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공통점은 서구식 개인주의를 사회악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19세기는 여러모로 벼락출세의 시기였다. 부르주아는 귀족을 밀어내고 새로운 귀족이 되었다. 돈만 가지고 있던 그들은 혁명을 교묘하게 이용해 정치적인 영향력까지 획득한다.

나폴레옹은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유럽의 황제가 되었다. 여러모로 19세기는 사회적 상승 의지가 강한 시대였다.

스탕달은 이를 ˝나폴레옹의 문제˝라고 말하며, 영웅적 개인을 추켜세웠다. 모름지기 영웅이라면 사회적 인습을 무시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같은 러시아 작가들은 이러한 서구식 개인주의를 자기파괴에 이르는 길로 보았다.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돈이 없어서 학업을 중단한 그는 자신도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유대인 노파를 죽이는 일은,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면, 영웅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생각했던 대로 노파를 죽인 순간, 이것은 큰 죄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주인공은 파멸의 길로 나아간다.

˝포위당한 도시를 폭격하는 것이 왜 도끼로 살인하는 것보다 더 영예로운 건가,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이러한 라스콜니코프의 말에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톨스토이도 <안나 카레니나>에서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주인공(안나 카레니나)을 통해, 개인의 선택이 무한한 자유를 가질 수는 없다고 역설한다.

두 작가는 사회로부터의 개인의 해방, 개인의 고독/고립을 최대 악으로 보았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러시아 문학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작가인 아르놀트 하우저는 이러한 공동체 중심 사고방식의 이유를 러시아의 늦은 발전(20세기 초반까지도 러시아는 농업국가였다)에 있다고 보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러시아 문학이 이 시대에도 읽히는 이유는 개인의 소외와 고립이 오히려 현대에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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