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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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면 참으로 의연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인색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소나무는 어떤 식물이라도 자기 영역 안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소나무 밑에서 채취한 흙을 화분에 담고 화초를 길러보라. 어떤 화초도 건강하게 자라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있어도 소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없는 것이다.-16쪽

척박한 땅에 나무를 많이 심는 사람일수록 나무그늘 아래서 쉴 틈이 없다. 정작 나무그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그가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나무를 심을 때 쓸모없는 짓을 한다고 그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다.-32쪽

다른 나라와의 축구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해설자들이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이라는 둥, 비가 와서 잔디가 미끄럽기 때문이라는 둥 하는 따위의 변명을 상투적으로 늘어놓는다. 아놔, 상대편 선수들은 명왕성에 가서 따로 경기하고 있냐, 그리고 비는 우리 선수들만 쫓아다니면서 쏟아지고 있냐. 변명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느려지고 반성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빨라진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이다.-38쪽

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51쪽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62쪽

독자들은 이따금 내게 직장을 가져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물론 나도 몇 번 직장을가져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직장을 견딜 만했는데 직장들이 언제나 나를 견디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나는 직장이라는 놈이 나를 견디지 못하는 양상을 보일 때마다 과감하게 그놈을 내 인생에서 잘라내버리곤 했다. -90쪽

나방 몇 마리 소문을 들었는지 방충망에 붙어서 방 안을 곁눈질하고 있다. 가서 놀아라. 오늘은 야동 안 본다.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다. 한밤중. 몽유병을 앓고 있는 외등 하나, 멍하니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다.-92쪽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115쪽

외롭지 시리즈 - 한적한 산길을 걷다가 날개가 기막히게 아름다운 남비를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곁에 있던 친구놈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너는 돈 안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구나"하고 씨부리면 지독하게 외롭지 말입니다.-137쪽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스튜어디스가 통로를 지나가면서 탑승객들에게 서비스로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네 살짜리 여자애가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탄성을 발했다. 아빠, 여긴 정말 장사 잘 된다 그치.
-143쪽

티끌 같은 노력으로 태산 같은 보상을 바라지 말라. 그런 사람이 축적할 수 있는 재산은 티끌같이 미흡한 존재이유와 태산 같이 거대한 불평불만뿐이다.-179쪽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태산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 같은 깨달음 한 번에 무너져버리나니, 오늘도 몽요담 돌거북은 번개 한 번에 삼천리를 두루 살피고 돌아온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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