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의 비밀 - 신선함이 조작된
앨리사 해밀턴 지음, 신승미 옮김 / 거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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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식사를 거르고 나온 날이면 간단한 요깃거리를 위해 편의점을 들른다. 수많은 음료수가 놓인 진열대 앞은 촉각을 다투는 시간임에도 늘 머뭇거리게 만든다. 잠시 망설이다 집어든 건 다름 아닌 오렌지 주스. 다른 탄산 음료보다 건강에 좋을 것 같고 우유 제품 보다 새콤달콤한 맛이 미각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농축과즙’이라는 라벨까지 붙어있는 오렌지 주스 뒤에 흰색 가운을 입은 수많은 연구진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과학자들은 갓 짠 오렌지 주스 맛을 모방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오렌지 주스의 비밀』은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산업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 주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알려 준다. 그 과정에서 오렌지 주스 생산에 숨겨진 비밀도 알게 된다. 오렌지 주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1961년 벌어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오렌지 주스 정체성 표준 개발 공청회'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마련된 기준이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청회 동안 정부와 업계 등은 '오렌지 주스 제품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요소, 공정, 첨가물은 무엇인가.'등에 초점을 맞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963년이 되어서야 FDA는 36가지 결론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결론들이 업계의 이기적인 주장들을 막지는 못했고, 그로 인해 오렌지 외의 성분이 분명 들어가 있는데도 '100% 오렌지 주스'라고 당당히 표기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렌지 주스의 역사'는 결국 '오렌지 주스 마케팅의 성공사'였던 셈이다.

 오늘날 소비자 입장에서 오렌지 주스가 진짜로 갓 짠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100% 순수하고 희석되지 않았으며 열처리를 하지 않았고 설탕을 넣지 않았으며 갓 짜낸 오렌지 주스'라고 쓴 라벨 뿐이다. 하지만 공청회를 통해 당당히 'Pure' 오렌지라고 광고할 수 있는 빌미까지 제공받은 마당에 그런 식으로 표기하는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그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렌지 주스가 우리 생명을 위협한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식품의 불투명한 포장을 꿰뚫어보고 산업화와 세계화가 된 현대 식품 환경에 감춰진 기이한 방식에 눈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21세기 오렌지 주스의 미래는 소비자가 직접 갓 짠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것이다. 재배자의 입장에서는 중간 유통단계 없이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고, 소비자도 진짜 100% 오렌지 주스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렌지 주스의 비밀을 알기 위한 호기심으로 집어들었던 책에서 대기업, 마케팅, 무역 및 노동자 문제, 생물종의 다양성 말살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기만행위 및 정부와 대중의 무관심 때문에 일어나는 피해는 비단 '오렌지 주스'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소비자로서 오렌지 주스는 물론이고, 우리가 먹는 식품을 만들어 내는 모든 기업의 저의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권하고 있다. 가공식품의 소비량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꼭 권해주고픈 책이다. 

 How to Drink an Orange
In the following video from Parent Earth, Alissa explains how the healthiest way to eat an orange may be the simplest on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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