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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스트레스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의 스트레스> 오은영 / 웅진리빙하우스
부모가 철학을 세워야 하는 이유
이 책에서는 먼저 임상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부모의 반응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어차피 안 될 거라며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A.안 해도 돼. B. 넌 할 수 있어. C. 목표를 높이 잡지 말고 조금만 잡자. 와 같이 대한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A와 B이다. 그러나 A와 B, C까지 모두 결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한다. 내가 베스트라고 생각한 방법이 사실은 워스트였다는 것이고, 그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대안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고 말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가장 눈을 끈 대목은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다.
50p 나는 스트레스의 근본은 ‘가치관의 혼란’이라고 본다. 몇 년 전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값이 오르곤 할 때, 나는 잠시 절망적이었다. 그때 우리는 부모님 댁에 얹혀사는 무주택자였는데 집을 샀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후회가 됐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부동산 투기는 죄악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늘 나에게 절대 집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하루아침에 몇 천만 원씩 집값이 오르니까 자꾸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셨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확고한 가치관이 있으면 정말 덜 혼란스럽겠구나. 상황이 아무리 변해도 스트레스를 덜 받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가치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자녀교육관이나 양육관, 부부관계,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시각,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부분까지 거의 대부분 해당된다.
부끄러웠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에, 아이의 반응에 수박겉핥기식 반응밖에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만약 내가 공부에 대해 시험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면 아이에게 해 줄 말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확고하다는 건 융통성이 없다는 것과 다른 말이다. 오히려 확고한 철학이 있으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나조차 공부란 무엇인지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세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 단지 나의 경험을 모방한 피상적인 충고밖에 나오지 않을 수밖에.
저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52p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대뇌와 소뇌의 발달을 이루기 위해서다. 조선시대의 하층민이라면 짚신을 꼬는 일을 통해 대뇌와 소뇌를 발달시켰다. 짚신을 꼬아야지 본인이 신을 수도 있고, 그래야 밥벌이도 할 수 있었다. 구멍 난 짚신은 안 팔리니까 공을 들여 열심히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통해서 나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도 배우고, 지루하지만 참고 끝까지 해내는 인내심도 배웠다. 요즘은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대마다 뇌를 발달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따로 있는데, 그것이 지금은 ‘공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높은 점수나 석차보다 중요한 것이 한 문제를 풀더라도 그 문제를 끝까지 풀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를 배우고, 지겹고 싫은 것을 한 번 참아내는 인내심을 배우는 것이다. 지금은 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과목의 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뇌를 발달시키고 인내심을 기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학생들이 수학이 싫다고 할 때, 나는 수학이 재미있었다는 추상적인 느낌밖에는 전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공부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면 저자처럼 이렇게 말해야 옳았다.
252p 수학을 배우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발달시켜서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너희들은 자꾸 ‘내가 몇 점을 맞느냐, 내가 이 문제를 푸느냐 못 푸느냐’만 생각하는데,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과정이야. 수학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기르는 중요한 과정이고, 부호와 기호의 약속을 지켜 나가는 과정이거든.
지금부터라도 반성하고 철학을 세워야겠다. 흔들리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융통성 있는 철학 말이다. 그래야 어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답 또는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