 퍼즐이라고 말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소유와 그 사용을 마치 수학적 정리인양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측면에 관해서 생각하는 것이며 인간의 자유로운 성향에 관해서 말하는 것이다."(16면)


"유토피아적 이상이나 구체적 사회윤리가 없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은 축복이다. 소유에 관한 성서증언들을 한 이데올로기로 요약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말이지 하나님의 말씀은 아니다."(157면)


"인간 소유의 신비에 관한 신학적 묵상은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기억하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참된 신학은 회심과 찬양으로 이어져야 한다. 신앙 공동체에서 신학이 올바른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려면, 인간 존재의 신비를 문제나 이데올로기로 환원시키지 않으며 하나님 말씀의 신비함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신학은 신비와 문제 사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견뎌야 하는 것 사이에는 필연적이며 적절한 긴장 관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158면)


"공동 소유의 역사는 역설적이다. 공동 소유의 제도와 사상이 덜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에는 오히려 그 공동체는 오래가지 못했다. 선의, 우정, 구성원의 덕에 의지하는 공동체, 그리고 사유재산을 폐기하면 투장이 없어질 것이라 믿는 기대는 충돌하는 자아들과 권력을 위한 투쟁이라는 장애에 부딪혀 사라지고 말았다."(174-1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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