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청소년들이 궁긍해 할 법한 정신병리에 대해서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가며 그들의 눈높이로 전문지식을 풀어낸 친절한 에세이집이다.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인데 금방 읽고 준다고 냉큼 집어 오면서 만나게 된 책.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정신의학이란게 어떤걸까, 무서운 중2의 엄마로써 궁금하기도 했고, 그 아이가 읽는 책은 나도 읽어두어야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했다. 책 표지부터 재미있어 보이는 삽화들은, 학습만화처럼 부담없어 보인다. 책 중간 중간에도 컬러판으로 내용을 알기쉽게 그려낸 그림이 센스있게 첨부되어 있다. 내용은 우선 목차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구분할까? / 성격은 타고 날까 만들어 질까? / 프로이트는 왜 인간의 정신을 연구했을까? / IQ가 높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야 / 꿈은 왜 꾸는 걸까? / 무기력한 것도 병이 될까?(우울증) /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을 어떻게 멈추지?(중독) / 무너진 영혼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자살) / 잘못된 경보에 의한 마음의 방어(공황장애) / 천성과 양육의 뜨거운 논쟁(사이코패스) 흔히 말하는 정신관련 질환들의 기본 개념부터 발병 원인, 치료법 등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p. 177~178 한편 개인적인 심리의 관점에서 프로이트는 외부대상으로 향했던 사랑이 공격성으로 변해 자신을 향해 일어나는 것이 자살이라고 해석했다. 밖을 향해 쏘려던 총구를 자신을 향해 돌린 셈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환상이 기여한다. 첫 번째가 복수 환상이다. 자신이 죽으면 다른 사람들이 미안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존심에 입은 상처를 자기 파괴적인 복수로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징벌 환상으로, 복수 환상과는 정반대로 자신이 너무나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자책한 나머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여기고 스스로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세 번째는 재결합 환상으로 노인들에게 흔한데, 배우자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나면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사후 세계에서 그들과 재결합하려 시도한다. 네 번째는 리셋 환상이다. 컴퓨터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리셋 버튼을 눌러 새로 시작하면 되듯이, 마찬가지로 인생이 너무 꼬였다고 여기면 자살을 일종의 리셋 버튼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새로 캐릭터를 만들어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차이는 심리학이 정상적인 상태의 인간 심리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반면에 정신의학은 인간심리 중 병적인 부분을 대상으로 삼아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등등 인간이 겪는 정신의학적 문제들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가장 안타까운 자살의 문제에 있어서 청소년기에는 너무나 사소하고 충동적인 문제들이 누적되어 즉흥적인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20-30대의 사망원인 1위, 15-19세 사이에서는 2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암도 고치고 불치병도 치료하는 시대지만 내 안에서 멘붕이 오면 치료의욕 자체를 잃게 되는 큰 문제가 생기고 만다. 우리 딸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줄줄이 사춘기의 문턱앞에 대기하고 있는 둘째와 셋째를 위해서 공부하는 셈치고 펴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사실 가장 이해하고 다독여야 할것은 나자신! 내가 건강한 정신이어야 아이들이 인생의 험난한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댈 때 튜브처럼 던져 줄 꺼리도 있고 끌어 준 힘도 생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