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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발자국 ㅣ 창비시선 222
손택수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평점 :
* 감꽃 핀다. 어디선가 소식 없는 사람들 편지라도 한 장 날아들 것 같다. *
시를 읽고 있으면 조근조근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재미있는 호랑이 담배 피던 옛이야기도 듣고, 저 새 어때요? 저 나무 어때요? 저 물새 발자국 참 신기하지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시적 발견)를 듣는다. 또 가끔씩은 살짝 살짝 어렵게 힘들게 산 이야기(유년의 기억, 가족사)도 들려준다. 시인은 이런 게 아닐까요? 하며 그의 속 이야기(시인으로서의 바램)도 깊게 들려준다. 우렁우렁한 외침도 차분하게 들려준다.
시집을 읽으며 시를 통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선, 시인은 욕심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호랑이 발자국을 내고 싶고-호랑이 발자국 내는 사람처럼 어디메쯤 사라져서 신화가 되고 싶은 시를 쓰고 싶다. 송장뼈 같은 시를 쓰고 싶고-그 자신 썩어서 진물이 흐르는 세상을 소금처럼 정화시킬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아버지가 못다 부른 노래를 부르고 싶고-바람을 몰고 잠든 가지들을 깨우며 생살 돋듯 살아나는 노래 같은 시를 쓰고 싶다. 다람쥐처럼 기억을 잊고 체를 돌리는-우직하고 미련하나 숲을 만드는 시를 쓰고 싶다. 물새 발자국처럼-뒷걸음치며 나아갈 수 있는-전통적이면서 새로운 시를 쓰고 싶다. 탱자나무 설법처럼-상처를 품고 둥글어 질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어디 시인의 욕심만 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