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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안산독서포럼 후기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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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첫번째 시간
20160213 토요일, 발표자 박채경 선생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글,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본것 같다. 표지디자인이 유쾌해 보였다. 백살이나 된 노인이 무슨 일로 창문을 넘어 도망치기까지 해야 했을까 제목에서부터 궁금하긴 했지만, 나는 아직 백살의 반도 살지 않았으므로 조금 더 늙은 다음에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번에 최창규 대표님이 포럼 토론서로 추천하셔서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책을 딱 펼치자 첫페이지의 헌사에 작가가 떡하니 적어놓았다.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라고 할아버지는 대답하셨다. 이 책을 그분께 바친다.
첫장부터 갑자기 작가가 마음에 들었다.
포럼에 도착한 1층 서점 입구에서 영광스럽게도 `한국판 알란 칼손으로 적극 추천받으신, 그리고 이책을 포럼에 추천하신 최창규 대표님`과 이복순 선생님을 만났다. 4층에서는 포럼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박채경 선생님, 전혀 긴장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긴장되신다고 하신다. 너무나 당당하고 여유있는 태도와 목서리로 요나스 요나슨에 대해, 알란 칼손에 대해 이야기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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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인생철학에 대해 책에서 발췌한 부분을 나누어 보았다.
p.47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 이 말에 내포된 의미 중 하나는 절대로 불평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적어도 타당한 이유없이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는 거였다.
p.72
알란은 왜 17세기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진득하게 기다리면 결국 다 죽게 될 텐데 말이다.
p. 96
<복수는 좋지 않은 거야. 복수는 정치와도 같은 것이라서, 하나는 다른 하나를 낳고 악은 개악을 낳아 결국 최악에 이르게 되거든.>
p.167
알란은 결코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화를 내는 것이 천성적으로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말대꾸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잘했다.
p.170
알란은 분을 오래 품는 사람이 아니었다.
p.242
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알란이 생각하기로는,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p.271
알란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반대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될 터, 쓸데없이 미리부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p.302
알란 칼손은 인생에서 많은 걸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누워 잘 수 있는 침대와 세끼 밥과 할 일, 그리고 이따금 목을 축일 수 있는 술 한잔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p.317
그래, 생각하면 할 수록 만사는 그 자체로 놔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들이 일어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놔둬야 하지. 왜냐하면 만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니까. 거의 항상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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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했던 진은영 선생님 진행 토론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1. 우선 책을 읽은 간단한 소감 공유
- 재미있었다.
- 연대별로 세계사가 정리되어서 좋았다. 그러나 현실성없는 책이다.
- 쟁쟁한 사람들을 만나는게 부럽다.
- 장수시대 100세 노인에 대한 책이라 건강관련 책인가 싶었다. 얼굴을 맞대고 한사람의 인생얘기를 들은 듯한 느낌이었다.
- 현실이 팩트가 아니다 진실이 팩트다. 철학자의 글을 읽는 느낌이었다.
- 100세시대, 내나이도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는 용기가 생겼다.
- 다양한 인물들에 포커스를 두고 토론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2. 알란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인생철학이 있는데, 나에게도 나를 특정지우는 인생철학이 있다면?
- 헤르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징징거리는 것을 보고 <징징거리지 말자 vs 징징거려야 된다> 란 주제로 한참 토론하였다. 결론은,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돈받을 때는 징징거려야 한다! 로.(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모자란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소설. 모자란 인물들 모두 나름의 매력과 쓰임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 죽을때 ˝껄껄껄˝하고 죽는다고 한다. ~해볼껄, 먹을껄, 말할껄. . . ~껄껄껄 하고 후회하면서 죽지않도록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더 하고 싶은거 다하고 살고싶다. 번개치면 반드시 달려가겠다. 꼭 불러달라~!
3. 넘고싶은 창문에 대해서,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 ˝쟁이˝가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중국요리를 배우고 있고, 언젠가 이태리에서 파스타를, 독일에서 맥주와 소시지를 배우고 싶다.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쓰고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 늘 내가 나를 가두고 그 벽을 미는 기분이다. 내가 나의 창문이고 벽이다. 나를 깨고 나를 넘어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안데르센~ 가난하고 외롭게 죽었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썼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 오프라 윈프리, 오바마도 만나보고 싶다
***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타인은 나에 대해 나만큼 관심이 없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조금 욕심내고 이기적인 것처럼 살아도 사실은 타인에게 크게 폐가 되지 않으니 욕심대로 살아보길.
20대때(이 분의 연세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보다 오빠인건 확실하다) 청와대에 한번 가보고 싶어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편지를 썼다. 그에게서 청와대 앞으로 오라는 연락이왔다. 오바마 보고 싶으면 편지 세통만 써서 보내라. 앞으로는 우리 회원들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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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포럼에 왔을 때, 나는 한 사층 높이에서 창문을 넘어 뛰어 내렸던 것 같다. 돈이 가득든 트렁크는 얻지 못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취향이 통하고 편안한 사람들이 가득한 모임을 만났다. 아직 나는 백살은 커녕 그 반도 살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의 모험은 계속 될 것이고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알란 칼손처럼 역사적으로 대단한 인물들을 만나지는 못 했지만, 포럼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 인생에 충분히 대단하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이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추위에 뼈가 없는 것처럼 금새 흐물거린다. 일곱시면 어슴프레 날이 밝는다. 그냥, 만사는 그 자체로 두어도 형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긴 소설, 재미있게 꼼꼼히 준비해주신 박채경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제 4월이면 내 차례도 오겠지. 또 다른 창문앞에서 다리가 후덜거리고 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