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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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하려다가 , 혹시 하는 마음에 도서관 자료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있더군요. 낡은 책 한권을 책단비 서비스를 이용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얇은 소설은 노란색의 표지 이네요. 금방 쉽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어요. 쉽게 읽히는건 맞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때의 그 뭉클거림은 수 일이 지난 지금도 아스라히 남아있습니다.

 

소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70년대를 배경으로 시작을 합니다. 갓 스무살 대학생인 화자 '나'는 어느 강의실에서 그녀 '박은영'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가늘고 나풀거리는 외모에 반하게 되고 말아요. 그렇게 혈기 왕성한 나는 플레이 보이(포르노) 잡지에서 나오는 수많은 파란 눈의 여자들을 오버랩 하는 대신 딱 한번 만나고 알게된 '은영'을 떠올리며 가슴앓이를 합니다. 그렇게 화자의 플라토닉 사랑은 시작 되었어요.저는 책을 읽으며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나 생각했지만 , 두 사람의 만남은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도, 그리고 '나'(화자) 자신이 은영이란 여자에 대해 알수 있을 만큼의 많은 것을 알지도 못한채 흐릿한 기억속에 묘령의 여인처럼 '첫사랑'으로 각인되고 맙니다. 2~3번 우연으로 만난 인연 말고.. 내가 아는 그녀는 어떤 여자일까.. 활발하고, 도도하고, 새침하고 .. 그 이외에는 드러나는게 없습니다. 궁금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머릿속에 수만개의 물음표를 그려 넣은채, 텍스트를 쫓아 그녀의 존재를 캐내기에 저는 바빴습니다. 왜.. 자신을 좋아하는 화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건지, 80년대.. 여행가이드를 하며 생활하는 서른 넘은 화자가 우연히 다시 은영이를 만나게 되었을때도 , 왜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자리를 떠나야만 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화자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어요.. 스무살.. 치기어린 시절에 몇 번의 만남과 짧은 대화로 수 십년이 지난 세월동안 그녀를 뚜렷히 기억할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 그녀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그렇게 컸던 것인지.. 과연 그런 기다림(?)이 가능할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나의 모든 의문들은 책의 끝자락 쯔음에 알게 되고, 그 결말이 한편으로는 뻔하고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알수없는 순수했던, 그리고 청춘의 사랑에 뭉클함이 심장을 걷돕니다.  오랜 세월 기다렸던 화자의 사랑의 결말도,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은영의 행복함과 상실, 슬픔을 함께 알아버린다는 것 말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그대로 스며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를 읽으며 아마 누군가는 '청춘'과 '추억'을 떠올릴 겁니다. 내가 알지 못한 그 시간들은 오로지 희미하게 상상의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텍스트는 구시대적인, 요즘의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볼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어쩌면 그러했기에.. 화려한 미사여구나 독특하고 개성 강한 텍스트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더욱 그 시대의 청춘과 사랑이 더욱 진하게 베어 나왔던 것이였겠지요. '화자'와 '작가'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음에, 잠시 회고록을 읽는듯한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비오는 어느 새벽에 다시 한번 읽어야 겠습니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중략)

Oh my baby dh my love
gone the rainbow gone the dove
your father was my only love
Johnnys gone for a soldier.
 

Peter, Paul & Mary <Gone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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