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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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뉴기니인 친구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원시적인 농경 사회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과 다르게, 백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화물(물건)을 뉴기니로 가져올 수 있었는가?˝ 하는 게 질문의 요점이다.

문명 간 발전 속도의 차이가 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식량 생산(농경) -> 고밀도 = 치밀한 경쟁력

˝농경은 어느 곳이든 다 할 수 있었지 않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농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쓸만한 종˝이다. 예를 들어 소, 양, 돼지, 말 같은 대형 가축이나 밀, 쌀, 보리, 콩 같은 생산성 높은 작물들 말이다.

대륙을 크게 4개로 나눠보자 - 유라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북)아메리카

이 중 쓸만한 종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였을까? 바로 유라시아다. 소, 양, 돼지, 말, 닭은 모두 유라시아에서 가축화되었다. 밀, 쌀, 보리, 콩 같은 것들도 모두 유라시아 산이다.

유라시아의 특징은 동서로 길고, 가장 큰 대륙이라는 것이다. 동서로 길기에 기후대가 다양하지 않고, 그로 인해 생태적 장벽(사막, 정글)이 적어서 작물과 가축의 전파가 용이했다.

˝동서로 긴 대륙 덕에 종의 전파가 용이하다˝는 게 얼마나 유리한 점인지 다른 대륙과 비교해 보자.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긴 대륙이다. 그로 인해 각각 사막(사하라)와 정글(파나마)가 있어서 종의 전파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오스트레일리아는 가장 작은 대륙이다. 거대한 유라시아에 비하면 그곳은 섬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종 자체가 적었을뿐더러, 약 4만 년 전 인류의 이주로 인해 대형 종 자체가 절멸해서 작은 종들만 살아남았다. 농경과 전쟁에 유리한 소나 말 같은 대형 종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메리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약 1.3만 년 전 인류가 넘어간 이후 대형 종들이 절멸했다. 그래서 가축화된 대형 종은 라마와 알파카가 유일하다. 토끼 크기의 설치류인 기니피그가 그들이 가진 주 단백질원이었다는 사실에 모든 것이 자명해진다.

식량 생산을 통해 인구가 늘어나자, 기술도 발전하고, 인수공통감염병들도 늘어났다. 그로 인해 고밀도의 사회는 군사적, 질병적, 기술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고밀도 -> 저밀도

인간을 물질처럼 본다면, 결국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퍼져나간 것이 인류의 역사다. 밀도가 높아진 원인은 식량 생산이었다. 그리고 그 식량 생산의 성공 여부는 ˝운˝이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백인보다 뉴기인들이 아직도 원시적인 농경사회인 이유는 그들이 어리석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환경에 적응했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마치 인간을 ˝주어진 환경에 반응할 뿐인 기계˝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인간의 역사는 단순한 반응의 역사는 아니다. 사회는 제도나 문화적 토양에 따라 다르게 발전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창의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어려울 만한 주제인데도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았고, 최대한 쉽고 부드럽게 논지를 펼쳐나가는 게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하게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참 잘 쓴 책이다.

*평점 :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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