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이 만질 수 있고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된 지 적어도 나흘은 지난 지금은

이완과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품을 수 없을지라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여기로 가, 이거 사, 저거 해! 약간 깔보는 듯한, 얕잡아 보면서 놀리는 듯한 목소리. 병에 걸리기 전에도 이완은 대체로 그런 태도로 콘스턴스를 대했다.

어쩌면 이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아들 녀석들이, 녀석들이라 부르기에는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아들들이 이완의 장례식에서 강력히 주장한 대안이었다. 두 아들은 각각 뉴질랜드와 프랑스의 도시에, 콘스턴스를 자주 찾아오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기 쉬운 먼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아파트는 양로원을 돌려 말한 것이지만 콘스턴스는 그 대안을 고깝게 여기지 않는다. 아들들은 본인들에게 가장 간편할뿐더러 콘스턴스에게도 최선일 수 있는 방법을 원한다

콘스턴스는 이완의 목소리가 실제가 아님을 안다. 이완이 죽었음을 안다.

콘스턴스는 알핀랜드에 깊이 빠져들고부터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의가 산만해진 탓에 수십 년 전에 만료된 면허를 갖고만 있었다. 알핀랜드는 무수한 생각을 요한다. 정지 신호 같은 부차적인 세부 사항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내 버린다.

시인과 포크 가수와 재즈 뮤지션과 배우 가운데 푼돈이라도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그건 콘스턴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콘스턴스는 가난을 매혹적으로 여길 수 있을 만큼 젊었다.

콘스턴스는 개빈을 뒷바라지할 돈을 벌기 위해 알핀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시인들과 포크 가수들은 콘스턴스의 알핀랜드 이야기를 비웃었다. 당연했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었겠나? 콘스턴스 본인도 자기 이야기를 비웃었다. 콘스턴스가 대량으로 찍어 내는 삼류 문학은 존중받을 만한 문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런데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콘스턴스가 점점 알핀랜드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알핀랜드는 오로지 콘스턴스의 것이었다. 알핀랜드는 콘스턴스의 피난처이자 요새였다

콘스턴스는 늘 그 질문을, 외도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를 두려워했다. 바보는 아니었기에 누구와 그러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쯤은 알았다. 이완에게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완도 개빈처럼 떠나 버릴까 봐 두려워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도무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이완은 콘스턴스를 떠났다. 이완은 침묵했다. 사라졌다.

한때 레이놀즈는 개빈이 사람들을, 적어도 일부 사람을 흉보는 면에 홀딱 빠져 있었다. 그게 곧 개빈이 남들보다 우월한 지적 능력과 세련된 취향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심술에 불과하다고, 아니면 비타민 결핍 증상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깔아뭉갠다고 해서 당신이 우월해지는 건 아니야.

대학은 돈을 원하고, 그래서 뭣도 모르는 애들을 끌어들인다. 그런 다음에는 그 애들을 머릿속에 지식만 잔뜩 채워 넣은 속 빈 강정으로 만들지만 그에 걸맞은 일자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대학에 가느니 배관공 자격증을 얻는 편이 낫다.

개빈은 이룬 것도, 받은 상도 없었다. 찬사를 받고 부러움을 살 만한 얇은 시집 한 권도 출간하지 못했다. 그는 무명의 자유를 누렸고, 뭐든 쓸 수 있는 백지 같은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콘스턴스는 오로지 개빈이라는 사람 자체를 깊이 아꼈던 것이다. 그의 내면을.

하루의 첫 커피, 하루의 첫 담배, 마법처럼 나타나 하루의 첫 시를 이룬 첫 구절. 그런 시는 대부분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건 용납할 수 없다고! 콘스턴스는 내 사생활이야. 사생활! 여태 그런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겠지!"
"개빈, 당신은 당신 글을 팔았어." 레이놀즈가 말한다. "그러니 이제 공공 자료라고."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아니라 네가 팔았지! 이 배신자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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