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산도즈의 감정적인 고통이 질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를 위로할 방법이 없어서 걱정했다.

그때쯤 아스카마는 좀 더 나이가 들었고 성숙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아이가 영어로 말했다. "밀로. 다시는 기쁠 수 없는 거야? 당신이 죽을까 봐 너무 걱정돼."

나중에 가이주르에서 한동안 살고 나서야 산도즈는 마을 루나의 한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들은 아기들을 포기했다. 아기를 낳는다고 해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안에서 생명의 액체가 차올랐고, 그래서 스스로 짝을 선택해서 본능에 따랐다. 이방인들이 만든 정원과 거기서 나온 풍부한 음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루나는 먹는 양에 따라 번식을 합니다. 나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루나도 가족을 이루지만, 자나아타들이 허락하기 전에는 번식을 하지 않죠. 보통은 체지방도 낮게 유지됩니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음식을 얻기 위해 늘 멀리까지 여행하니까요. 그러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겠습니까? 정원들이 그 균형을 깨뜨린 겁니다."

만약 어떤 마을 공동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을 축적하면 추가적인 음식을 통해 칼로리를 제공받습니다. 그러면 여성들이 발정기를 맞이하죠.

그들의 짝은 그들이 고르는 게 아닙니다. 자나아타 유전학자들에 의해 골라지는 겁니다. 루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서 결혼할 수 있지만 번식은 자나아타의 기준에 따라야 합니다.

"히브리어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Escht chayil. ‘용감한 여성’이란 뜻입니다. 소피아는 우리 중 가장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항했군."
지울리아니가 말했다. 이제는 예수회 일행이 어떤 식으로 폭력 사태에 말려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소피아 혼자서 말했지만, 바카샤니들이 따라 하면서 일종의 노래처럼 되었습니다. ‘우리는 많다. 그들은 적다.’ 소피아는 이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산도즈는 밤이면 꿈속에서 그녀가 걷는 모습을 보곤 했다.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마치 여왕처럼 걷는 모습을. "소피아가 땅바닥에 놓인 아기 하나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들의 인구 구조는 야생 상태에서 육식동물의 비율과 거의 일치합니다. 먹이가 되는 종의 4퍼센트 정도죠. 수파아리가 이에 관해 설명해 준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루나가 ‘우리는 많다, 그들은 적다.’라고 노래하는 소리는 마치 악몽처럼 들렸을 겁니다."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려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회입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자신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펠리페, 지금 지구의 인구가 얼마나 되지? 140, 150억 정도?"
"거의 160억이죠." 펠리페가 조용히 대답했다.
"라카트에는 거지가 없어. 실업 문제도 없지. 인구 과밀도 없어. 굶주림도 없고, 환경 오염도 없어. 유전적인 질병도 없어. 나이 든 사람들은 노화로 고통 받지 않아.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연명 치료를 받지도 않지. 그들은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끔찍한 대가를 치르지만, 펠리페, 우리 역시 대가를 치르고 있어. 우리가 치르는 대가는 아이들의 굶주림이지. 바로 지금, 우리가 여기 앉아 있는 이 순간에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가 굶어 죽고 있지? 우리가 단지 그 아이들의 시체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더 도덕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

"순찰대는 원래 갓난아기들만 죽이려고 했을 겁니다. 수파아리가 나중에 말하기를 만약 마을 사람들이 또 한 번 허가 없이 번식했다면, 그때야 아기를 낳은 루나가 처형을 당했을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루나가 저항했기 때문에, 순찰대가 과잉 반응을 한 겁니다. 그들은 폭동을 진압하려 했던 거죠."

아마 바카샤니 중 3분의 1 정도가 죽었을 겁니다.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고." 산도즈가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소피아도. 지미도. 조지도 죽었습니다."

"한때 영국 군대에서는 병사를 처벌할 때 채찍질을 800번이나 했습니다. 그런 내용을 읽어 본 적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맞고도 살아남았죠. 그리고 나중에 그들이 말하기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뭔가 두드리는 느낌뿐이었다고 말입니다. 내 영혼의 상태도 그와 같았습니다.

"나는 수파아리가 원래는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할 의도였다고 믿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파아리는 우리에게 어떤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또 우리는 그를 매우 부유하게 만들어 줬죠. 자나아타치고는 아주 이해심이 많은 자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어느 정도 우리 처지를 헤아렸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하게 고립된 상황을 말입니다."

"어쨌든 그는 분명 우리의 몸값을 치렀고, 우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책임을 졌습니다. 자신의 가솔로 받아들였죠."
"그때 그 덩굴을, 스타아카를 봤나요?" 존이 물었다.
"그렇소."
처음으로 직접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산도즈가 상념에 잠겨 앉아 있는 동안, 존 칸도티가 나머지 사람들에게 하스타아칼라에 대해 들려줬다. 하스타아칼라는 의존성을 상징하고 강요하기 위해, 양손을 더 강인한 나무에 붙어 자라는 담쟁이덩굴의 늘어진 가지처럼 만드는 관습이었다. 존은 이제 마크가 왜 죽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산도즈에게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마크가 괴혈병에 걸렸던 건 아닐까요? 당신은 먹었지만 마크는 먹지 않았던 음식이 있나요?" 마크 로비쇼를 죽인 것은 괴혈병이 아니었다. 굶주림과 영양실조였다. 어쩌면 절망감인지도 모른다.

"수파아리 바게이주르의 저택에서 나의 위치는 불구인 식객에 불과했습니다. 수파아리가 변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질렸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그저 내가 언어 교사로서 역할을 다 했고, 이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으니 다른 곳으로 보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산도즈는 지울리아니를 똑바로 응시했다. "수파아리는 한 번도 내게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얼마나 더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합니까?"

신은 ‘무엇’이 아니라 ‘왜’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자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자기가 한 일을 정당화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지나가는 방마다 곡선을 넣을 수 있는데 직선으로 만들어진 구석은 하나도 없었고, 장식을 달 수 있는데 여백으로 놔둔 공간도 없었으며, 칠을 할 수 있는데 흰색으로 놔둔 부분도 없었다. 심지어 공기마저 치장되어 있었다! 그가 이름을 댈 수도 분간할 수도 없는 무수한 향기가 풍겨 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산도즈는, 이곳이 자신이 본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도 천박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최악의 순간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옆집에 살던 이웃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을 때였다. ‘난 정신을 잃어 가고 있어. 한 번에 한 단어씩.’

수파아리가 위대한 시인인 레시타에 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바로 에밀리오 산도즈와 동료들을 라카트로 불러들인 고상한 노래들의 작곡가였다.

"전하?" 상인이 말했다. "괜찮습니까? 마음에 드시는지요?"
"그래." 레시타가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수파아리를 향해 짜증스럽게 말했다. "마음에 드네. 내 비서가 법적인 절차를 마쳐 뒀으니 아무 때나 적당한 날짜에 내 누이와 결혼하게. 형제여, 그대가 아이를 가지기를." 그의 시선이 다시 이방인을 향했다. "이제 가 보게."

이제는 갈라트나의 레시타에게 봉사한 대가로 새로운 혈통의 창시자가 된 수파아리 바게이주르는 산도즈를 여기로 데려온 경비병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천재성에는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어리석음에는 그런 장애가 없는 모양이군.

신은 나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한 것처럼 보였단 말이지. 여러분, 만약 내가 그 아름다움과 황홀함이 진짜라고 받아들인다면 나머지 일들 역시 신의 뜻일 수밖에 없다는 쓰디쓴 결론에 도달하오.

"저이가 나쁜 사람은 아니오, 존. 단지 인간의 본성일 뿐이지. 이 모든 일이 자기라면 저지르지 않았을 나의 어떤 실수, 혹은 자기에게는 없는 어떤 결점 때문이기를 바랐던 거요. 그래야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다음번에 누군가 들어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소. 내가 죽건 상대가 죽건 상관없다고.

"나는 죽기를 바랐소, 하지만 신은 그 아이를 대신 데려갔소. 어째서요, 존?"

그렇게 부서지고 상처 받았어도, 에밀리오 산도즈는 여전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로부터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어. 그 사람은 여전히 신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네."

그리고 우리는 듣는 일을 통해 그분을 도왔던 거로군요."
"그래. 우리는 그 사람을 돕는 거지. 그 사람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들어야만 하네. 그 사람이 의미를 찾아낼 때까지 말일세.

육체적으로는 같은 행동인데, 왜 매춘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덜 끔찍해 보였는지 말이오.

"내 생각에 매춘에는 적어도 결정권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소. 어느 정도는 동의가 필요한 일이니까."

"차라리 매춘이, 집단 강간보다는 낫죠." 펠리페 레예스가 힘없이 말했다. "설사 강간범들이 시인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면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되도록 묘사하지 않으려 했다. 등장인물이 그 세계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굳이 놀라워하며 언급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조지는 착륙선의 연료 부족을 가지고 야브로나 소피아가 자책할까 봐 걱정이었다. 소피아는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지는 순전히 바보 같은 이유로 연료를 낭비했다. 그는 야브로에게 솜씨를 과시하기 위해 쓸데없는 곡예비행을 시도했고, 시뮬레이터를 통해 배운 기동 방식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질러 얼마 안 되는 여유분까지 써 버렸다

엔지니어들은 일을 망쳤을 때 고해 성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해결책을 찾아낸다.

"노래 때문에 누가 곤란에 처하진 않을까요?" 그러자 앨런 페이스가 대답했다. "꽃을 가져오면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다시는 지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게 상심했다. 하지만 충격이 가시고 나자 망연한 상실감도 사라졌다. 지미의 말이 옳았다. 상황은 더 나쁠 수도 있었다. 적어도 일행은 필요한 것들을 가졌다. 그들은 스텔라 마리스 호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여기서 장기간 생존할 수 있었다. 단지 목숨을 이어 갈 뿐 아니라, 배움과 사랑으로 충만한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산도즈는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 안에서 느껴지는 죽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루나는 채식주의자였고, 처음 인간들이 진공 포장된 쇠고기를 꺼냈을 때 그야말로 기겁을 했다. 그들이 사용했던 동굴은 출입금지 지역으로 선포되고, 영구적으로 혹은 일시적으로 폐쇄되었다.

고기 냄새로 거래 상대방이 자나아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루나는 냄새만 맡아요." 그녀는 수파아리가 분명 루나와 다른 존재라고 짐작하며 제안했다. "하지만 왠지 당신이라면 우리처럼 마셔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이 사람은 수파아리라고 합니다. 카하아나 혈통의 셋째 아들로, 지성(地姓)은 바게이주르입니다."

‘첫째라면 전사겠군.’ 수파아리가 짐작했다. 이유는 틀렸지만 맞는 말이었다.

산도즈의 눈물은 지미가 바랐던 것보다 더 빨리 멎었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을 터였다.

나는 국제 무역의 증가가 전쟁을 예방할 거라는 주장에 그리 설득되지 않았다. 1913년 영국인 노먼 에인절과 독일인 빌헬름 뵐셰도 정확히 같은 논리로 영구적인 평화를 예측했지만 그 직후 전 유럽에 지옥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정치 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 유명한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소련과 서구의 냉전이 끝났고, 후쿠야마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믿었다. 소련의 붕괴는 국제 관계의 "자유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과 국가 간 대규모 분쟁의 감소를 예고했다

또한 삶의 모든 요소를 금전화하려 드는 자본주의의 특징이 장기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입증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상품화에 대한 도덕적 추론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교육을 주식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게 바로 등장인물 중 장클로드 주베르와 소피아가 맺고 있는 관계의 근간이다.
오늘날, 영리 목적의 차터 스쿨과 대학은 아주 흔하고 학자금 대출이 미국의 한 세대가 가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박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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