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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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차 뒤를 따라가면서 짤막한 노래를 불렀다.

화창한 날의 열기에 종종
아가씨는 사랑을 꿈꾼다네.

낫으로 추수하고 난 이삭을

부지런히 주워 모으려고

이삭이 나오는 밭고랑으로

나의 나네트는 몸을 굽히고 가네.



"장님이다!" 그녀가 소리쳤다.

그리고 에마는 웃기 시작했다. 영원한 암흑 속에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우뚝 서 있는 거지의 흉측한 얼굴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기괴하고, 미친 듯한, 절망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짧은 치마가 들춰졌다네!



그녀는 경련을 일으키며 매트 위에 쓰러졌다. 모두 다가갔다.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결혼식 때의 드레스를 입히고 하얀 구두에 화관을 씌워 묻어 주기를 바랍니다.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늘어뜨려 주시고, 관은 떡갈나무, 마호가니, 납, 이 세 가지로 해 주십시오. 제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기운을 차릴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녀를 커다란 초록색 벨벳 천으로 덮어 주십시오. 이상이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두 남자는 보바리의 비현실적인 생각에 매우 놀라, 곧 약사가 그에게 가서 말했다.

"이 벨벳 천은 불필요한 중복 같은데요. 게다가 비용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세요! 내 아내를 사랑한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가 보세요!" 샤를이 소리쳤다.

그녀는 아들을 갖고 싶었다. 튼튼한 갈색 머리의 사내아이를 낳으면, 조르주라고 부르리라. 사내아이를 갖는다는 생각을 하니 과거 자신의 모든 무력감에 대해 앙갚음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꼈다. 남자는 적어도 자유롭다. 여러 열정과 여러 나라를 두루 섭렵할 수 있고, 장애를 뚫고 나가 가장 멀리 있는 행복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당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법률의 구속과 함께 육체적인 나약함이라는 불리한 점을 갖고 있다. 여자의 의지는 끈으로 묶여 있는 모자의 베일과 같아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이는데,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체면이 발목을 잡는다.

그녀는 어느 일요일 새벽 여섯 시쯤, 해가 뜰 무렵에 해산했다.

"딸이야!" 샤를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기절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심사위원장이 소리쳤다.

<전체 경작 우수상!>

"예를 들어 지난번에 제가 댁에 갔을 때……."

<켕캉푸아의 비제 씨.>

"당신과 이렇게 같이 있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70프랑!>

"저는 백 번도 더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을 따라왔고 이렇게 남은 것입니다."

<퇴비 상.>

"오늘 저녁도, 내일도, 다른 날도, 아니 평생 이대로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르게유의 카롱 씨에게 금메달!>

"어떤 사람과 함께해도 이토록 완벽한 매혹을 느껴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지브리생마르탱의 뱅 씨!>

"그래서 저는 당신의 추억을 가져갈 것입니다."

<메리노 숫양 상에는…….>

"하지만 당신은 저를 잊으시겠지요. 저라는 존재는 그림자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 테지요."

<노트르담의 블로 씨…….>

"오! 아니에요, 제가 당신의 마음속에서, 당신의 삶에서 뭔가가 될 수 있을까요?"

<돼지 부문, 공동 수상, 르에리세 씨와 퀼랑부르 씨, 60프랑!>

마차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자 이제는 목적도 방향도 없이 닥치는 대로 헤매고 다녔다. 마차는 생폴, 레스퀴르, 가르강산, 루주마르, 가야르부아 광장에서도 보였고, 말라드르리 거리, 디낭드리 거리, 생로맹, 생비비앵, 생마클루, 생니케즈 앞에서도 (세관 앞에서도) 보였고, 바스 비에유투르, 트루아피프, 모뉘망탈 공동묘지에서도 보였다. 이따금 마부석에 앉은 마부는 술집 쪽으로 절망적인 시선을 던지곤 했다. 대체 어떤 이동의 광기에 사로잡혔기에 이 사람들은 도무지 멈추려 하지 않는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따금 멈추려고 시도했지만, 그러면 곧바로 뒤에서 화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는 땀에 흠뻑 젖은 두 마리 늙은 말을 더 세게 채찍질하면서, 마차가 덜컹거리지 않도록 조심하지도 않고 여기저기 걸려도 조금도 개의치 않은 채 낙담해서 갈증과 피로와 서글픔으로 거의 울다시피 했다.

그리고 항구에서는 짐수레와 술통들 속에서, 거리에서, 경계석 모퉁이에서, 지방에서는 너무도 특이한 이 광경, 즉 블라인드를 내린 마차 한 대가 무덤보다 더 단단히 문을 닫은 채 선박처럼 흔들거리면서 그렇게 계속 나타나는 그 광경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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