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찌냐는 고아였고 젊었으며 알료샤처럼 주인집에서 일했다. 그녀는 알료사를 불쌍히 여겼고 알료샤는 처음으로 그가, 바로 그 자신이, 즉 자기의 노동이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로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사람들 사이에는 필요에 의해서만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놀라고 말았다. 그러니까 사람은 장화를 닦거나 물건을 나르고 마차에 말을 매는 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필요가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를 챙겨 주고 아껴 주며, 알료샤 자신 또한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바로 요리사 우스찌냐를 통해 그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때리는 법을 보여 줘야겠나?〉 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소. 〈지금 장난하나? 장난하는 거냐고.〉 그러더니 대령은 스웨이드 장갑을 낀 힘센 손으로 겁에 질린 병사의 얼굴을 갈겼소. 그 작고 약한 병사가 따따르인의 벌건 등을 제대로 힘껏 내리치지 않았다는 이유였소.
그러고는 미소를 띤 채 〈어떤 일이든 규범을 지켜 해야겠죠〉라고 말하고는 딸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박자를 기다렸다오. 마주르카 연주가 시작되자 대령은 한 발을 민첩하게 구르고 다른 한 발은 내뻗으며 그 크고 육중한 몸을 때로는 조용하면서도 유려하게, 또 때로는 소란스럽고도 격렬하게, 구두창을 부딪치고 발과 발을 부딪치면서 홀 주위를 움직여 나갔소.
특히 날 감동시킨 건 그의 장화였다오. 끈으로 잡아 늘인 장화였는데 좋은 송아지 가죽이었지만 유행에 뒤떨어진 신이었소. 끝이 뾰족하고 낡은 데다가 펑퍼짐하고 굽도 없었소. 부대의 제화공이 만든 신발이 분명했지. 〈사랑하는 딸을 사교계에 보내고 입히기 위해 자기 자신은 유행하는 구두도 사지 않고 집에서 만든 신발을 신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그 펑퍼짐한 장화가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진 거요.
〈새 막대기를 가져와!〉 그가 소리쳤소. 그러면서 돌아보다가 날 발견했다오. 그런데 그는 날 못 알아본 척하더군. 악의에 찬 얼굴을 무섭게 찌푸리더니 재빨리 몸을 돌렸소. 난 마치 내가 극악무도한 행동을 하다가 발각된 양 창피해져서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눈을 내리깔고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옮겼소.
집에 가는 길 내내 내 귓가에는 고적 소리가 맴돌았고 〈형제들, 자비를 베푸시오〉 하는 말이 들렸소. 또 대령이 〈지금 장난하나? 장난하는 거냐고〉라고 소리 지르던 자신만만하고 분노에 찬 목소리도 웅웅거렸소
「사랑? 그날부터 사랑은 사라지기 시작했소. 여느 때처럼 그녀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생각에 잠기면 바로 광장에서 보았던 대령의 모습이 떠오르는 거요. 그러면 왠지 불편해지고 불쾌해지니 그녀와의 만남이 점차 뜸해질밖에. 사랑은 그렇게 끝나 버렸소.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방향을 틀기도 하는 거요
자, 여러분은 내가 그때 본 게 추악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거라고 생각하오? 전혀 그렇지 않소. 〈그 일을 그처럼 확신에 차서 실행했다면, 그리고 모두가 불가피한 일이라고 인정했다면,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게 내가 생각한 바였고, 난 그걸 알아내려고 노력했다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때나 그 이후에도 알아낼 수가 없었소
난 대령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소. 〈분명히 내가 모르는 뭔가를 대령은 알고 있는 거야. 그가 아는 걸 나도 안다면 내가 본 걸 납득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광경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워할 일도 없을 테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령이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난 이해가 되지 않았소
그리고 그렇게 이해가 안 되니 군대에서 복무할 수가 없었소. 그 전까지는 그럴 계획이었는데 말이오. 그리고 군대만이 아니라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하지 못했고, 그러니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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