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자성록 열린책들 세계문학 196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민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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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을 수행하고 통치하는 동안 떠오른 상념들을 기록한 작품이다.

첫째, 스토아학파는 자연 내지 우주의 운행과 질서를 결정론적으로 해석한다. 즉 자연 내지 우주의 삼라만상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그 어떤 필연적 법칙에 따라 생성되고 존재하며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가 필연적 법칙에 따른다면 이런 법칙을 존립시키는 무엇, 즉 우주의 운행과 질서를 좌우하는 무엇이 먼저 존재해야 할 것이다. 철학에서는 그런 무엇을 흔히 〈실체〉라 부르는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비롯한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 실체를 〈이성〉 혹은 〈신〉이라고 칭한다

셋째, 자연의 운행이 신의 이성적 법칙에 따르는 것이라면, 자연의 운행에 거역하는 태도나 행위는 무모한 것이며 고통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의 운행 법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신은 이 세계를 가장 좋은 방식으로 설계했고 늘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고 판단해야 한다. 세계 안의 모든 사건은 신에 의해 궁극적으로 선을 향하도록 결정되어 있다. 이성적 신의 선한 의도에 의해 결정된 세계 및 역사의 흐름을 〈섭리〉라 하며, 이런 섭리가 개인의 인생사로 구현된 것을 〈운명〉이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인간이 삶에서 겪는 그 어떤 사건도 근본적으로는 악의 성격을 갖지 않는다.

요컨대 신적 이성에 의해 주어진 인생 역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태도이며, 또 그럴 때에야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성적 능력을 발휘하여 우주의 운행 법칙을 깨닫고 섭리와 운명에 순응하며 살 때야 행복을 얻는다. 그리고 스토아 사상가들은 그런 〈자연스러운〉 삶을 가리켜 〈덕〉이 있는 삶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스토아 철학에서 이성적 삶과 덕 그리고 행복은 모두가 동의어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는 덕을 갖추지 못한 채 사는 것, 즉 비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유일한 〈악〉이다. 그 밖의 모든 것, 즉 사람들이 중시하는 생명이나 건강, 소유, 명예와 사람들이 혐오하는 노령과 질병, 죽음, 가난, 예속, 불명예 등은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닌 〈관심 밖의 대상〉, 이른바 〈중간물〉에 불과하다.

여섯째, 결정론 내지 섭리론의 관점에 따른다면 세상에 불행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행과 불행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구별은 우리의 그릇된 생각과 판단에서만 존재한다.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그처럼 그릇된 생각을 품게 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충동이나 열정, 욕망 등의 정념이다. 정념은 이성을 현혹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릇되게 행과 불행을 구분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인간의 과제는 이런 정념과 지속적으로 투쟁하는 데 있다.

인간은 정념을 완전히 극복한 후에야, 다시 말해 영혼을 열정에서 해방시킨 후에야 덕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평정의 상태를 스토아 사상가들은 〈아파테이아apatheia(without passion)〉라 부른다.

결정론 내지 섭리론은 인간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윤리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비롯한 스토아 철학자들은 결정론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 논리적으로가 아니라 선언적으로 ─ 인간의 자유를 얼마간 용인하려 한다.

모든 것이 신적 이성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에게는 무엇인가를 선택할 자유가 없으며 따라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필요도 없게 된다.

철학의 기능은 의학적 치료 수단에 비유될 수 있다.

철학은 영혼의 치료 기술이다.

스토아 철학은 크리스트교의 확산과 교리 수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실 금욕적 도덕을 엄수하고 외적 재물을 경시하라는 주장이나 세계 전체가 하나의 지고한 존재에 의해 지배된다는 생각 그리고 민족과 계층의 구별을 넘어서는 보편적 인간애의 사상 등에서 스토아 철학과 크리스트교는 중요한 접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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