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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날아가지만 글은 남는다"
"VERBA VOLANT, SCRIPTA MAN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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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녀와 나는 분명하게 해명을 해야만 했다. 쌓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떠올린 모양이다. 장군은 절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로서는 무척이나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내가 매번 쏘아보는 것으로 답하면, 다시 말해 불손한 시선으로 답하면 장군은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아주 거만한 투로 잔뜩 얘기를 늘어놓더니 급기야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안쪽 어딘가로, 그러니까 역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산책하러 가라고 내게 눈치를 주었다.

마침내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고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마 자네는 룰렛[2] 도박을 하러 애들을 데리고 역으로 갈지도 모르거든. 미안하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난 알고 있네. 아직도 자네가 대단히 경솔하며 어쩌면 도박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야. 어쨌든 난 자네 선생도 아니고 또 그런 역할은 하고 싶지도 않네. 하지만 최소한 자네가 내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를 바랄 권리는 있는 거야…….」

「하지만 제게는 돈이 없습니다. 도박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곧 돈을 받게 될 걸세.」 얼굴이 약간 붉어진 장군은 이렇게 대답하고 자기 책상을 뒤지더니 장부를 찾아내 뒤적거렸다. 그에게 내 몫으로 남아 있는 돈은 대략 1백 20루블이었다.

「당연히 계산을 해야 하지 않겠나.」 장군이 말했다. 「탈러[3]로 계산하자고. 자 그럼 잔돈은 빼고 1백 탈러를 받게. 물론 나머지 잔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나는 아무 말없이 돈을 받았다.
「내 말에 화를 내지는 말게. 자네는 워낙 성미가 까다로워서 말이야……. 비록 내가 자네에게 주의를 주고 있지만, 그러니까 자네에게 경고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겐 그럴 권리가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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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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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민관, 그리고 로마 시민 여러분, 오늘은 내가 아프리카의 자마에서 한니발과 카르타고군을 상대로 싸워 다행히 승리를 얻은 날로부터 정확히 15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이런 기념할 만한 날에는 다툼이나 반발은 일단 잊어버리고, 신들에게 감사를 바침으로써 모두 한마음이 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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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의 영웅인 스키피오조차 말년에 내쳐진 이유는 그가 과거의 성공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어떤 성취를 이루었다면 그것을 잊어라. 그 성취에 사로잡히는 순간, 내가 성취를 이룬 게 아니라 성취가 나를 이룬 게 되기 때문이다.

스키피오는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것에 사로잡혔기에, 그 성취가 스키피오를 이뤄버렸다. 그래서 그는 과거의 인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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