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여 페이백] 재난에 맞서는 과학
박진영 / 민음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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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말 정치적인 격변 상황에 연대체는 새로운 가능성의 틈을 열었다. 2016년 6월 20일 결성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11월 5일부터 진행된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시위에 참여해 피해자 중심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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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정국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목소리는 더없이 적극적이었다.

누구나 환경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현실에는 재난을 겪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정치 참여의 효용은 내 삶이 당장 바뀌지 않는 한 감지하기 어렵다.

연구 조작으로부터 5년 뒤 검찰이 확인한 바는 이렇다. 옥시는 서울대 연구진에 2억 5000여 만 원, 호서대 연구진에 1억여 만 원 규모의 연구를 발주했다. 두 연구 보고서는 옥시의 살균제로 흡입독성시험을 반복했을 때 대조군과 노출군에서 사망한 동물이 없었고 임상적으로 특이한 증상 또한 없었다고 했다. 물론 거짓이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누락해 살균제의 독성을 축소하며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결과를 왜곡했다.

기업과 결탁해 과학적 불확실성을 만드는 과학자는 대중과 시민사회의 공분을 산다. 사람들은 언제나 안전한 제품,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 제품을 쓰길 원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라면 마땅히 안전할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믿고 소비 생활을 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과학을 무기로 제품의 안전성을 흐리며 판매 활동을 이어 갔다는 사실은 충분히 지탄받을 만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전문가를 분석한다는 나의 말에 현장의 사람들이 비난받아 마땅한 옥시 청부과학자들을 떠올린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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