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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기술 - 위대한 제국 경영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배우는 ㅣ 매경 Leader's Book 4
파사 보즈 지음, 박승범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에겐 왜 이런 지도자가 없을까? 지도력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나는 알렉산드로스가 구사한 뛰어난 전략도 전략이지만 어떻게 해야 이런 지도자를 대통령의 자리에 밀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알렉산드로스의 뛰어난 역량 뒤에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거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그는 태어날때부터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만들어진 영웅이다. 그의 탁월한 지도력과 영민한 의사 결정력은 모두 훈련의 결과이다. 뛰어난 전사이자 전략가였던 아버지를 쫓아다녔던 전쟁터에서, 당대의 석학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예리한 질문을 던져대던 미에자에서 알렉산드로스는 만들어졌다.
아버지 필리포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의 왕위 계승은 한 때 불투명해지기도 하지만 마케도니아 귀족들의 현명한 선택과 알렉산드로스 자신의 적절한 대응으로 반석 위에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귀중한 진리 하나를 깨우쳐야 한다. 위대한 지도자는 결코 그 자신만의 힘으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뒤에는 그 지도자를 선택한 현사들과 그런 지도자를 키워낸 시스템이 있었다. '어떤 나라의 정치 수준은 바로 그 국민의 수준이다.'라는 어느 정치 철학자의 뼈아픈 지적은 우리가 되씹고 또 되씹어야 할 가치 명제이다. 국민의 눈에 지역감정이라는 편견을 씌워놓고 국민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던 타기할 지도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표를 던지는 우매한 국민은 좋은 지도자를 가질 수 없다. 자신들에게 맞는 지도력을 가진 인물이 누구인가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지지 못한 국민은 위대한 지도자를 모실 영광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준다.
일급 로펌의 마케팅 디렉터인 저자가 풀어놓는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의 합리성과 리더쉽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알렉산드로스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쉽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그가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동서문화의 융합을 이루어 냈다. 그는 이집트와 인도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얻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통합의 리더쉽을 발휘했다. 그는 그를 키워낸 마케도니아의 왕에 머무르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동서의 문화가 융합하는 대제국의 통치자가 되기를 원했다. 정복된 지역의 문화를 존중함으로써 지역 정서를 자신의 통치권에 흡수하는 그의 도량은 흔히 알렉산더대왕이라고 불리는 그의 존칭에 부끄럽지 않다.
전체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기가 속한 지역 집단의 이익에 더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엽전 근성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이런 강력한 통합의 리더쉽이 필요하지 않을까? <칼의 노래>라는 책에서 읽은 이순신 장군이 민족의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적절한 시기에 죽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난 동의를 하면서도 기분이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 소장 사학자 이덕일씨의 지적처럼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고구려의 대륙성과 백제의 해양성이다. 좁은 땅에서 동족을 원수처럼 여기면서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의 지도자를 바보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용렬함을 버려야 한다.
아울러 알렉산드로스를 키워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눈에 씌워있는 편견과 우매함을 벗어던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앞에 알렉산드로스와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더라도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