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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알고 있지만 어려운
“알고 있지만”과 “어려운” 사이에 무슨 말을 넣을 수 있을까. 꿈꾸기, 실천하기, 몰입하기, 행동하기, 버리기, 시도하기, 극복하기, 포기하기, 다가가기, 떠나기, 사랑하기…… 어떤 말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니 ‘어떤’이 아니라 ‘왜’가 중요해진다. 알고 있는데도 왜 어려운 걸까.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수필 형식의 작법서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따뜻한 말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소설로서의 핍진성, 욕망을 은폐하는 대사, 절망이 만드는 행동 등 구체적인 지침을 주어서 작법서로만 읽어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그러나 수필의 형식을 취했기에 저자의 목소리는 더욱 생생해진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에 설득력이 있는 건 이미 그들이 그렇게 살아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연수는 소설가에서 주인공으로 탈바꿈한다. 더불어 <소설가의 일>은 독자층을 소설 지망생에서 소설을 읽는 사람으로까지 확대한다. 수필 형식의 작법서는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된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한다.」 그것은 소설을 쓰는 사람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여운에 젖는다. 그 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여운이 끝나갈 무렵에 드디어 “알고 있지만”과 “어려운”이 등장한다. (쓰는 법을) 알고 있지만 (쓰기) 어려운, (욕망을) 알고 있지만 (행동하기) 어려운, (문제를) 알고 있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알고 있는데도 대체 왜 어려운 걸까.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사실 <소설가의 일> 53p에 그 답이 있다.
결국 현대소설의 윤리는 불안을 이겨내고 타자와 공존하는 그 용기에 있는 셈이다. 이 용기는 두 번째 그룹의 개들과 마찬가지의 처지이면서도, 그러니까 모두들 안 된다고 말하고, 또 자신부터가 여러 번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뭐라고 해보겠다고 나설 때 비롯한다. 용기는 동사와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제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용기가 될 수 없다.
“알고 있지만”과 “어려운” 사이에 들어갈 말은 수없이 많다. 그 말을 다 모아놓으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그것은 분명히 달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을 한다면 다만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매력적인 인물이 되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되느냐 되지 않느냐 사이에는 단 하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지금 뭔가를 쓰고 있다면, 그는 소설가다.」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면, 나는 주인공이다.”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