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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1818년에 출간된 책. 이 책이 200년을 넘게 살아남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적인 소설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쉽고 간결하다는 것이 그렇고
내용적인 면에서 개인의 소외와 과학의 방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쉽고 간결한 형식에 나는 약간 실망했다. 세계 최초의 SF 소설이라 하니, 어느 정도 과학적 서술이 나오려니 기대했으나, 이 소설에서 과학적인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괴물의 창조 역시 구체적인 과정/원리 없이 번개처럼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가깝게 묘사된다. 반면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나오는 걸 보면, 아마 작가 본인이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이 책을 처음 구상하고 펴낼 때, 작가는 10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시기가 1818년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전보가 발명되기 이전이었으며 진화라는 개념조차 정립되기 이전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녀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가장 놀라운 건 서사가 매우 단조롭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짧게 요약하자면, ˝어떤 사람이 시체를 되살리고, 되살아난 괴물이 창조주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이며 분풀이를 한다. 둘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이다.
정말 단조로운 서사다. 보통 이야기가 풍부해야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소설은 단조로운 이야기에도 재미있다.
그 이유는 ˝설정˝ 때문인 거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대립 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자신이 만든 괴물과 싸우는 프랑켄슈타인은, 자기 그림자와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빛이 있는 한, 그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실체가 사라지면 그림자도 사라진다.
이 소설의 설정은 정말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고, 다 말이 된다. 그래서 고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재해석할 수 있어야 고전이 되는 건 아닐까?
원작을 보기 전에 뮤지컬을 먼저 봤는데, 소설을 보니 뮤지컬이 각색을 꽤 많이 했다 싶었다.
원작과 뮤지컬의 차이로는
1. 빅토르 어머니의 죽임이 괴물 탄생과 직접적 연관 없음
2. 괴물의 탄생이 앙리 클레르발과 연관 없음
3.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원작에서는 자세히 묘사되지 않음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거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뮤지컬의 각색이 정말 좋은 거 같다. 특히 괴물의 탄생을 앙리와 연관시킨 부분 덕분에, 둘 사이의 관계에 이입하기가 더욱 쉬워진 느낌이 있었다. 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대 연출이 정말 좋았기에, 원작에서는 어떻게 괴물을 만들지 기대했는데 정말 아무런 원리도 없이 뚝딱 만들어져서 좀 어이가 없었다.
괴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살인마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내가 앙심을 품은 건 불행하기 때문이야.˝ -201p.g
세상에서 배척당하면 증오와 이기심을 품는 게 당연한 걸까?
197~199p.g 부분에서 괴물이 어떻게 주인공 동생과 하녀를 죽였는지에 대한 트릭 설명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작위적이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초반부, 괴물에게 어느 정도 선한 마음이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치고, 그렇게 갑자기 악해지는 게 개연성(혹은 핍진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조커>에서 조커가 되기 전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살인마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현대의 목소리에 이 작품은 약간 맞지 않는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족한 부분보다 훌륭한 부분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모든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매우 현대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