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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예항 / 짐승들의 유희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82
미시마 유키오 지음, 박영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미시마 유키오가 좋다. 그래서 이 책도 읽었다.
나는 왜 일본 극우주의자의 소설을 좋아하게 된 걸까? 사실 그의 사상은 역겹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미 의식에 굉장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시마 상의 소설을 보고 있으면 엽기적인 일본 만화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뜻 보기 힘든 그런 엽기적인 소재/서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낸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오후의 예항>(1963)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작품 내에서 주인공은 13세의 구로다 노보루라는 소년인데, 노보루는 다른 5명의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 구로다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그래서 젊은 어머니와 둘이 산다. 어느 날 어머니는 쓰카자키 류지라고 하는 항해사와 사랑에 빠지고, 어머니와 류지는 결혼할 거라고 구로다에게 말한다.
구로다는 친구들에게 그 항해사의 ‘못된 짓‘을 말하고, 무리의 리더인 소년이 ˝드디어 거사를 치를 때가 됐다˝고 말한다. 6명의 소년들은 류지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며 항해사를 인적이 없는 야산으로 끌고 간다. ˝산 위에 대체 뭐가 있냐˝는 류지의 질문에 소년들은 ˝드라이 독(선박을 수리하는 곳)˝이 있다고 말한다. 산의 정상에 올라가 홍차에 약을 탄 홍차를 류지에게 주는 소년들, 류지는 왠지 씁쓸한 홍차의 맛을 느끼며 먼바다를 응시한다. ˝원래 영광의 맛은 쓰다˝라는 말로 소설은 끝난다.
제목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예항‘은 예인선이 큰 배를 항구로 데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속박된 것을 드라이 독에서 해방시켜, 세계의 공허(허무함)를 메꾸려 하는 소년들. 촉법소년 면제권을 노린 그들은 14세가 되기 전에 범행을 결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설이 나올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은 다분히 일본적인 소설이다. 나쁜 말로 하자면 변태적인 소설이다. 하지만 미시마의 사상을 그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듯하다.
아마 미시마는 늙어서 죽는 걸 수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일본인들은 ‘죽음‘ 그 자체를 숭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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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유희>(1961)
잇페이, 유쿄, 고지 라는 세 사람의 이야기.
초반부 상황 묘사가 난해하고, 전반적인 설정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 세 명이 ‘친했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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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본명 히라오카 기미타케)는 세상을 참 섬세하게 느끼는 작가다. 섬세함의 극단에는 야만성이 있는 걸까?
미시마 상의 소설은 문장이 아름다운 만큼이나 서사가 명확하고 흥미롭다. 그래서 재미있다고 느껴지고, 그 안에 품고 있는 기괴하고 비틀린 주제 의식을 한 번쯤 눈감아주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다. 앞으로도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