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고양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묘표 양쪽에 유리병을 하나씩 묻고 싸리꽃을 잔뜩 꽂았다. 또 밥그릇에 물을 떠서 무덤 앞에 놓고 꽃도 물도 날마다 갈아주었다. 사흘째 저녁에 서재 창문으로 내다보았는데, 네 살배기 딸아이가 홀로 고양이 무덤 앞에서 하얀 나무 묘표를 잠시 쳐다보다가 손에 든 장난감 국자로 고양이 무덤에 올린 밥그릇의 물을 떠서 마셨다. 한 번이 아니었다. 싸리꽃이 동동 떠 있는 그릇의 물은 조용한 저녁놀 속에 몇 번이나 아이코愛子의 자그마한 목을 적셨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나쓰메 소세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