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이야기 - <연어>, 그 두번째 이야기
안도현 지음, 유기훈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다를 견디는 저 연어들처럼


1997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12월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복권으로 석방되었다. 2001년에는 911 테러가 있었고, 2003년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벌어졌다. 2009년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이 발생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2010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달 뒤 천안함이 침몰했고, 다시 한 달 뒤 연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그래서일까. 안도현의 연어 이야기는 사뭇 조심스럽다.


폭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외치며 연어 떼를 이끌던 은빛연어와 달리 은빛연어를 닮은 자식은 종내 벽을 뛰어넘으려고만 한 걸 후회한다. 대신 바다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어 떼는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하던 초록강은 이제 그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한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는 사랑을 이루고 앵둣빛 알이 꿈꿀 미래로서 북태평양을 그렸지만, 그 자식들은 죽음으로 이별하고 험난한 현실로서의 북태평양으로 뛰어든다.


노인과 청년의 시각차라고 이해해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거기에 시대적 흐름을 더해 본다. 과거 억압의 시대에는 저항의 대상이 분명했기에 두드려 부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통제의 시대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학교로, 학교에서 자라는 연어들은 비록 몸집은 커졌을지언정 꿈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학교를 원망하거나 바꿀 생각을 하지 못한다. 통제의 시대에는 저항의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은 스며드는 것을 선택한다. 절망하여 포기한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생존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여전히 강물의 냄새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병들어버린 사회를 살아가기 버겁더라도 제 안의 강물 냄새를 끊임없이 기억한다. 강물의 냄새를 잊지 않아야 비로소 그것은 숙명이 된다. 북태평양을 떠나 강물을 다 거슬러 올라야 겨우 다다를 수 있기에 한 차례 저지르는 행동보다 꿋꿋이 견디는 의지가 더 중요해진다. 연어에서 폭포를 올라가는 행동이 조명되었지만, 연어 이야기에서는 거친 바다를 견디는 삶이 조명된 이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두 강물의 원류는 동일하다.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그래서 저자에게 고맙다.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보아주어서. 단순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한차례 뭇매를 맞은 뒤에도 꿋꿋이 지켜낸 믿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은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지치신 듯하지만 또 한번 그만의 시각으로 희망을 노래해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