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짠맛도 나는 꿀을 재배하는 마을에서 온 아이

 

깍두기라고 하면 놀이를 할 때 이쪽 편에도 저쪽 편에도 끼지 못하는 아이를 말한다. 그래도 혼자 두지 않고 깍두기로라도 껴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놀이가 끝나면 이쪽 편, 저쪽 편은 물론 깍두기도 사라지고 아이들은 모두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놀이판에는 끝이 없다. 죽을 때까지 깍두기는 이쪽 편인 척 또는 저쪽 편인 척하며 살아가야 한다.


세상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이쪽 편과 저쪽 편을 나누는데, 피부색깔=꿀색은 그 중에서도 인종과 나라로 편이 갈린 세상에서 깍두기가 된 아이들, 즉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 본인이 입양아였기 때문에 자전적인 이야기이며, 또한 다름아닌 한국계 입양아였기 때문에 우리 한국인에게도 자전적인 이야기랄 수 있겠다. 피부색깔=꿀색은 뉴스에서 가끔 화제가 되는 한국계 입양인의 성공신화를 다룬 게 아니다. 오히려 뉴스에서는 조금도 다루지 않는 일반적인 한국계 입양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부색깔=꿀색에서는 다만 한국계 입양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어째서 그들은 새 가족, 새 친구, 새 나라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헤매는가. 심지어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고 마는가. 저자는 스스로 타바스코를 밥에 비벼먹다가 위출혈로 죽을 뻔했다. 그런 의문에 대해 저자는 최소한의 심정만 풀어놓고 있다. 나머지는 독자가 저자의 말을 통해 단지 짐작할 뿐이다.


이쪽인지 저쪽인지 정할 필요가 없이 애초에 어느 한쪽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것을 다 이해한다는 게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억에서 밀어내지 말고 이해하려고 하는 건, 단순히 과거 내버린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 역시 현재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뿌리가 건강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깍두기가 있어 내 편, 네 편 없이 사이좋게 어울려 놀 수 있었던 것처럼, 단맛뿐 아니라 짠맛도 나는 꿀을 아는 아이들 역시 중요한 사회 구성원이다.


입양인뿐 아니라 해외파견 노동자, 해외이민자, 조선족, 북한동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단절해버린 뿌리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생각해본다. 그 뿌리들을 다시 살리는 노력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임에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